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구추리문학상의 단편 부문인 ‘황금펜상’의 올해 수상작은 박소해 작가의 <해녀의 아들>입니다. 이 작품은 <계간 미스터리 2023년 가을호>에 소개되어 이미 만난 적이 있는 작품이었고, 좌승주 형사 시리즈로 제주와 제주 4.3을 담고 있어서 흥미롭지만 무거운 마음으로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대학시절 우연히 접한 제주 4.3에 대한 역사와 국가 공권력이 저지른 폭력과 제주민의 희생. 어느 마을들은 매년 한날에 집집마다 제사를 지내게 된 슬프고 애달픈 우리의 역사. 그 사건에 스민 인물과 사건이 묘한 화학작용을 일으키며 범인을 밝히는 좌형사의 범죄수사물이 묵직한 역사소설의 면모마저 띄게 되는 지점들을 만나게 됩니다. 제주방언과 제주의 여러 지명들, 그리고 과거와 현재가 묘하게 얽혀들며 써내려간 작가의 문장들은, 한 단어도 허투루 사용하지 않겠다고 다짐이라도 하듯 경제적이되 계산된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밝혀지는 진실 앞에서 오해는 이해로, 미움은 화해로 바뀝니다. 그리고, 그저 한사람의 독자이지만, 그 한없는 무력감 같은 처절함에서 제주의 아픔의 긴 그늘에서 여전히 고통 받고 있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이 됩니다.
“고맙다. 승주야. 이 아버지한테 그렇게 말해줘서 정말 고맙다.” 천만에요. 저야말로 아버지한테 고맙습니다. 생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살아주셔서, 그리고 저를 낳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승주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p.64>
그 외 우수작들인 <죽일 생각은 없었어> (서미애 작가), <40피트 건물 괴사건> (김영민 작가), <꽃은 알고 있다> (여실지 작가), <연모> (홍선주 작가), <팔각관의 비밀> (홍정기 작가), <알렉산드리아의 겨울> (송시오 작가) 까지, 어느 한 작품도 그 이야기의 밀도와 풀어내는 공력이 빼곡하도록 충실하게 추리문학의 본연의 색을 놓치지 않되, 저마다의 특이점을 적절히 배치하며 읽는 이로 하여금 금새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합니다. 이렇게나 튼실한 라인업으로 올해 황금펜상 수상작품집은 마치 하이얀 새벽의 눈밭 같은 표지를 하고선, 독자들에서 사그악 사그악 눈 발자국을 남기며 기꺼이 이야기 속으로 들어와보라 초대합니다. 그 초대, 과연 응해볼 만하다 싶습니다.
다시금 수상을 축하드리며, 수상작가 모두의 다음 작품들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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