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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치유하는 뇌 - 개정판
노먼 도이지 지음, 장호연 옮김 / 히포크라테스 / 2023년 12월
평점 :
“이 책에서 내가 짧게 소개한 사례들도 소소한 관심을 노리고 선택한 ‘그저 일화’가 아니다. 뇌는 변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심각하게 뒤흔드는 변칙이다.”
<p.517. 에필로그 중>
정신과의사이자 정신분석가인 노먼 도이지의 이 책은, 다분히 전문적 의학서적의 표피를 두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러니까 그 전문성이라는 숲 속을 거닐어보면 크고 작은 익숙한 나무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생소한 단어와 개념들을 가지고 일반 독자들도 이해할 수 있는 글쓰기의 전범을 보여준 저자의 능력이다 싶습니다.
뇌는 신체의 여러 장기들 중 가장 비밀스럽고, 그만큼 조심스러운 대상일겁니다. 전기적 자극으로 신호가 전달되고, 비인지 상태에서도 무언가를 계속적으로 알리고 유지하고 거부하는 brain. 뇌는 그렇게 신비로 둘러쌓인 장기이면서 감히 말하건대 가장 중요한 장기라 할 만합니다. 그 뇌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논문의 형식이 아닌, 문학의 형태인 에세이처럼 담아내어 줍니다. 이론들과 실험 데이터들로 신뢰를 담보하되 그저 일상과 동떨어진 영역의 정보를 끌어와서 그저 읽어 내려가는 것만으로도 뇌의 신비로움 너머의 신선한 기능과 반응, 치유에 이르는 과정들을 마이클 모스코비츠와 존 페퍼의 이론들을 거치며 신경가소적 치유의 단계에까지 닿습니다.
“소리를 듣는 능력이 좋아졌고 증상들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돌연 쇳소리 나는 어떤 음반에서 지금까지 들었던 소리가 어머니의 목소리였음을 깨달았다.
4주가 끝났을 때 그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p.415. 8장 소리의 다리. 중>
임상실험 사례로 등장하는 이야기들에서 마주하는 감동의 순간들이 특히나 좋았습니다. 임상의 양측, 그러니까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의 이야기가 하나의 목표로 나아가는 과정과 노력, 그리고 옅지만 짙어질 결과들이 주는 떨림이 좋았습니다. 어쩌면 이 모든 뇌의 이야기가 향하는 목적지는 다름 아닌 치유이기에.
전체 8개의 장과 3개의 부록으로 이루어진 500페이지를 훌쩍 넘는 이 책은, 특이하게도 매 장의 마지막에 ‘참고문헌 및 주’를 배치해서 그 조사의 방대함이 주는 신뢰감과 성실함이 주는 감동마저 선사합니다. 뇌가 궁금하다면, 아니 사람이 무의 바다를 항해하며 유를 찾아가는 과정이 궁금하다면 이 책의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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