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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종의 마음 ㅣ 시인동네 시인선 205
이제야 지음 / 시인동네 / 2023년 5월
평점 :
<일종의 마음>
이제야 시집 | 시인동네 시인선 205
가을에 접어들어 버렸고, 마음은 계절 따라 헛헛해져만 가고 있습니다. 이제야 시인의 시를 이제야 만난 것이, 시를 읽는 내내 마음에 쓰였습니다. 진작 만났더라면 나의 후회되는 지난 순간들에서 덜 후회될 말들이 기억났을 텐데 하는 마음이었고, 드라마틱하진 않지만 평범하고 안온한 나의 일상에 더 감사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마음이 또 다른 것이었습니다. 아무튼, 이제야 시인의 시들은 멀찍이서 들여다보는 삶의 관조와 나의 곁을 지키고 내가 곁을 지키는 이들과 것들의 소중한 마음을 다시 기억해낼 수 있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지나가는 시간들이 생겼다.”
“고맙다고 말해도 되는 것들이 많아졌다.”
<p.79 일종의 마음 중>
계절과 사람도, 새벽녘과 해질녘의 시간과, 닿지 않는 마음과 치유되지 않은 과거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지나가는 시간을 그대로 보내주고 그저 고맙다고 말해도 되는 것을 말하는 시인의 말들이 고마웠습니다. 그렇게 시인은, 시는, 시의 말들을 보이는 것에 제한된 말 뿐인 위로에도, 그걸로 족하니 너무 마음 쓰지 말라고 다독입니다. 때론 다정하게 때론 무심하게, 하지만 대부분 섬세하게.
“다시 밤이 되면 아무 몸도 없는 글자들이 남았던 밤
사랑하는 만큼 문자의 모양이 단단해진다는데“
“시간에 뿌리를 내리면 마음이 길을 터 꽃의 모양이 되는데
왜 구름보다 구름 같은 마음을 통과해야만 할까“
<p.96 낭독회 중>
마음의 모양을 시간을 들여 글자로 시를 짓는 시인의 마법의 시간. 그 시간들과 마음들이 담겨지는 시를 만나는 것은 사계절 어느 때라도 좋겠으나, 가을, 가을이면 더욱 좋겠습니다. 하루 종일 이런저런 사람들과 이런저런 일들로 구름 같은 마음을 통과하느라 지쳐버린 밤. 소리 내어 낭독한 시는, 빈 방을 채우고 빈 밤을 지나고 수많은 하루의 곁들을, 그 곁들의 간격을 생각했습니다. 흐트러진 말들과 생각들이 거두어져서 마음에 차곡차곡 쌓였습니다. 시가 참 고마웠던 순간들. 그렇게 이제야 시인의 시집 <일종의 마음>은 이토록 하루하루, 일상의 보통날들을 보듬고 추스르고 담담하게 품어낼 마음의 단초를 제공해주는 일종의 보약 같은 말들이었습니다. 적어도 나에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