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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7 ㅣ 미키7
에드워드 애슈턴 지음, 배지혜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7월
평점 :
“지금껏 죽어 본 중에 가장 멍청한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 같다.”
<p.9>
익스펜더블 미키7. 그는 미키1부터 미키6까지의 여섯 번의 죽음일 경험(혹은 기억)하는 일곱 번째 익스펜더블입니다. 이전 순번의 미키의 사망이 보고되면, 바이오프린터로 만들어내는 새로 넘버링된 미키가 만들어지는 방법으로 소모성 인간인 샘. 그런 그가 ‘가장 멍청한 죽음’을 맞이하게 될 상황에서 생환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이 독특한 설정과 개념이 난무하는 천방지축 SF장편소설입니다. 당연히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이 원작 소설에 관심의 촉수가 향하게 한 이유이기도 했거니와, 내년 개봉예정인 영화의 제목이 <미키17>이라고 해서 의아했는데, 소설의 1장을 통해 그 이유를 가늠할 수 있게 되면서 각색된 영화의 내용이 더욱 궁금해지는 부작용도 생겼습니다.
그렇게 생환한 우리의 미키7을 기다리는 또 다른 위기가 있었으니...
“열두 시간 후, 익스펜더블로 살며 하게 될 수도 있는 무시무시한 예상 작업 목록을 그웬이 읊는 동안, 내 머릿속에는 ‘그렇게 나쁠 것 같지 않은데’라는 생각 말고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p.73>
도박 빚 상환 독촉에 어쩔 수 없이 지원한 익스펜더블이라는 상황이라니, 지금 대한민국 영끌 청년들이 겹쳐져서 아주 조금 시큰한 코웃음이 났습니다. 미키7이 미키이던 시절, 그 절박하고 위태롭던 삶을 뒤로 한 채 그렇게 소모되고 재생되는 삶을 선택한 것입니다. 그렇게 죽음을 불사할 일은 도처에 도사리고 있으며, 그 일들을 직면할 젊고 교환가능한 소모성 인재풀이 지금 이곳에서도 계속 돌아가고 있습니다. 원치 않는 삶을 포기하고 선택한 삶은 삶과 죽음의 외줄타기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또 그렇게, 외양은 다르지만 용도는 크게 다르지 않은 수많은 익스펜더블들을 마주하고 또 스쳐지나며 살아내고 있습니다. 우리가 아닌 미키X들 말입니다.
“결과적으로 지구인들은 자기가 버린 쓰레기에 질식하고 있었다.”
<p.356>
예상대로, 이 지구는 멸망의 행성으로 귀결되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지구를 떠나 개척지 건설을 위해 다른 행성들을 찾아 헤매고 조사하는 일, 그 일의 위험부담의 대부분을 고스란히 감당하는 익스펜더블은, 죽음의 하청이라는 이 시대의 노동구조와 다르지 않으며, 다만 바이오프린터를 통해 재생될 수 없을 따름입니다. 여전히 자본권력에 그 젊은 생명들은 담보 잡혀있으며, 또 그렇게 복구불가능의 신용을 지닌 채 외롭고 외로운 일터와 고시원을 무한 반복합니다. 그러다 이탈하고나 사라지면 그만인 겁니다. 발칙한 상상력의 SF소설에서 만나는 흥미진진한 설정과 사건들, 그리고 재미난 소재들이 무색하게 저는 그렇게 젊고 가난한 청년 노동자들이 눈에 밟혔습니다, 이상하게도.
“시간. 시간이 열쇠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필요한 것뿐이다.“
<p.372>
다음 이야기의 출간 소식을 봤고, 그 제목은 <미키7: 반물질의 블루스>라고 합니다. 작가가 뿌려놓은 수많은 떡밥들이 또 어떻게 수거되고, 또 어떤 가지치기를 해나가면서 이야기의 폭과 깊이를 불려낼지 기대가 됩니다. 익숙한 설정과 독특한 설정이 묘하게 교차하며 그 상황 속의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케미스트리가 더 익스펜더블한 스토리로 거듭나서, 미키월드로 뻣어나가는 작가의 창조적 욕심이 멈추지 않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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