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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휴먼스 랜드 (양장) ㅣ 소설Y
김정 지음 / 창비 / 2023년 7월
평점 :
제3회 '창비X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 소설상' 대상 수상에 빛나는(!) 작품을 미리 가제본으로 만나보았습니다. 김정 작가에 대한 별다른 전작 정보가 확인되지 않는 걸로 봐서, 첫작품으로 대상을 수상한 것으로 보이는데, 대단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구성과 이야기적 재미가 빼곡하게 담겨있습니다.
설정 자체는 그닥 새로울 것은 없는, 2044년과 2050년에 두차례 전지구적 재난을 거치며, 사람이 살지 않는 지구육지 57%를 '노 휴먼스 랜드'로 지정하게 되는데, 대한민국은 국토 전체가 '노 휴먼스 랜드'로 지정되었고, 2070년에 생태계 조사를 위해 파견된 조사단이 서울로 들어와 마주하게 되는 이상한 일들과 존재들, 그리고 그 상황에서 조사단 내부와 외부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을 긴장의 완급을 조절하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카카오페이지'의 특성 상, 짧은 호흡으로 재미요소들이 치고 빠지면서 독자는 이야기 속에 흠뻑 빠져들게 하는 매력을, 작가는 최대한 살려 이야기를 전진시킵니다. 읽는 내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고, 등장인물의 다양한 군상들과 대화들로 캐릭터를 뽑아내면서 이야기 맛의 시너지 효과를 더합니다. SF영화보다는 스페이스 오페라 같은 느낌의 요소들이 다분합니다.
"그렇게 자아를 초월한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 굳이 남에게서 무엇을 빼앗으려 하지 않지. 그건 나에게서 빼앗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누구를 다치게 하지도, 무언가를 파괴하지도 않지. 그렇게 사람이 만들어 내는 모든 종류의 문제가 자연히 사라지는 거야. 폭력, 절도, 전쟁, 기후문제까지. 플론은 사람들을 고통과 슬픔, 외로움과 두려움에서 영원히 해방시킬 거야." (p.192)
작가는 '플론'이라는 독특한 식물을 메인 설정으로 집어넣음으로, 인간이 초래한 전지구적 위기의 대안이 비인간이라는 설득을 또다른 플롯으로 진행시킵니다. 하지만, 이 설정을 통해 지구를 구원할 주체는 인간 스스로여야 한다고 강하게 역설하고 있으며, 제대로 이야기의 흐름에 올라타서 설득력을 더합니다.
사실, 이런 결말이 조금 진부하게 비칠 수 있는 약점이 있지만, 달려온 이야기의 속도감이 무리없이 독자를 엔딩에 이르도록 재미를 밀어부치는 글빨(!)이 상당한 신인작가의 발견이다 싶습니다. 김정 작가님의 차기작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