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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바쁘니까 고양이가 알아서 할게 - 열여섯 마리 고양이와 다섯 인간의 유쾌한 동거
이용한 글.사진 / 예담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어릴 적 집에서 키웠던 고양이는 등이 모두 노랗고 배가 하얀 노랑이였는데 이름은 나비였다. 흔한 고양이 이름 나비...ㅎㅎ 나비는 유독 엄마만을 따르곤 했었다. 커서 생각해보니 자기가 나보다도 서열이 위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강아지와 고양이를 함께 키웠는데 강아지는 까불거리며 자기랑 놀자고 설치며 귀찮게 구는 반면 나비는 멀찍이 떨어진 높은 곳에 올라가 앉아 강아지랑 아웅다웅 거리고 있는 우리 모습을 지긋이 쳐다보곤 했었다. 오라고 해도 들은 척도 안 하던 녀석은 엄마 목소리만 들리면 펄쩍 뛰어내려 엄마 다리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 갸릉갸릉 거렸는데 그땐 그 모습이 너무 얄밉고 조금은 속상하고 심통이 나기도 했었다. 나비가 새끼를 놓던 날 외할머니는 새끼 놓는 걸 사람이 보면 새끼를 잡아먹는다며 보지 말라고 했지만 힘겹게 끙끙 거리는 모습이 안타까워 멀찌감치 떨어져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렇게 나비가 새끼 낳는 모습을 다 보았는데도 나비를 새끼를 물어 죽이지 않았다. 경계의 눈빛을 거두지 않았지만...^^;;; 시크한 어미랑은 달리 새끼 고양이들은 나에게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주었다.
어린 시절 고양이를 키웠던 그리움 때문일까 지금도 반려동물을 키우면 고양이를 키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물론 남편의 완강한 반대로 얘기도 꺼내기 힘든 상황이지만...ㅠㅠ 그런데 최근 우리 아파트에 청소 아주머니들이 길냥이들을 돌보고 있었다. 처음엔 한두 마리 보이던 녀석들이 어느새 새끼까지 낳아 다섯 마리가 드문드문 나타난다. 낮 동안은 어디 있는진 모르겠지만 밤이 되면 지하주차장에 나타나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자동차 보닛 위에서 잠을 자고 있기도 한다. 가만히 쳐다보면 고양이도 가만히 쳐다본다. 난 이런 느낌이 너무 좋다. 자신에게 위협적이지 않다는 걸 직감하면 몸의 긴장을 풀고는 묘한 눈빛을 보낸다. 심쿵!심쿵!
"가만히 손을 내밀어 보세요. 고양이가 당신의 손에 살며시 앞발을 올려놓는다면 당신을 무척 신뢰한다는 뜻이에요." 나도 녀석들에 손을 내밀어 보고 싶다.
<인간은 바쁘니까 고양이가 알아서 할게>는 열여섯 마리의 고양이와의 유쾌한 동거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마다의 사연으로 산골 집에 온 아홉 마리의 고양이와 그곳에서 태어난 일곱 마리의 고양이와 다섯 명의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올바른 경험을 할 기회를 주자. 아이들은 동물 곁에서 자라면서 동시에 동물을 대하는 태도를 배우게 된다. 동물을 가까이하며 자란 아이들은 커서 동물을 친절히 대할 줄 알며 사랑과 동정을 지닌 사람이 된다."는 제인 구달은 이야기한다. 내 어릴 적 시절을 떠올려봐도 동물과 함께 했던 시간들은 소중한 추억으로 가슴속에 남아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런 사랑을 함께 나눌 소중한 친구들을 선물해 주고 싶다. 이 책을 고양이에 냉담한 남편에게 권하고 싶다. 남편의 마음에 잠시 고양이가 앉았다 가준다면... 그리고 동거를 허락해 준다면 얼마나 고마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