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슬픔만 남는 것이 아니다.

흔히 자식은 땅이 아니라 가슴에 묻는다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냥 묻어주는 것만은 아니다.

죽음은 씨앗과도 같은 것이다. 슬픔의 자이레서 싹이 나고 꽃이 피고 떨어진 자리에서 열매를 맺는다

오히려 살아 있는 사람들보다 우리의 삶을 더 푸르게 하고 풍요롭게 하는 추임새로 돌아온다.


세상에 많은 이별이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영영 볼 수 없는 곳으로 떠나보내는 아픔을 어떻게 글로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는 이 시대의 대표 지성 이어령이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모든 이에게 들려주는 위안과 희망의 이야기이다. 어릴 때부터 영특했던 딸은 대학을 조기 졸업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미국으로 떠나 어려운 여건 속에서 꿋꿋이 공부를 해 검사가 되지만 사랑했던 남편과의 이혼, 사랑하는 아들을 잃는 아픔을 겪게 되고, 실명의 위기를 겪으며. 작은 아들은 자폐 진단과 암 투병이라는 고통을 겪게 된다. 한 사람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가혹한 모든 고통들을 이민아는 종교에 대한 믿음으로 극복하고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서 암으로 투병 중인 극한 고통 속에서도 아프리카의 불우한 아이들을 위한 선교봉사 활동을 계속해 나간다. 다시 암이 재발하고 시한부 선고를 받았을 때도 의연하게 받아들이면 마음의 평온을 지켜내는 딸의 모습을 바라보는 아버지 이어령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딸을 떠나보내고 3주기를 맞으며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를 펴낸다. 이 책 속에는 지식인으로서의 이어령과 아버지로서의 이어령의 글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아내가 딸을 임신한 축복의 순간부터 딸을 떠나보내는 슬픔의 순간까지 딸의 모습을 회고하며 그때그때 딸에게 전하지 못 했던 아버지의 사랑과 아픔과 후회하는 마음을 회고하는 글이다. 그리고 딸에게 직접 해주지 못 했던 굿나잇 키스를 이젠 하늘나라에 있는 딸에게 글과 함께 보낸다.


우편번호 없는 편지

그런데 어찌하면 좋으냐, 너는 지금 영원히 깨어날 수 없는 잠을 자고 있으니, 내가 눈을 떠도 너는 없으니, 너와 함께 맞이할 아침이 없으니.

모든 게 글 쓰는 아빠로부터 시작된 일이니 그것을 푸는 것도 글로 하는 수밖에 없구나. 그래, 네가 어렸을 때 해주지 못한 굿나잇 키스를 하듯이 너의 연혼을 향해 이제부터 편지를 쓰려는 것이다. 생전에 너에게 해주지 못 했던 일, 해야지, 해야지 하고 미루었던 말들을 향불처럼 피우련다.

굿나잇 민아, 잘 자라 민아, 보고 싶다 민아야.....


아이가 태어난 자란다는 것은 크나큰 축복이요 행복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우리 곁을 떠나 홀로 앞으로 나아가는 헤어짐의 긴 과정이기도 하다.

네가 혼자서 목마를 타던 그날이 우리에게는 앞으로 계속될 짧은 만남과 긴 이별의 시작이었던 거야, 떠나고, 돌아오고, 다시 떠나는 그 반복의 시간 속에서 변해가는 너의 얼굴들이 있다....

나는 네가 탄 회전목마를 멈추게 했어야 했다. 그 목마에서 너를 내리게 하고 손을 잡고 빨리 집으로 돌아왔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지금까지도 너는 내 곁에 있었을 것이고 이 편지를 너에게 보내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페가수스처럼 목마에 날개가 돋치고 너는 하얀 차양의 모자를 쓰고 눈부신 구름 위로 사라졌구나.  


유명한 정신의학자 V.E. 프랑클은 인간을 호모 파티엔스로 정의했다.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것은 아픔을 아는 동물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랑도 기쁨도 반드시 고통을 통해서만 얻어진다는 사실을 산모의 고통을 통해 깨달았다. 엄마가 널 낳을 때 겪었던 고통으로 사랑을 얻었던 것처럼, 나는 너를 잃은 고통을 통해 비로소 너에 대한 사랑을 얻었다. 네가 살아있을 때에는 경험하지 못 했던 절대에 가까운 그 사랑 말이다.


