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이 별건가? - 이탈리아를 입고 먹고 마시는 남자 오세호의 쉬운 와인 이야기
오세호 지음 / 책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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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지인들을 만나면 자연스레 와인 이야기로 흘러가거나, 와인과 페어링하는 저녁 메뉴로 고민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예전엔 포도주라 했는데, 요샌 와인이라 불러야 하는 시대(?)가 되었고, 오로지 레드와인만 있는 줄 알았는데, 화이트와인, 스파클링와인, 아이스와인, 로제와인 등등 종류한데, 사용되는 포도 품종에 따라, 대륙과 국가에 따라, 그뿐 아니라, 지역별, 농장별, 빈티지별 와인들이 있으니... 와인을 곁들인 식사를 하다보면, 어떤 날은 이게 한끼 식사를 하는게 아니라 다들 무슨 스터디나 강의시간인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분위기가 연출되곤 합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 아니 아는 만큼 맛있다라는 문장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대상에 적확하게 들어맞는 것에 와인만한 것이 있나 싶을 정도입니다.

당연히 와인의 출신성분이 그러하니, 사용되는 용어들을 아무리 보고 듣고 맛보고 즐기고 외워도 도통 외워지지 않는 외국어들이고 보면, 어느새 자포자기 하거나 그냥 아는 척하거나, 막무가내로 그냥 맛있으면 그만이지 뭘 그리 알아야할게 많느냐며 투덜거리며, 와인이나 마시자! 하고 맙니다.

 

“1978년 동부이촌동, 초등 1학년이었던 나는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놀기보다 곧장 어머니가 운영하시던 의상실 소정 옷집으로 달려갔다. 당시에는 구경은커녕 구하기도 힘들었던 패션 잡지 보기에 푹 빠져 있었다.”

p.19>

 

와인과의 첫 만남을 소개하며 어떻게 저자가 이탈리아와 와인에 연이 닿게 되었는지를 소개하는 이야기로 책은 시작합니다. 거기에 등장하는 어머니의 의상실 상호와 사진들. 5년 여 전에 작고한 윤소정 배우 였습니다. 단번에 저자 오세호 작가의 가계도가 한번에 그려졌습니다. 그리고 떠난 밀라노 패션스쿨 시절을 통해, 저자 스스로의 정체성을 깨닫게 됩니다. ‘옷보단 와인’!

 

프랑스, 이타리아, 스페인 등 와인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나라에서는 잔을 돌리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 고급식당일수록 거의 없다고 본다. 와인을 분석하는 듯한 화학 시간보단 와인을 즐기는 것이 매너이기 때문이다.”

<p.48>

 

스월링, 디캔팅, 브리딩... 와인 마시며 이야길 나누다보면 자주 등장하는 용어들입니다. 뭘 뜻하는지는 이제사 알게 되었으나, 정확히 어떻게 하는 것이고 그래서 어떤 차이가 생기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책이나 이러저러한 매체들을 통해 와인을 공부하고 와인을 더 잘 즐기기 위해서, 혹은 더 잘 아는 척하기 위해서 혹은 여러 다양한 이유로 와인을 마시기 전 혹은 마시면서 진행되는 일련의 행위들에 대한 저자의 의견과 조언들도, 그저 테이블에 마주 앉아 조근조근 친절히 들려주는 지인의 목소리로 저자는 이야기로 풀어냅니다. 그래서 책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영화나 드라마의 장면처럼 기억되고, 더 쉽게 이해되고 기억하게 되는 느낌입니다.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르듯, 한국에서는 한국의 주도나 예의범절을 따라야 한다는 웃픈 경험담도 제대로 이탈리아를, 와인을 즐기기 위한 태도를 이해하는데 굉장한 인사이트를 주는 원포인트 레슨 같은 것이었습니다.

 

와인 공부할 시간에 (지금 읽고 있는 이 책도 덮어 버리고) 지금 당장 나가서 와인 하나라도 더 마셔 보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와인을 찾아보자. 평생토록!”

<p.137>

 

이 책에는 와인뿐만 아니라, 익숙하거나 생소한 다양한 이탈리아 음식들도 함께 소개합니다. 소위 마리아주라 칭하는, 와인과 조화롭게 함께 즐길거리들인 샘인데, 이 리스트 또한 챙겨둘만 합니다.

이번 주말엔, 근처 와인샵에 들러서 바르바레스코의 사삐도한 맛을 시도해볼 괜찮은 와인을 찾아다녀봐야겠습니다. 가을이 깊어가고 와인도 익어갑니다. 맛있는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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