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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빠진 소녀
악시 오 지음, 김경미 옮김 / 이봄 / 2023년 6월
평점 :
<바다에 빠진 소녀>
악시 오 장편소설 / 김경미 옮김
인생의 전부였던 오빠를 따라 몰래 오른 배가 인당수로 향하고, 미나는 심청 대신 바다로 몸을 던진다.
과연, 미나의 운명은!? (신비스런 BGM이 깔린다)
한국계 미국인 2세 악시 오의 소설 <The girl who fell beneath the sea>)는 재미있는 번역가로 정평이 나있는 김경미의 번역으로 <바다에 빠진 소녀>로 다시 태어났다. 누가 보더라도 고전 <심청전>의 기본 이야기에 변주와 상상력(물론 <심청전>도 판타지이지만...)을 더해 탄생한 21세기 K-판타지이다.
익숙한 듯, 이질적인 이야기는, 읽어들어가면 이야기 자체의 재미와 더불어, 원안 <심청전>을 어떻게 치고 빠지는지를 기대하는 마음이 재미를 배가하는 시너지(!)효과까지 낸다. 번역과정에서 한국 독자들에게 매끄럽게 읽히도록 튜닝되었을 소설을 완독하고 나니, 소설의 영문본으로 다시 읽고 싶은 마음 간절했다. 그리고, 원안 <심청전>의 배경지식 없이 이 소설을 마주하는 영어권 독자들의 입장이 궁금하기도 했고, 영어의 뉘앙스가 주는 재미에 대한 호기심이 지대해졌다.
그리고, 요 몇년 사이에 남발된다 싶을 정도로 사용되고 있는 "K-어쩌고"가 살짝 낯간지럽기도 하지만, 우리 고전인 <심청전>의 든든한 이야기적 재미가 세대와 국가를 뛰어넘는 원안으로 충분히 읽힐 수 있다는 자부심은 이 소설의 또다른 부록되시겠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는 바닷속으로 뛰어든다.' (p.17)
이 소설은 재미도 재미지만,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이야기가 나아간다는 점이 이야기의 성격에 너무나도 딱붙이다. 스스로의 결정으로 자신의 운명으로 나아가는 독립된 여성의 이야기에는 더없이 적절한 작가의 선택이다 싶었다. 판타지적 세계관 속이지만, 현실에 발 딛고 서있는 이야기는 그래서 그 재미를 배가 시킨다. 정말 재미있다. 소설의 미덕이 달성되는 지점.
청소년 소설을 지향하는 모양새의 소설이지만, 그들을 자녀로 둔 부모세대들도 나름의 재미를 선사하기에 충분한 소설 <바다에 빠진 소녀>, 일독을 권한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는 바닷속으로 뛰어든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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