나는 잠시 하나님을 원망했다. 주님을 위해서, 훈우 또래의 젊은이들을 위해서, 방황하는 땅끝 아이들을 위해서 아픈 몸으로 기도를 드렸던 너의 정성이 안타까웠던 거야. 병들었음에도 여전히 하나님을 위해 사역해야 하는 너의 그 검불 같은 야윈 몸에서 무엇을 더 가져간단 말이니. 차마 애처로워 무엇을 더 네 몸에서 거둬 갈 수 있었겠니. 나는 잔인하다고 생각했어. 정말 하나님이 존재한다면 이렇게 너를 세상으로부터 데려갈 수 있겠는가. 아무리 성경을 읽고 또 읽어도 납득할 수가 없었어.
그 조용한 방, 새벽이 지나고 밝은 햇빛이 비치는 그 방에 30명도 더 되는 사람들이, 정말 네가 사랑하던 사람들이 모두 모였어. 그 속에서 너는 하늘의 신부로서 조용히 이 세상을 떠났어. 그때 나는 하나님을 원망하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고 비겁하다고 느꼈어. 당사자인 너는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고 하늘의 신부 옷을 입고 지상을 떠났는데, 신앙심이 부족한 나는 주님에 대해 욕된 생각을 잠시나마 했던 거야.


너는 한 아들을 잃고 세상의 땅끝 아이들을 품었다.

나는 딸 하나를 잃고 더 넓은 세상의 딸들을 품었다.


책을 읽는 동안 부모님을 떠올리고 아이들을 계속 바라보게 되었다. 내가 우리 부모님의 곁을 떠나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듯 저 아이들도 자기네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언젠가의 우리의 곁을 떠나겠지. 내가 자라는 동안 부모님의 모습을 기억하듯 내 아이들도 어른이 되고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나의 모습들 어떻게 기억할까.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에서 딸과의 지난날을 회고하는 글을 읽으며 나 또한 어릴 적 모습들을 기억하곤 했다. 부모님의 무한한 사랑도 떠오르지만 서운했던 일들, 당시는 이해할 수 없었던 속상한 일들이 뒤늦은 지금 내가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가 되고 보니 그  마음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이제 기력이 쇠하고 기억이 가물가물해진 아빠는 손녀의 모습에서 딸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곤 하신다. 나는 부모가 되고서야 부모님의 마음을 알게 되고 부모님은 손자 소녀를 통해서 당시 딸에게 전하지 못 했던 마음과 사랑을 전해준다. 책을 읽으며 용기를 내어본다. 부모님에게 미쳐 전해드리지 못한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겠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써니람다 2015-07-10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마르크스와 나의 여친
블레이크 넬슨 지음, 홍한별 옮김 / 서해문집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마르크스의 나의 여친>의 주인공 제임스 호프는 우리나라 중2병들의 특징 중 하나인 허세작렬의 17세 고등학생이 쓴 일기와 작문 과제를 모아놓은 이야기이다. 허세작렬이라고 칭한 것처럼 제임스는 보통의 친구들과는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주변 어른들이나 아이들이 아무 생각 없이 소비에만 몰두하는 것을 쓰레기를 사 모은다고 생각하며 현대 문명의 모든 문제(환경파괴라던가 불필요한 소비들)은 자동차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하며 자동차를 모두 없애야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처음엔 좀 황당하고 다소 갑갑한 아이구나 생각했는데 책을 읽다보면 제임스의 황당한 생각들이 제법 그럴싸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현실감이 많이 떨어지긴 하지만 무엇이 문제인지를 정확히 짚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제임스의 생각들은 작문 선생님께 제출하는 과제를 통해서도 알 수가 있고 학교생활 속에서도 생각에만 그치지 않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 외에도 지극히 평범한 17세의 소년이 느끼고 있는 사랑, 우정, 공부, 대학 진학, 부모님과의 문제 등 청소년이 성장하면서 부딪히게 되는 고민들이 이야기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1월부터 시작되는 작문 과제에 다소 격한 감정을 실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던 제임스의 글은 6개월이 지난 후 작문 선생님으로부터 '네 글에 이제 어떤 울림 같은 게 있구나'라는 코멘트를 받게 된다. 헤어진 첫사랑 여자친구에 대한 제임스의 덜 성숙된 마음과 행동들은 10대의 풋풋한 사랑을 추억 돋게 만들어 준다.

