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 Rock - A급 밴드의 B급 음반
사은국 지음 / 도서출판 11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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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라 반갑다. 제 아무리 케이팝에 한류 할아버지가 세상을 호령하는 세상이 되었지만, 전설의 레전드는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의 데스티니 같은 것이거늘!

'불혹은 넘은'으로 소개되는 또래 작가의 컴필레이션이 발군이고, 가수와 음반의 앞얘기, 뒷얘기를 맛깔스레 담아낸 플레이팅(!)도 매력적이다.

나의 어린 시절로 '성큼' 들어선 그 형님들의 음악은 지금 들어도 '심쿵'을 피할 수 없음은 물론이거니와, 정성으로 오롯이 담아낸 스무개의 A급 밴드들과 그들의 20개의 B급 앨범(?)들을 적당한 볼륨의 BGM으로 걸어두고서 읽어내리는 페이지 페이지의 면모가 황홀하게 즐겁다.

익숙한 앨범의 곡들과, 낮선 앨범의 곡들이 늘어선 전설의 숲을 지나노라니, 역시나 옛 추억이 아련하게 떠오로고야 만다. 그때 함께 했던 그 녀석들과 그녀들은 지금쯤 어디서 뭘하고 있을까? 가끔 함께 듣던 노래가 라디오에서 들려오면 내 생각은 나는지... 이크, 삼천포.

아무튼, 사은국 작가의 <AB ROCK : A급 밴드의 B급 음반>(이하, <AB ROCK>)은 보이그룹과 걸그룹이 천하통일한 모양새의 작금의 팝씬이 기억해야 할 레마를 제시하는 듯한 기시감을 느꼈다.

세상을 쥐락펴락했던 형님 밴드들도, 나름의 사정으로 고난한 시절을 면치 못한 적도 있었고, 인기몰이의 후폭풍으로 건강을 잃고 영감을 잃고 맴버를 잃어버려 끝내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했었고, 그 던전의 한가운데에서 새로운 광명을 발견하고 수직상승하며 불사조처럼 되살아나기도 했으니 말이다. 장사꾼과 예술혼 사이를 절묘한 균형감의 외줄타기를 거뜬히 해낸 그들은, 과연 레전드였노라!

그래서, 독자들은, 그 밴드들의 팬들은 이 책, <AB ROCK>을 들추며 만나는 앨범들을, 그 안에 빼곡한 음악들을 하나하나 꺼내 먹는 맛을 누리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책으로 기억될거라 믿는다. 아니, 각자의 뮤직 스테이션 한켠에 <AB ROCK>을 두고서, 가끔 랜덤으로 펼쳐진 페이지의 밴드와 그 음악을 찾아들어도 너무 괜찮은 반려독서이자 반려음반 리스트를 두는 거지 싶다.

겨울의 끝자락, 반짝 꽃샘추위가 지나야 봄이 오듯, 그들의 B급 앨범이 아니었다면 A급 밴드들의 디스코그라피는 지금 보다 훨씬 단조로웠으리라! 그대들의 반려서적으로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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