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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라이프 마인드 - 나이듦의 문학과 예술
벤 허친슨 지음, 김희상 옮김 / 청미 / 2023년 9월
평점 :
밀레니엄세대, 제트세대, MZ세대, 알파세대, 잘파세대 또 무슨무슨 세대...
그리고 나의 카테고리는 위에 나열된 다른 세대들 보다 오히려 힙해보이는 X세대.
그렇게 X세대들은, 이제 중년이 되었습니다.
또 앞으로 또 세상은, 세대를 구분하고, 그 특징을 간파하여 들여다보고 규정지어보려고 무던히도 노력해갈 것임에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세대이든 그들도 지금의 X세대가 마주한 미드라이프에 접어들 것임에 분명합니다. 그러기에, 미드라이프 마인드를 들여다보는 것은 전인류적(?) 프로젝트임에 분명합니다.

켄트 대학교 유럽문학 교수인 저자는, 단테에서 베케트까지, 몽테뉴에서 보부아르까지 두루 섭렵하며, 그 위대한 작가들의 작품에서 중년이라는 이름의 위치와 기회를 투과해내며, 찬찬히 하지만 친근하게 마주한 그 시간을 직면하는 용기를 권합니다.
‘이 책은 그런 늘어나는 뱃살을 다룬다. 문학사의 몇몇 위대한 인물의 도움을 받아가며 이 책은 과거에 중년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현재에는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미래에 중년이 생산적이 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살피고자 한다.’
<p.9_프롤로그: 늘어나는 뱃살 중>
하지만, 그런 고전들뿐만 아니라, 젊은 시절부터 지금껏 즐겨 찾아서 듣곤 하는 현대대중음악, 라디오헤드의 <파라노이드 안드로이드>에서도 그 숨은 세대적 통찰과 단테의 신곡을 지나 T.S. 엘리엇의 <황무지>로 연결하여 중년의 깨달음에까지 이르는 연결고리를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초대교회의 사도 바울이 경험한 ‘다마스쿠스의 기적’에 가까운 경험을 마주하며 스스로의 전향을 간증하기에 이릅니다. 이토록 폭과 깊이와 높이가 남다른 저자의 통섭적 해박함이 부각시켜주는 미드라이프의 정체는 그렇게 서서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 하나의 순간을 가지고 내가 너무 호들갑을 떠는 걸까? 중년에 이르렀음을 알려주는 이정표 가운데 하나는 어떻게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택하게 되었는지 돌이켜 보기 시작하는 지점이다.’
<p.302_제8장 ‘가운데 끼어 걷는 세월’ 중>
단테 이후에 ‘중년의 위기’가 수면 위로 등장했다고 간파한 저자는, 그러므로 문학이 좀 더 근본적으로 우리에게 베풀어주는 중년을 ‘연습’하기를 멈추고, 중년을 ‘살기 시작’하라고 권유합니다. 최근 몇 년간의 나의 삶을 들여다보기라도 하는 듯, 저자는 ‘늘 되풀이되는 일상에 느끼는 지루함’을 언급하며 그 정체(停滯)가 어른으로 살아가는 인생, 즉 중년의 진짜 적이라 규정합니다. 그런 적을 상대하는, 인생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들어주는 ‘방편’으로서의 문학의 역할을 다시 인식시킵니다.
‘조금만 노력하면 중년의 정신은 정신의 중년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p.449_에필로그 중>
이제 막 시작된 나의 미드라이프, 그 유일한 나의 인생의 시간을 오롯이 나를 들여다보며, 분주한 일상과 지루한 생활에 나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함과 동시에, 문학과 그에 연결된 수많은 권유들에서 미드라이프의 정체(停滯)에 연연하기보다, 그 정체(正體)를 알아내고 마침내 누려내길 소원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