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예술 토머슨
아카세가와 겐페이 지음, 서하나 옮김 / 안그라픽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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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 출간되었던 책. 일본 거리 구석구석 토머슨의 유령, 그러니까 토머슨을 일본어로 음독하여 쓴 초예술(HyperArt)이 결합하여 나온 것이 이 책 <초예술 토머슨>이란 종이 묶음에 들러붙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봄직하고 읽음직한 작품들을 내놓기를 즐겨하는 안그라픽스를 통해 한반도에까지 상륙하기에 이르렀고요. 그런데, 큰일입니다. 토머슨들이 가는 곳곳, 식당이며 골목길이며 아파트 담벼락에까지 출몰하고야 맙니다. 이렇게나 해악을 끼치는 본 책 <초예술 토머슨>은 의식하지 못했던 존재들, 어쩌면 유령들?,을 인식하고 마주하고 심지어 간파하거나 간파당하고야 말게 합니다.

관념의 자주성, 로지컬 오토노미 logical autonomy는 왼쪽에서도 오른쪽에서도 반드시 볼 수 있는 현상이지만, 이것은 한심한 육체 관리가 만들어낸 뇌신경의 군살 현상이다. 그런 군살이 붙으면 뇌신경은 대부분 활성화되지 못하고 망가진다. 평소에 뇌가 육체와 제대로 보폭을 맞추면 그런 군살은 뇌에 붙지 않는다. 이를 부연하자면 즉 평상시에도 물건과 자주 교제하면 뇌는 상쾌해진다. 육체가 바로 물건이니까. 그런데 뇌의 군살이라니, 이거 뇌의 토머슨 같은데...
(p.172)

이런 식입니다. 토머슨은 사물이더니 어느새 인류를 위협하기까지 합니다. 마치 1956년작 <신체강탈자의 침입>의 외계인을 대신해서 토머슨이 스멀스멀 인간 세상에 인간 자체에 들러붙는 것, 동일 시 되는 과정을 묘한 공포와 핍진성을 끼얹었듯 말입니다. 뇌의 군살이라는 토머슨이라는 유령이라니 말입니다.

급기야 일본을 벗어나 프랑스와 중국 도처에서도 출몰하는 토머슨들에 대한 보고들을 마주하자니, 정말 큰일이구나 싶습니다. 그리고, 이 보고들이 40여년 전의 것이라면 지금은 얼마나 퍼져있고 우리 인류는 얼마나 그 영향력 아래에 있는 것인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에 그만 소스라치게 놀라 억 소리를 내뱉고야 말았습니다. 정말로 이 책, 해악 덩어리입니다.

어른이라면 이런 쓸모없는 행동은 하지 않을 거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계단 앞에 서보니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듯이 올라가고 싶어졌습니다. 이 물건은 인간의 행동마저 토머슨화하는 힘을 지닌 듯 합니다.
(p.435)

‘토머슨화’로까지 진화(!)한 그들의 무쓸모의 아름다움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서슴없게 합니다. 사물의 토머슨화로 사물은 최고급 물건이 되게도 하고 말입니다. 수목이 인공물을 집어삼키거나 흡수해버리기까지 하면서 그 끝을 알 수 없는 확장력을 보고한 부분에서는 마침내 절망적 운명을 실감하고 맙니다. 어떻게 하려고 이렇게나 토머슨을 인식해버리게 내버려뒀는지 <초예술 토머슨>이 소름끼치기도 합니다. 이미 하나의 사상이 되어버린 토머슨, 이제 어찌할 도리가 없게 되었습니다. 도처에 숨어있는 토머슨들과 토머슨화되고 있는 현장들을 색출해내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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