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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 비평 203호 - 2024.봄
창작과비평 편집부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평점 :
“희망은 먼 바깥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이에 이미 와 있되 손을 놓고 있어도 어느 순간 눈앞에 나타나는 계절 같은 것일 수는 없다. 희망은 공짜가 아니기 때문이다.”
<p.9, ‘책머리에’ 중>
바야흐로 봄입니다. 올 봄은 또 얼마나 빨리 여름에게 자리를 내어줄지요? 갈수록 봄과 가을은 너무나도 빨리 뒷모습을 보이고만 있습니다. 늘 마주치지만 스쳐 지나가 버리고 마는 기분입니다. 그렇게 편히 주어지는 계절 같은 것이 아니라는 희망론으로 열어 젖힌 이번 창비는, 그래서 특집에서 논해지는 세계서사의 이야기들이 콕콕 뼈 때리는 진심으로 다가옵니다. 또, 김용민, 백은종, 이남주의 대화 꼭지는 이 시대를 대하는 우리의 유감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시를 읽고 있었어요.” 고개를 든 당신이 말한다.
<p.115, 임유영의 시 '연해주‘ 중>
특히나 꾹꾹 눌러쓴 시어들의 댄스홀 같았던 시들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봄은 시의 계절이니까요. 그렇게 소리 내어 읽어보기도 하고 눈으로 스쳐보노라니 시는 시라서 그 자체로 노래이구나 다시 한번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연재소설과 단편소설들이 품은 문장들은 또 그렇게 긴장과 이완을 오가며 여기,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주어 생각 너머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제22회 대산대학문학상의 수상작들은 깜짝 선물처럼 책 속에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김수려의 희곡 <질주>는 오랜만에 읽은 희곡 작품이기도 했거니와, 심심찮게 뉴스기사로 만나는 전염병으로 살처분 되는 수많은 돼지들의 이야기를 통해 신선한 무대로 초대된 착각이 들었습니다. 이렇듯 문장은, 문학은, 우리네 삶을 보듬고 때론 차갑게 대하다가도 절대로 그대를 잊지 않겠노라 위로하기도 하는 마법 같은 구석이 있다 싶습니다.
그리고, 3월을 지나 곧 4월입니다. 4월엔 어느새 10주기가 되어버리는 세월호참사의 죽음들을 생각하는 시간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남겨진 우리가 가져야할 태도와 생각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질문하고 질문하지만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근처를 서성이는 스스로의 모습만 발견하며 죄책감에 시달리는 지금이 더 아픈 시절입니다.
“지금도 세월호는 질문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
<p.378, 문학평론 ‘갱신하는 말, 다시 쓰는 미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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