또래의 우리나라 청소년들도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하며 나름의 성장통을 겪고는 있겠지만 대부분 대학입시라는 높은 벽을 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세상은 이런 고민도 하지 말라고 한다. 모든 건 대학 들어가서 해도 늦지 않다고.... 그저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순간까지는 대입만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우리 청소년들과는 다른 모습에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교육 환경이 부럽단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제임스는 진정으로 나다운 것을 찾아가며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소 황당하기도 했던 제임스의 생각과 꿈들은 현실에 부딪히며 새로운 사고를 불러일으키고 변화하며 성장해 나간다. 자신의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또래의 청소년들이 읽으며 공감되는 부분이 많지 않을까...ㅎㅎ

제임스가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

나는 멋지게 생기지 않았다. 얼굴은 허여멀겋고 여드름이 났다. 나는 청소년이다. 그러니까 '남자'가 되는 중이라는 말이다. 물론 열일곱 살이면 성인으로 치는 문화도 있지만 우리 문화에서는 아직 어린애 취급한다. 난 어린애가 아니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면 혁명을 이끌고 싶은 기분이 든다. 이 사회를 뿌리부터 뒤엎고 다시 시작하고 싶다. 열일곱 살이니까 이런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카를 마르크스에게 영향을 받았다. 어쩌면 내가 미래의 카를 마르크스일지도 모르겠다. 나도 세상의 악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고 공공 도서관을 돌아다니면서 시간을 많이 보낸다. 또 그럴 능력만  되면 턱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를 것이다. 덥수룩한 턱수염은 쩐다....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둥글둥글 지구촌 신화 이야기 함께 사는 세상 17
김춘옥 지음, 윤유리 그림 / 풀빛 / 201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풀빛 출판사의 <함께 사는 세상>시리즈인 둥글둥글 지구촌 이야기 중 17번째 신화 이야기이다. <함께 사는 세상>시리즈는 다양한 생각과 다양한 모습을 가진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며 이해하려는 자세의 필요성을 알려주고, 어린이들에게 세계를 이해하는 넓은 시각을 키워 주고,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알려 주기 위해 기획되었다고 한다. 종교, 문화, 인권, 경제, 문화유산, 돈, 국제구호, 음식, 환경, 축제, 식물, 수도, 건축, 시장, 관혼상제, 학교 등의 지구촌 이야기에 이어 신화 이야기를 출간했다.  <둥글둥글 지구촌 신화 이야기>를 읽어보면 나라마다 등장인물과 신화 이야기가 비슷한 듯 닮아있으면서도 다르다. 사는 곳에 따라 사람, 환경, 기후 등이 다르지만 세상 너머에는 신의 세계가 있을 거란 상상에 신화를 만들 낸 고대 사람들의 생각이나 바램이 담겨 있어 신화는 각 나라마다 민족성을 잘 나타내기도 한다.  다른 나라의 신화 읽기를 통해 다른 민족을 이해하고 함께 더불어 사는 법을 알아나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딸에게 책을 권해주었다.

 

<딸이 쓴 글입니다.>

 

책 제목을 보고 재미있을 것 같아 읽게 되었습니다. 평소 즐겨 읽던 그리스 로마 신화도 나와 더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신화에는 신비한 동물과 하늘과 땅, 밤과 낮이 만들어진 이유가 이야기되어 있습니다. 인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죽은 다음의 세상은 어떤지 우리가 궁금해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사는 곳이 달라도 비슷한 신화 이야기가 있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아시아 신화는 익숙하게 잘 아는 이야기고, 유럽 신화는 그리스 로마 신화가 많았습니다. 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신화는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도 많아 새롭고 신기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세계 곳곳의 흥미로운 신화 이야기를 알 수 있고 다른 나라와 그 나라의 역사와 사람들에 대해서도 알 수 있게 되어 좋았습니다.

 

1장은 아시아 신화입니다.

첫 번째로 동아시아 신화입니다. 하늘과 땅을 가른 거인/한 번에 떠오른 열 개의 태양/하늘에서 내려온 보물/엄지 대장의 교훈/사람이 되고 싶은 곰과 호랑이/저승에서 돌아온 바리데기 이야기입니다.

두 번째는 인도 신화입니다. 심술꾸러기 번개의 신/비슈누의 일곱 번째 아바타/시바의 요란스러운 결혼/죄를 씻어 주는 강 이야기입니다.

세 번째는 메소포타미아와 페르시아 신화입니다. 바다의 눈물/못 말리는 거인 길가메시/선과 악의 대결이 만든 세상/뱀 왕을 물리친 영웅 이야기입니다.

