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에 귀 기울일 때 푸르른 숲 43
안드리 바친스키 지음, 이계순 옮김 / 씨드북(주)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동차는 장난감처럼 곧장 철도로 밀려났다. 기차가 그들을 향해 전속력으로 돌진하고 있었다.
세르히는 귀에서 나는 이상한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 ‘파도 소리인가 보다.’ 세르히가 천천히 눈을 떴다. 일어나 앉으려 했지만, 팔다리가 붕대에 칭칭 감겨 공중에 매달려 있었다. 네모나 기계 화면에 초록색 광선이 일정하게 위아래로 움직이고 있었고, 기계와 연결된 케이블에서 가느다란 전선들이 뻗어 나와 마치 촉수처럼 세르히의 몸에 붙어 있었다. 세르히는 이곳이 병원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p.14-15)

세르히 페트리나. 아들이 클라리넷이나 섹소폰을 연주하기를 원하는 교향악단에서 클라리넷을 연주하는 아
빠와, 아들이 바이올린을 연주했으면 하는 음악 학교 바이올린 선생님 엄마를 둔, 가라테를 하고픈 소년이 있습니다. 결국 피아노를 치게 된 열네 살의 피아니스트 세르히는 바다가 갑자기 보고 싶어 떠난 가족여행을 통해 전혀 다른 삶을 마주하고야 맙니다.

우리들에겐 생소했던, 하지만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유명해져버린 우크라이나. 그 땅의 사람들,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신선함이 앞서지만, 그 이야기는 시작과 함께 산산조각 나는 듯합니다. 하지만, 그 절망을 마주하고서도 그 너머를 함께 바라볼 친구를 가지고서야 상실한 청력과 꿈도 아무 상관없이 너끈히 이겨낼 이유들이 됩니다. 지금의 우크라이나에게 친구가 필요하다는 듯 이야기는 지금으로 읽혀집니다.

“걱정하지 마. 뇌의 청각 기능이 회복되었다면 곧 언어 기능도 회복될 거야.”
사실 세르히는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그저 야린카가 말을 하기 시작한 것이 기쁠 뿐이었다.
(p.163)

이야기가 끝나도 끝나지 않습니다. 지그시 감은 눈 속의 어둠은 이내 조명에 환해지고, 세르히의 피아노 연주에 맞춰 춤추는 야린카의 모습이 끝끝내 맴돌며 이야기는 끝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내내 그렇게 한 장의 사진으로 멈추어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평화와 세계의 화합을 기원합니다.

#적막에귀기울일때 #씨드북청소년 #청각장애 #장애인인권 #우크라이나문학 #청소년SF #씨드북
#안드리바친스키 #이계순 #우크라이나에평화 #서평단리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