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요새 - 사유의 미로를 통과하는 읽기의 모험
고명섭 지음 / 교양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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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데거 극장>과 <니체 극장>으로 유명한 한겨레신문 기자/논설위원이기도 한 고명섭 작가의 신작입니다. 500페이지를 훌쩍 뛰어넘는 제법 투툼한 책에 우선 압도당할 수도 있으나, 목차를 들여다보면 그럴만도 하다 하며 금새 수긍하게 됩니다. 작가가 101권을 일일이 리뷰하며 그 속에 담겨진 생각들을 드러내는 글을 6개의 장에 나누어 펼쳐내기 때문입니다. 작가가 안내하는 여정은, ‘사유의 숲길-생각의 요새-사상의 기원-회통에서 개벽으로-마음과 우주-지혜의 시대’로 연결되며, 성실과 집요로 책들을 들여다보되, 최대한 독자를 배려하며 보폭을 맞추려한 친절함이 곳곳에 묻어납니다.

책을 여는 ‘프롤로그’를 읽는 것으로 이미 마음은 웅장해집니다. 사마천과 마키아벨리의 편지로 그들의 저작물이 어떻게 잉태되어 출산에 이르렀는지, 인류를 이끈 생각의 큰 흐름들 마다 우뚝 서있는 책들은 그 저자들의 곤란함과 혼란스러움에서 태어났음을 차례차례 보여줍니다. 그리하여, 우리의 독서라는 행위가 다름 아닌 ‘생각 읽기이고 마음 읽기’여서 이 또한 ‘곤궁한 마음에 생각의 씨를 뿌리는 일’이라 일갈합니다.

‘오래 굶주린 생각이여, 어둠 속에 뿌리를 내리고 하늘에 닿도록 자라 올라라.’
(p.23)

저자는 이렇듯 우리 독자의 자세를 고양하는 글로 시작해서, 동서고금의 다양한 생각이 담긴 101권의 책들을 읽어내며 그 생각들을 들여다보고 내놓아 나누면서, 독서함이 얼마나 신성하고 유의미한 일인지를 설파하고 또한 격려합니다. 책의 말미에 부록처럼 붙여놓은 ‘도서목록’은 모두 우리나라에 소개된 책들임을 확인할 수 있고, 아직도 얼마나 많은 해내야 할 일들이 우리 앞에 놓여 있는지 한 무더기의 숙제를 보따리를 받아든 엄청난 부담감과 더불어 든든한 지원세력 같은 안도감을 느끼게 됩니다. 페이지 순서대로 쭉 읽어내도, 장별로 묶어서 읽어내도, 아니면 아무 페이지라도 탁 펴서 읽어내도 나름의 독서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소중한 책들의 책입니다. 처서를 지나 가을로 들어가는 지금, 생각의 바다로 첨벙 뛰어들어보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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