가장 재미있었던 이야기는 저승에서 돌아온 바리데기 이야기입니다. 이미 잘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다시 봐도 재밌고 바리데기의 효심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2장은 유럽의 신화입니다.

첫 번째로 그리스 로마 신화입니다. 올림포스의 전쟁/절대로 열면 안 되는 상자/세상에 겨울이 생긴 이유/큰 곰자리의 전설/헤라클레스의 열두 가지 과제/신탁이 만든 영웅 페르세우스/사과에서 시작된 전쟁 이야기입니다.

두 번째는 북유럽과 켈트 신화입니다. 지혜를 탐낸 오딘/저주에 걸린 반지/신들의 마지막 전쟁/신과 인간 세상의 벽/미디르의 기막힌 사랑/아일랜드 왕국을 구한 영웅 이야기입니다.

저주에 걸린 반지는 반지의 제왕 이야기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절대반지가 떠올랐습니다. 

 

3장은 아메리카의 신화입니다.

첫 번째로 북아메리카 신화입니다. 거북이 등에서 생긴 땅/씨름에서 이겨 얻은 옥수수/코요테의 법칙 이야기입니다. 

두 번째로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신화입니다. 옥수수의 후예/쌍둥이 형제의 살벌한 공놀이/신이 환생한 다섯 번째 태양/황금 지팡이에서 시작된 잉카/라마를 돌본 착한 목동 형제 이야기입니다.

거북이 등에서 생긴 땅에 나오는 쌍둥이가 세상을 만든 이야기는 신비로우면서도 마치 인형놀이를 하는 것 같아 재미있었습니다.

 

4장은 아프리카의 신화입니다.

첫 번째로 이집트 신화입니다. 1년이 365일인 이유/세트의 질투/현명한 이시스의 모험/죽은 자들의 여행 이야기입니다.

두 번째로 아프리카 신화입니다. 엉덩이 반점의 비밀/밧줄을 타고 내려온 마사이 족/실수로 데려온 죽음/레그바의 못된 장난 이야기입니다.

엉덩이 반점의 비밀에서 엉덩이의 반점은 소심한 불만을 나타낸다는 이야기인데 우리 몽고반점과 비슷하지만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는 다른 것 같습니다.

 

5장은 오세아니아의 신화입니다.

꿈의 시대/하늘과 땅의 사랑/마우이의 물고기/오히아 나무와 레후아 꽃/뱀의 꼬리에서 얻은 불씨 이야기입니다.

마우이의 물고기는 마우이가 할머니의 뼈로 만든 바늘로 엄청 큰 물고기를 잡았는데 그 물고기가 섬이 되어 뉴질랜드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재미있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간은 바쁘니까 고양이가 알아서 할게 - 열여섯 마리 고양이와 다섯 인간의 유쾌한 동거
이용한 글.사진 / 예담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어릴 적 집에서 키웠던 고양이는 등이 모두 노랗고 배가 하얀 노랑이였는데 이름은 나비였다. 흔한 고양이 이름 나비...ㅎㅎ 나비는 유독 엄마만을 따르곤 했었다. 커서 생각해보니 자기가 나보다도 서열이 위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강아지와 고양이를 함께 키웠는데 강아지는 까불거리며 자기랑 놀자고 설치며 귀찮게 구는 반면 나비는 멀찍이 떨어진 높은 곳에 올라가 앉아 강아지랑 아웅다웅 거리고 있는 우리 모습을 지긋이 쳐다보곤 했었다. 오라고 해도 들은 척도 안 하던 녀석은 엄마 목소리만 들리면 펄쩍 뛰어내려 엄마 다리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 갸릉갸릉 거렸는데 그땐 그 모습이 너무 얄밉고 조금은 속상하고 심통이 나기도 했었다. 나비가 새끼를 놓던 날  외할머니는 새끼 놓는 걸 사람이 보면 새끼를 잡아먹는다며 보지 말라고 했지만 힘겹게 끙끙 거리는 모습이 안타까워 멀찌감치 떨어져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렇게 나비가 새끼 낳는 모습을 다 보았는데도 나비를 새끼를 물어 죽이지 않았다. 경계의 눈빛을 거두지 않았지만...^^;;;  시크한 어미랑은 달리 새끼 고양이들은 나에게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주었다.

