미래의 고전문학이 될 작품

완장 (출간 40주년 기념 특별판)
윤흥길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3월

“사람들에게 웃음과 재미를 안겨주는 해학이란 대개 욕망을 앞세우는 속사람과 체면에 충실하려는 겉사람이 서로 갈등하고 충돌하면서 제각각 딴 방향, 딴 길을 고집하는 그 불행과 비극의 어간에서 불쑥불쑥 비어져 나오기 십상이다. 하찮고 보잘 것 없는 작은 권력을 상징하는완장이란 물건을 두고 임종술 같은 열패자들이 취하는 이중적 태도의 그 비좁은 틈서리에서 해학은 곧잘 발생하게 마련이다.”
<제4판 작가의 말 중>

1983년 작 <완장>의 출간 40주년 기념 특별판이자 제5판으로 나온 금번 책을 읽는 즐거움은 이미 잘 알려져서 수능시험에도 뉴스기사로도 때때로 만나는 그 이야기의 틀거리 뿐만 아니라, 지금껏 출간되었던 제1판에서부터 제4판에 실렸던 작가의 말과 금번 제5판이자 출간 40주년에 실린 작가의 말까지 총 5개 버전의 작가의 말을 읽어내는데 있었습니다.
이미 작가의 손을 떠나 세상에 소개된 소설 <완장>이 여러 과정을 거쳐서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그 이야기가 회자되며 세상에 영향을 주기도하고 작품이 영향을 받기도 하며 흘러온 세월 속에서 작가의 소회나 감상이 말해지는 변화가 주는 재미가 남달랐습니다. 그럼에도 그 작가의 본심의 기저로 읽히는 ‘해학성’의 추구에 대한 의지(?)가 단연 눈에 뜨였습니다.
거의 20여년 만에 다시 읽은 이야기는 그 속의 인물들과 크고 작은 사건들이 만들어내는 진폭이 여전히 재미있게 다가오는 이유가 바로 그 해학성에 크게 지분을 할애하고 있으니, 그 작가의 의지는 지금까지도 살아서 그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음이 분명해보였음은 물론입니다.

“나도 알어! 눈에 뵈는 완장은 기중 벨 볼일 없는 하빠리들이나 차는 게여! 진짜배기 완장은 눈에 뵈지도 않어! 자기는 지서장이나 면장 군수가 완장 차는 꼴 봤어? 완장 차고 댕기는 사장님이나 교수님 봤어? 권력 중에서도 아무 실속 없이 넘들이 흘린 뿌시레기나 주워먹는 핫질 중에 핫질이 바로 완장인 게여! 진수성찬은 말짱 다 뒷전에 숨어서 눈에 뵈지도 않는 완장들 차지란 말여! 우리 둘이서 힘만 합친다면 자기는 앞으로 진짜배기 완장도 찰 수가 있단 말여!”
<p.391>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쏟아내는 세상 구수한 충청 사투리와 언제고 빗대어 읽힐 만한 우화 같은 사건과 대사들은 웃음을 참지 못할 정도의 재미와 그만큼의 뜨끔한 인간군상의 폐부를 찌르기도 하며, 지금까지 판을 거듭하며 낡지 않을 이야기로 남아있는지를 가늠케 해주었습니다. 힘없는 자들의 해학과 풍자는 이렇게도 예사롭지만 날카롭기에 오랜 세월 우리네 인생의 희노애락을 거머쥐게 하는 민중들의 무기였다 싶습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생명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남겨지는 자유가 있다면 바로 이 해학과 풍자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윤흥길의 <완장>은 앞으로도 내내 읽혀질 다가올 미래의 고전문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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