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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 문화로 쓴 세계사 - 하버드대 마틴 푸크너의 인류 문화 오디세이
마틴 푸크너 지음, 허진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2월
평점 :
이 책의 원제는 <Culture: The story of us, from cave art to K-POP>, 처음에 받아들고 잠시 국뽕(?)이 차오른긴 했으나, 이 책의 방점은 우리들의 이야기에 있다 싶습니다. 저자인 마틴 푸크너는 하버드대학교의 드라마, 영문학, 비교문학 교수입니다, 책을 읽어나가며 마주한 제 기억 속 몇몇 인상적인 유튜브 강의에서 이미 만난 적이 있었는데, 스토리텔링, 영미문학, 문화와 기후위기 같은 주제였습니다. 달변가 스타일은 아니지만 핵심 주제에 대한 집요함, 다양한 자료를 가지고 펼쳐보이는 열정이 느껴지는 강의들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모든 창작자는 미래를 믿는다. 미래에는 가치가 달라질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 해도 후대가 자신의 작품을 파괴하지 않으리라 믿는 것이다. <컬쳐>의 목표는 우리가 인류 공동의 유산을 다음 세대로, 또 그다음 세대로 계속 전달하기 바라면서 인간이 하나의 종으로서 지금까지 만들어온 숨 막히도록 다양한 문화 작업을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p.26-27>
저는 아름답다는 것은 무엇인지 늘 생각하려 합니다. 그 가치의 영향과 그 가치를 발견하는 기준을 늘 생각하는 편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그 기준 중 하나는 의도가 결과에 닿아 있는가 하는 것인데,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아름다웠습니다. 책의 도입에 저자가 밝힌 이 책의 분명한 이유와 방향성이, 책을 다 읽은 지금 오롯이 머리와 마음에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역사가 쓰여지기 시작한 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존재해온 모든 우리들이 만들어낸 것들, 바로 문화가 현재의 우리를 통과하여 미래의 또 다른 우리들에게 이르기까지, 그 창작자들의 의도와 의지가 무사히, 그리고 온전히 전달되어야만 할 당위와 의미를 15개의 세계사적 의미가 있는 장면들을 담아 와서는 책의 페이지 페이지마다, 문장 문장들 마다, 빼곡하게 담아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매개자는 모두 모호한 존재이다. 페놀로사는 일본을 현대화한다는 침략 세력으로 아시아에 갔지만 그 역사에 깊이 관여하게 되었다. 그는 일본 예술계의 보물들을 구입해서 반출했으나 과거를 다루는 19세기 서구 사상에 따라 일본이 자기네 유산을 보존하는 제도를 만드는데 도움을 주었다. 페놀로사는 보물을 발견했지만 때로는 이 보물을 성소에 보존하려는 소유자들의 저항을 물리쳤다.”
<p.376-377>
물리적, 심리적 거리 때문이기도 하고, 최근 재방문했던 도쿄의 호쿠사이 미술관에서 마주한 <후지산36경>의 일부 작품들의 기억 덕분에 14번째 장면 ‘일본 예술을 향한 침략과 사랑’에서 인상적인 역사적 사건들과 인물들을 발견하고는 남다른 감정이 들었습니다. 호쿠사이의 <거대한 파도>라는 아이코닉한 작품으로 대표되는 일본 우키요에와 관련된 이야기와 이런 일본 문화에 대한 서구열방의 침략과 사랑이라는 애증에 대한 이야기는, 이 한반도의 역사에 드리워졌던 그림자에서 느끼는 불편한 마음까지 겹쳐졌기 때문일 듯합니다. 그럼에도 저자는 서방의 시각을 최대한 자제하며 문화사적 큰 흐름과 그 세세한 과정들에 개입하였던 인물들도 끌어와서는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내며 독자의 머리와 가슴을 함께 아우르는 마법을 부립니다. 이런 인사이트와 이를 스토리텔러 다운 면모로 풀어내는 이야기는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이다 싶습니다.
“이 책의 바탕이 되는 인문학의 정의가 있다면 그것은 인간 문화의 역사와 지속적 활력에 대한 관심, 우리가 하나의 종으로서 왜 문화를 창조했는지, 그것이 어떻게 계속해서 우리를 형성하는지, 우리가 그것으로 무엇을 해야 하느냐에 대한 관심이다.”
<p.432>
저자의 인사이트와 스토리텔링 덕분에 독자는 기원전 35,000년에서 시작된 우리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현재에 이르도록 이어져오며 위기와 기회를 마주하며 흘러왔는지, 또 어떻게 흘러가게 해야할지 함께 고민하자 손을 내밉니다. 물론, 기꺼이 손내밀 마음이 가득한 채로 책은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릅니다. 그러나, 15개의 이야기들 사이에서, 그리고 그 이후에서 찾아내야할 더 많은 이야기들이 더욱 많이 남아있음을 알기에 조바심이 일어납니다.
덧.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역자 정보에서 발견한 번역작 리스트 중에 클레어 키건의 <맡겨진 소녀>이 있는 것을 보며, 이 방대하고 인문학적 스토리텔링이 이렇게나 편안하게 읽힐 수 있음에 번역가 허진의 번역에도 적잖은 공이 있다 싶었습니다. <맡겨진 소녀>는 제겐 2023년의 책이었기에 원저자의 뉘앙스와 문장의 용도를 적절히 한국 독자에게 전달하는 배려 같은 것이 이 책에서도 느껴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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