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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스강의 작은 서점
프리다 쉬베크 지음, 심연희 옮김 / 열림원 / 2023년 10월
평점 :
생소한 스웨덴 작가 프리다 쉬베크의 2019년 작품은, 익숙한 설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분주한 일상에 정신없이 일에 파묻혀 살던 주인공의 삶에 균열이 생기고 정신적인 균열까지 찾아올 즈음,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이모가 죽으면서 런던 템스강의 작은 서점을 유산으로 남겼고, 어렵게 시간을 내서 유산을 정리하기 위해서 그 서점을 방문하는데...
언뜻 생각나는 이런저런 영화들과 소설들이 떠오릅니다. 그 중에는 동물원도 있었고, 식당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마주한 다른 상황과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사랑에 빠지고, 인생의 진면목을 발견하게 되어 그 유산을 상속받기로 하고 새로운 인생을 기꺼이 맞이하게 된다는 해피엔딩.
큰 틀에서 <템스강의 작은 서점>도 그런 익숙한 이야기들의 궤를 쫓아가는 듯합니다.
“테를 두른 묵직한 유리문은 수십 년은 족히 닦지 않은 것 같았다. 샬롯테는 손 소독제를 다시 쓰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일단 안에 들어간 순간, 위생 따위는 싹 잊고 경건한 마음으로 주위를 둘러보게 되었다. 모든 게 묘하게도 낯익어 보였다. 동시에 백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천장까지 솟은 어두운색 책꽂이들은 책 무게 때문에 판자가 휘어졌다. 바닥에는 널따랗고 모양이 제각각인 마루판을 맞춰 깔아놓았고, 닦지도 않은 창문 너머로 비쳐드는 햇빛을 받으며 먼지 입자가 춤을 추었다.”
<p.31-32, 9월 4일 일요일 중>
그렇게 찾은 리버사이드 드라이브 187번지. ‘단호하게 거대한 서점 손잡이에 손을 뻗은’ 순간, 그 안에서 맞이하는 공간과 그 묘사들은 몇 번이고 읽고 또 읽었습니다. 애서가라면, 그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져있던 간에 속수무책으로 무장해제 되고야 마는, 서점이라는 대상만의 빛깔과 분위기에 매료되고야 말았습니다. 클리쉐 덩어리일 듯하단 경계심과 선입견은 무너지고, 샬롯테의 등뒤를 따라가며 서점을 둘러보고 숨을 들이키고 눈을 감고...
“아아, 크리스티나. 이런 일이 다 일어나다니, 정말 미안해. 다시 되돌릴 수만 있다면 뭐든 할 텐데. 너랑 이야기하면서 다 설명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네가 날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대도 난 이해해. 부디 언젠간 날 용서해주길 바라. - 사라가”
<p.63>
새롭고 낯선 환경에서 제한된 시간 머무르면 만나는 상황들, 사람들, 고양이 그리고 미스터리. 이 이야기의 매력은 그 익숙한 것들의 틈을 비집고 올라오는 이 미스터리입니다. 목차를 보다가 발견한 특이점이 그 미스터리에 대한 단서들인 40여 년 전의 날들입니다. 주인공의 엄마와 자신에게 서점을 유산으로 남긴 존재조차 몰랐던 사라 이모와의 사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현재와 40년 전을 교묘히 오가며 이야기가 쌓이고 비켜가는 것을 긴장감이 묘하게 매력적인 이야기로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결국 마주하는 진실과 주인공의 결심. 600페이지를 살짝 넘기는 분량의 이야기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는 맛이 상당히 흡족합니다. 나에게도 이런 서점 하나 유산으로 남겨줄 익명의 이모님 어디 없을까 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그 서점은 홍콩 섬이 건너다 뵈는 침사추이 어디쯤이면 좋겠다, 하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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