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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 케어 보험
이희영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11월
평점 :
이은미의 노래 <어떤 그리움>에는 이런 가사가 나옵니다. ‘사랑은 슬픈 이별보다 아픈 거라고’
모든 것이 아름답고 행복한 사랑의 시간을 통과해서 마주한 이별, 그 시간에 돌아다본 사랑은 참으로 아프고 아픈 것이란 얘기일겁니다. 하고 있는 사람만이 아는 사랑과 겪어본 사람만이 아는 이별의 감정들을 말하는 걸 겁니다. 작가는 그 감정들에 케어해주는 보험 상품이 있으면 어떨까하는 설정에서 이야기를 사람들을 가지치며 소설 <BU 케어 보험>을 내놓았습니다. Break Up Care Insurance.
소설은 총 7개의 장으로 되어있고, 장의 제목들은 보험계약서의 순서를 따르고 있습니다.
1. 가입제안서
2. 보장성 보험의 특징
3. 보험 계약 정보
4. 특별 약관
5. 계약 이력
6. 담보별 보장 내용
7. 계약 상세 조회
귀엽기도 하고, 엉뚱하기도 한 상상력이지만, 이야기 속으로 일단 들어가보면 어느새 수긍하고 그 보험설계사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동의하란 곳에 훈련받은 반려견 마냥 동의를 선택하며 계약서의 마지막장까지 순삭, 도착하게 됩니다. 역시나 이희영 작가의 주거니 받거니, 종횡무진하는 대화와 묘사는 지루함이 없고 억지가 없으며 지체됨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희영 작가를 삼무(三無)의 작가라 생각합니다.
“만물의 영장이라 우쭐대지만 사실 자신의 감정조차 모르는 무지한 생명체가 바로 인간이다. 새는 하늘을 날아오르며 추락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저 온전히 자유를 만끽할 뿐이다. 그런데 인간은 왜 사랑이 커질수록 두려움도 똑같이 몸피를 키울까.”
<p.159>
사기꾼이라 의심하던 고객들이 전문 BUC (Break-Up Consultant)의 설명과 케어를 통해 스스로 정리해야할 감정과 추억을 타인에게, 그것도 심리학, 정신분석학, 인간관계론, 철학까지 겸비한 전문가에게 맡겨야만 하는 세상이라. 스스로의 감정에 무지하고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도 모르는 여전히 사랑과 관계에 어색한 이들은 여전히 주위에 널리고 널렸으니, 제법 괜찮은 보험 상품이다 싶습니다. 허나, 전문 BUC들도 인간인지라, 감정과 관계가 개입되는 사랑의 문제를 그저 상품가입의 대상으로 대하기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데 이야기의 재미를 점핑시키는 발화지점이 발생합니다. 그럼에도, BU 케어보험의 가입률을 시대를 따라 오르락 내리락 한다는 설정과 이를 만회하려는 BUC들의 고민과 노력이 또한편의 재미 포인트가 되겠습니다.
“시간이라는 저울에 달아보면 이별의 무게는 전보다 분명 가벼워졌을 것이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는 피해야겠지만, 절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p.242-243>
읽고 나니 넷플릭스에서 에피소드 아홉 개 정도의 시리즈 드라마로 만들었으면 딱 좋겠다 싶었습니다. 책의 일곱 개 장을 살리되, 앞과 뒤에 각각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하나씩을 추가해서 아홉 개로 말입니다. 그리고, 사랑과 이별은 22세기에도 23세기에도 여전한 고민거리 일테지만, 사랑의 시작이 가벼워지는 시대라고 이별의 무게도 가벼워질리 없는 시대가, 관계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그 시작도 덜 가벼워지고, 그 과정도 덜 가벼워지는 시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BU 케어 보험의 계약률이 우하향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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