 

어린 시절 고양이를 키웠던 그리움 때문일까 지금도 반려동물을 키우면 고양이를 키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물론 남편의 완강한 반대로 얘기도 꺼내기 힘든 상황이지만...ㅠㅠ 그런데 최근 우리 아파트에 청소 아주머니들이 길냥이들을 돌보고 있었다. 처음엔 한두 마리 보이던 녀석들이 어느새 새끼까지 낳아 다섯 마리가 드문드문 나타난다. 낮 동안은 어디 있는진 모르겠지만 밤이 되면 지하주차장에 나타나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자동차 보닛 위에서 잠을 자고 있기도 한다. 가만히 쳐다보면 고양이도 가만히 쳐다본다. 난 이런 느낌이 너무 좋다. 자신에게 위협적이지 않다는 걸 직감하면 몸의 긴장을 풀고는 묘한 눈빛을 보낸다. 심쿵!심쿵! 

"가만히 손을 내밀어 보세요. 고양이가 당신의 손에 살며시 앞발을 올려놓는다면 당신을 무척 신뢰한다는 뜻이에요." 나도 녀석들에 손을 내밀어 보고 싶다.

 

<인간은 바쁘니까 고양이가 알아서 할게>는 열여섯 마리의 고양이와의 유쾌한 동거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마다의 사연으로 산골 집에 온 아홉 마리의 고양이와 그곳에서 태어난 일곱 마리의 고양이와 다섯 명의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올바른 경험을 할 기회를 주자. 아이들은 동물 곁에서 자라면서 동시에 동물을 대하는 태도를 배우게 된다. 동물을 가까이하며 자란 아이들은 커서 동물을 친절히 대할 줄 알며 사랑과 동정을 지닌 사람이 된다."는 제인 구달은 이야기한다. 내 어릴 적 시절을 떠올려봐도 동물과 함께 했던 시간들은 소중한 추억으로 가슴속에 남아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런 사랑을 함께 나눌 소중한 친구들을 선물해 주고 싶다. 이 책을 고양이에 냉담한 남편에게 권하고 싶다. 남편의 마음에 잠시 고양이가 앉았다 가준다면... 그리고 동거를 허락해 준다면 얼마나 고마울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싯다르타, 흰 고무신을 선물하다 탐 철학 소설 21
문형렬 지음 / 탐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싯다르타, 흰 고무신을 선물하다> 책으로 탐 출판사의 철학소설 시리즈를 알게 되어 너무 즐겁다. 싯다르타 외에 다른 이야기들을 찾아보며 읽고 있는 중이다. 탐 철학소설 시리즈는 청소년을 위해 동서양 철학자들의 사상을 한편의 소설로 이야기하고 있다. 짧은 소설로 구성되어 있어 읽기도 편하고 이해하기도 쉽다. 또한 철학 전공자가 집필하여 철학자의 사상이 정확하게 잘 녹아있어 철학을 공부하고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올여름엔 탐 철학소설을 모두 읽어보기로 결심했다. 물론 아이들과 함께...ㅎㅎ

<싯다르타, 흰 고무신을 선물하다>는 부처님에 관한 이야기이다. 할머니와 함께 사는 선재의 이야기를 통해 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과 사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선재는 어릴 때 사고로 부모님을 여의고 할머니와 반찬 가계를 하며 살고 있다. 유일한 가족인 할머니마저 선재의 곁을 떠나려는 듯 길을 떠나기 전 흰 고무신을 신고 싶다고 부탁을 하신다. 할머니 발에 꼭 맞는 흰 고무신을 찾는 동안 그 고무신을 신고 할머니가 영영 돌아오지 않는 곳으로 떠날 것 같은 두려움으로 마음이 무거운 선재에게 나무 불상이 나타나 자신의 이야기인 싯다르타 이야기를 들려준다.

모든 인간은 죽음에서 벗어날 수 없고 죽음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을 고통스러워하는 모든 이들에게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지를 이야기해준다. 불교의 창시자인 싯다르타는 '인간은 왜 늙고 병들어 죽는 것일까?', '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수행과 고행을 한끝에 깨달음을 얻게 되고 그 진리를 평생 동안 중생들을 깨우치고 가르치는데 모든 생을 바치셨다. 슈도다나의 왕자로 태어나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룬다'라는 뜻의 '싯다르타'로 불렸던 그는 '깨달은 이, 잠에서 깨어난 사람'의 뜻을 가진 '붓다, 부처님'이라 불리게 되며, '위없는 완전한 깨달음은 얻고, 동시에 이 진리의 세계를 가르치는 사람'의 뜻을 가진 '여래'로 살다가 열반에 들게 된다.

