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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보이
엘리엇 페이지 저자, 송섬별 역자 / 반비 / 2023년 10월
평점 :
<페이지 보이 PAGE BOY>
엘리엇 페이지 | 송섬별 옮김 | 반비
‘먼저 온 모든 사람들에게’
<p.5>
알 듯 모를 듯한, 조금은 숭고한 문구로 책은 독자를 맞이합니다. 책의 커버의 사진과 저자 정보만으로도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내용일 거란 선입견(?)으로 앨런이었던, 이제는 엘리엇이 된 미스터 페이지의 자서전 <페이지 보이>를 열어봅니다.
아마도 이 책의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책 표지일 것입니다. 커버 디자인도 단번에 눈에 띄고 독특한 방식의 날개 디자인도 그야말로 유니크합니다. 하지만, 책의 제목은 영악하다 싶을 정도로 매력적입니다.
사전적 의미의 ‘pageboy’는 ‘시동(侍童)’ 그리니까 결혼식에서 버진로드로 신부가 입장할 때 그 앞서 걸어가며, 때로는 꽃가루를 뿌리거나 하는 아이(들)을 말하며, 엘리엇 스스로가 생각한 자신을 뜻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Girl Page가, Boy Page가 되었다는 ‘선언적’이면서 ‘파격적’인 제목이다 싶습니다.
‘여러 의미에서 이 책은 낸가 엉킨 실타래를 풀어가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다.’
<p.11. 작가의 말 중>
책은 자서전이지만, 다분히 영화적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독서 자체로는 즐거운 경험을 선사합니다.
폴라를 만나 사랑을 감정을 확인하고, <주노>로 유명세를 얻을 시점이자 말할 수 없는 고통의 옥죔의 시간에서 점프 컷해서, 행복했지만 불안하기도 했던 노바스코샤에서의 어린 시절로 포워드백 합니다.
그렇게 그 시간의 엉킨 실타래를 마주하게 됩니다. 어쨌든 실타래의 처음과 나중을 찾아야 풀리는 것이니 말입니다. 그 실타래의 엉킴은 스스로를 스타덤에 끌어올려져 있지만 그곳인 벼랑 끝인 듯 애처로웠던 자신을 이야기하며 풀고, 만나고 헤어지며 위로받고 상처받은 사람들을 기억하며 풀어냅니다.
“엄마, 나 아마 동성애자인 것-”
“세상에 그런 건 존재하지 않아!” 내가 채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어머니가 고함을 질렀다.
<p.194>
액션 피규어를 좋아하고 진지구축을 즐겼던 어린 시절의 ‘개인적인 놀이’를 하면서 누렸던 해방감도, 성장과 헐리우드 배우생활 속에서의 다른 짓을 시도하는 것으로 엉킨 실타래는 더 엉켜만 갔고, 스포트라이트 이면의 개인적인 삶은 피폐해져만 갑니다. 앨리엇의 출연작 중, 최고로 여기는 <슈퍼>의 시사회와 이어지는 장면을 읽으면서는 저도 따라 텅빈 마음으로 이야기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쉽지 않은 만남과 상처들의 전시회.
그렇게 쌓여가는 필모그래피의 높이만큼, 인간 페이지로서의 삶은 침잠해들었을 거란 예상대로 힘겹게 시간을 이어가고 마침내(!) 결정의 시간을, 고통스럽지만 거뜬히 마주합니다. 속이 후련하면서도 걱정과 우려의 마음으로 그의 등 뒤를 따라가면 이야기를 지켜보는 제 마음도 아려옵니다.
“드디어 눈앞에 입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그 안으로 들어갈 때였다.”
<p.373>
LGBTQIA+ 정체성은 여전히, 어쩌면 지구 종말에 이르러서도 마이너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래서, 이제 막 시작된 엘리엇 페이지의 시간이 쉽진 않을 테지만, 그의 용감하고 힘 있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다른 의미로 소외되고 구별되었던 저를 위로하면 내미는 손의 감촉을 느낄 수 있을 듯 따스합니다.
책을 덮고, 표지의 사진을 들여다봅니다. 외양은 예전에 제가 기억하는 모습과 많이 달라졌지만, 그의 눈만은 예전처럼 아름답고 따뜻하게 빛나고 있었고,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구불구불한 길 위에 서 있지만 서로와 함께이고, 여러분과 이곳에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에 감사합니다.”
<p.394. 감사의 말 중>
ps. 포털 네이버와 다음에서 ‘앨런 페이지’를 검색하면 ‘엘리엇 페이지’로 검색결과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미지는 여전히 앨런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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