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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면 유쾌한 할머니가 되겠어 - 트랜스젠더 박에디 이야기
박에디 지음, 최예훈 감수 / 창비 / 2023년 6월
평점 :
유쾌한 시트콤을 보듯 술술 읽히는 글맛이 제법입니다. 저자 본인의 이야기를 잘 들려주려고 애쓴 결과다 싶습니다. 87년생 박에디는 스스로 주문을 걸듯 "잘하면 유쾌한 할머니가 되겠어"라고 선언하듯 자신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담았습니다. 경쾌하지만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아프디 아픈 자기를 찾아가는 여정을 속속들이 담아낸 트렌지션 실용편이라 할만 합니다.
박에디는 가족, 친구들에게 커밍아웃하며 그들의 소중함을, 스스로의 확신을 선물받습니다. 생존하되 웃음을 포기하지 않기로 작정하며, 폭력적 상황에서도 배시시 웃고 썩소를 가벼웁게 날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심과 반복을 번복하며 한없이 침잠하다가도, 박에디는 스스로를 믿고, 지지하는 동지들을 만나고, 앞으로 나아가서 마침내 동그란 에디가 됩니다. 그렇게 젠더된 도리를 다하기로, 경험할 수 있는 세상 모든 경험을 다 하고 가리라, 그 삶을 가시화하리라 굳게 다짐합니다.
나로서는 그저 유쾌할 것만 같더니, 위기가 찾아왔으니... 오디세이라 할만한 성확정수술과 성별정정을 거치는 과정은 숨이 멎기도 하고 심장이 급 쿵쾅대기도 했습니다. 세상에 차고도 넘치는 선량한 차별주의자들 사이에서 내 삶을 오롯이 나로 산다는 것의 험난함을 유쾌한 할머니가 되기로 한 박에디도 피해 가지 못합니다. 하지만, 결국 성공해내고 이렇게 산뜻하게 한 권의 책으로 묶어냅니다.
그리고, 따스하게 두 손을 내밀며, 동지들에게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말합니다.
"그러니 우리, 징그럽게 계속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