사성제는 고통, 집착, 소멸, 소멸의 실천(깨달음)으로 인생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네 가지의 진리를 말한다. 현실의 삶이 곧 고통이고(고제, 苦諦), 그 괴로움의 원인은 끝없는 애집이며(집제, 集諦), 이러한 모든 욕망에서 벗어나 괴로움이 소멸되는 경지는 열반이니(멸제, 滅諦), 번뇌와 업을 끓고 열반에 도달하는 길(도제, 道諦)을 여는 것이 사성제이다. 이러한 깨달음과 열반으로 이끄는 여덟 가지 길을 팔정도라 한다.

팔정도는 더없이 높고 바른 깨달음에 이르는 여덟 가지의 실천 방법으로 바른 견해(정견, 定見), 바른 사유(정사유, 正思惟), 바른 말(정어, 正語), 바른 행위(정업, 正業), 바른 생활 수단(정명, 正命), 바른 노력(정정진, 正精進), 바른 마음 챙김(정념, 情念), 바른 마음 집중(정정, 正定)을 이르는 말이다.

- 깨달음을 얻어 기쁜 이는 홀로 있어도 행복하다. 모든 욕심의 굴레에서 벗어나 교만한 마음을 버리면 그 누구보다 행복하다.

- 깨달음은 바깥에서 오는 게 아니라 스스로 얻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끝없는 인내심을 가지고 나아가야 한다.

- 사람의 행복과 불행은 마음먹기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 욕심과 노여움과 어리석음으로 고통의 불이 마음속에서 타고 있다. 괴로움에서 벗어나려면 욕심을 버리고 분노를 참으며 어리석은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 자기 것을 내어주는 사람은 탐욕을 끊게 하고, 참는 사람은 분노를 떠나며, 착한 일을 하는 사람은 어리석음을 벗어나게 된다.

- 홀로 살면서 비난과 칭찬에 흔들리지 않나니,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나쁜 일을 하지 말라. 착한 일을 하고 게으르지 않는 이가 행복하다. 무엇이 착한 일인가? 무엇이 행복한 일인가? 마음에 걸림이 없으면 행복하다.

- 탐욕을 버리면 당당해진다. 분노와 원망을 떨쳐 버리면 평화롭다.

- 세상에 복을 짓는 일에는 여섯 가지가 있다. 먼저 남에게 베푸는 것이요, 남을 가르침이며, 억울함을 참아 견딤이요, 계율을 잘 지키는 것이며, 중생들을 감싸고 보호함이며, 위없는 깨달음을 구하는 일이다.

- 이 세상은 덧없고 괴로움이 가득하다. 영원한 것은 어디에도 없다. 우리의 이 몸도 본래 덧없는 것이니 슬퍼하지 말라. 세상은 환상과 같고 한순간 타오르는 불꽃과 같으며 물에 비친 그림자와 같구나. 우리는 세상에 잠시 있다가 떠날 뿐이다. 가지고 갈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금 깨닫지 않으면 왕의 몸을 태우는 저 사나운 불길보다 마음에 생기는 집착과 욕심의 불길이 더 사납게 우리를 태울 것이다. 부디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공부해서 생사의 괴로움에서 벗어나 진정한 즐거움을 누리도록 하라.

- 진리를 깨닫는 데는 아주 높은 학문과 지식이 필요 없다. 아주 작은 일이라도 실천하면 비로소 아는 것이다.

-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깨끗한 보시란 주는 사람도 순수한 마음으로 주고, 받는 사람도 겸손하고 고마운 마음으로 받으며 정진도 열심히 하는 것을 말한다.

- 나쁜 말을 들은 이는 누구나 보복하려 하니 누구에게도 가혹하게 해서는 안 된다. 독한 마음을 품고 하는 말이 고통의 원인이며 그 대가는 바로 자신에게 돌아오리니. 분노는 불길과 같아서 화를 내면 타오르고 참으면 사그라드는 것이다.

- 가까운 사람과는 헤어지기 쉽고 언젠가는 죽음으로 완전히 이별하게 된다.

 

- 세상에 한번 생겨난 것은 반드시 없어지기 마련이다. 사랑과 그리움은 덧없고, 한번 모이고 만난 것들은 언젠가는 흩어진다. 우리의 목숨도, 우리의 몸도 우리 것이 아니다. 오직 위없이 높고 귀한 깨달음만이 우리를 언제나 함께 있게 할 것이다.

-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게으름 없이 정진하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