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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아이
염기원 지음 / 아이들판 / 2024년 1월
평점 :
제5회 황산벌청년문학상을 수상한 염기원 작가의 이전에 만난 적 없는 이야기, <블루아이>는 아프리카에서 마주하는 약육강식의 세계 속의 동물과 인간의 묘한 마음과 행동을 따라갑니다.
“인간의 언어 방식을 가졌다면 이렇게 묻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야생에서는 통성명이나 호구조사 같은 절차가 없다. 상대를 유심히 관찰하며 냄새와 눈빛을 통해 친구가 될지 적이 될지, 나보다 강한지 약한지를 따를 뿐이다.”
<p.108>
“아프리카에 대한 내 인식은 피상적 수준이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압도적인 대자연, 천혜의 자연환경, 태초의 신비, 지구 최후의 낙원인 줄 알았던 이곳은 동시에 세상의 끝이었다. 나는 한국을 피해 이곳에 왔다. 내가 태어나 사는 땅을 피해 달아날 자유와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세상의 끝에서 놓은 이들은, 이제 어디로 도망쳐야 하는가?”
<p.168>
<동물의 왕국> 같으면서 또한 <TV다큐 인간극장> 같은 이야기의 궤적은 처음에는 이질적으로 성기게 나아가지만, 이내 잘 훈련된 말에 안장을 얹어 올라탄 기수가 말과 하나의 호흡으로 몸의 리듬을 찾아내듯 이야기는 한 몸이 되어 순적하게 따라가게 됩니다. 군더더기 없는 건조하다 싶을 정도의 짧은 문장들이 생각과 대화를 이끌고 분위기를 탐색하다 이내 오롯한 현장감으로 페이지 페이지에 아로새기며 이야기는 나아갑니다. 바디캠 처럼 밀착해서 들여다보는가 싶다가 어느새 허공으로 치솟으며 버드 뷰로 조망하는 속도감도 쉬이 읽어낼 수 있는 작가의 구성에 기댄 바 크다 싶습니다.
그리고, 다음의 작가의 말은 왜 그렇게 이야기 속 인물들과, 그 라키온의 시절들은 멀지만 가깝고, 또한 가깝지만 멀게 느껴졌는지에 대한 나름의 답변이 되어주었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구석이 있어 반가웠습니다.
“진보는, 창의력은, 의심의 여지 없는 것들을 마음껏 의심하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p.217, 작가의 말. 중>
리카온을 구글에서 한참을 검색하고 유튜브에 남아있는 여러 영상들로 이야기가 끝난 뒤의 여운을 즐기노라니, 문득 아프리카 너른 평원을 가로지르는 한 무리의 리카온과 서서히 저무는 석양 빛의 평온한 상상과 한편으로 측은한 심정이 가눌 길 없이 흐트러집니다. 여기까지 살아오며 나를 스쳐간 사람들과 사랑들과 아픔들과 기쁨들, 그리고 뒷모습들을 떠올리며 책표지의 블루아이와 한참을 눈 맞춰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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