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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부부 범죄
황세연 지음, 용석재 북디자이너 / 북다 / 2024년 1월
평점 :
8편의 부부들의 완전(?) 범죄 이야기를 담은 단편 소설집입니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부부들의 모습이지만 어느 순간 이야기는 그 관계의 균열을 통해 죽음 혹은 일확천금을 모의하는 부부 한쪽의 치밀한 계획과 실행 그리고 파국을 그립니다. 이야기들 마다 작가 본인의 이름이나 경험 등을 소재화하는 것을 발견하는 재미와 그 계획이 수행되는 과정과 밝혀지는 진상의 재미는 이야기마다 다른 방식으로 독자에게 재미를 던져주며, 단편 소설집으로서의 임무도 완성해내는 시간순삭 이야기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저 킬링타임용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핍집성 짙은 부부들의 이야기이고 보면, 제가 생각하는 최근 5년 간 최고의 경구 “부부는 로또다. 절대 안 맞지.”를 읽는 내내 떠올렸고, 저 스스로의 결혼 생활을 돌아보며 살의를 부추기는(?) 우를 범한 적은 없었나를 반성하게 하는 자기개발서 내지는 자기성찰 지침서로서의 순기능(!) 또한 지니고 있다 싶었습니다.
그 자기성찰의 소극적 결론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결혼에서 무덤까지>
“질투의 감정은 결코 망각되지 않음을 절대 잊지 말지니.”
<인생의 무게>
“천생연분과 천생악연은 한끗차이. 대화가 필요해. 하지만, 끝까지 긴장은 늦추지 말지니.”
<범죄 없는 마을 살인사건>
“새치 혀, 항상 조심하되 취중 헛소리는 더욱 그리할지니.”
<진정한 복수>
“모든 행복한 부부는 다 비슷한 이유가 있고, 모든 쇼윈도 부부는 제각각의 불행한 이유가 있나니.”
<비리가 너무 많다>
“복권 당첨과 사기 피해의 확률 게임을 이겨낼 힘은 오직 사랑일지니.”
<보물찾기>
“사나 죽으나 부부는 서로에게 보물일 테지만, 그래도 살아있는 편이...”
<내가 죽인 남자>
“부부 중 누구든 홀로 등산동호회는 들지 말지니.”
<개티즌>
“오지라퍼는 가정에 불화만 조장하나니.”
본인들만 진실을 알고 있는 부부의 세계. 그 세계에 타인이 개입하고 세월이 쌓이면 자연스레 변심과 비교가 똬리를 틀게 마련. 그러기에 매순간의 진심이 우리를 살리고 서로를 죽일 완전범죄가 아니라 완전한 사랑으로 나아가나니, 결혼한 이들이여 진심과 노력으로 그대들의 자연사를 기원 하나이다!
"현판이 있다고 해서 범죄 없는 마을이 아니고 보면, 현판을 내거는 것이 오히려 더 부끄럽고 더 불명예스러운 일이 아닐까, 생각하며 나는 우중충한 하늘을 올려다봤다. 담뱃재 같은 눈발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 p.100 <범죄 없는 마을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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