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름
델핀 페레 지음, 백수린 옮김 / 창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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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네 시골집, 그러니까 외가댁은 내 어린 시절의 천국 같은 곳이었습니다. 방학기간이나 명절 연휴에는 2박 3일 정도 그곳에 머물며 외사촌들과 까마득한 시간들을 보내곤 했습니다. 특히, 해가 길었던 여름방학의 시간들은 켜켜이 쌓여 추억 범벅 오감으로 내 몸 구석구석에 아로새겨져 있습니다. 부모님 없이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에게 맡겨지기라도 한 날들엔 정말이지 끝나지 않기를 매일 밤 기도하며 놀아재꼈습니다.
들판의 꽃과 나무, 산등성이에서 마주한 동물의 발자국 때로는 시체, 해질녘 돌아오는 논두렁을 가로지르는 고라니며, 마당을 가로질러야 있던 화장실과 방 한구석에 작은 문으로 연결된 다락방까지.

여름의 한날, 소년과 엄마가 엄마의 옛집을 방문하며 마주하는 사물들, 사람들, 사건들, 추억들을 여백 가득한 그림들과 담백한 대화들로 보여줍니다. 수채화의 색들이 서로 마주쳐 번지듯 여름과 지금과 과거가 마주치며 묘한 감정을 만들어내고, 어느 순간에 울컥하게도 합니다. 엄마의 흔적, 할아버지의 흔적이 남은 자리들, 물건들, 공간들, 산과 들. 그렇게 소년에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름’으로 기억될 시간, 하지만 언젠가 흐릿해져 잊혀질지 모를 여름이 흘러갑니다. 소년은 자라나고, 엄마도 자라납니다.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는 시간들과 사람들을 눈과 마음에 담고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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