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없는 나의 세계
마이클 톰프슨 지음, 심연희 옮김 / 문학수첩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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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없는 나의 세계>, 마이클 톰프슨, 문학수첩
- 존재와 기억 사이를 묻는, 가장 인간적인 판타지-

이 책은 설정이 아주 특이하다. 주인공 토미 르웰린은 매년 자신의 생일이 되면 세상 모든 사람들로부터 잊힌다. 기억 뿐만 아니라 심지어 사진과 같은 모든 기록 속에서도 사라져버린다. 그런 존재가 어떻게 삶을 이어갈 수 있을까라는 의문으로 책은 시작된다.

처음엔 이 책이 제시하는 설정의 기묘함에 호기심과 흥미를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이 기묘함에서 출발한 흥미가 곧 우리 삶의 본질적인 질문으로 옮겨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토미가 사람들의 기억에서 지워지는 순간마다, 그는 그날 하루를 정상적으로 존재하기 위해 애쓰며 다시 관계를 맺고, 다시 배신당하고, 다시 잃는다. 그 반복이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 삶의 실재처럼 느껴지는 순간, 독자는 자신이 ‘기억되지 않는 존재’라면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붙잡겠는지 질문하게 된다.

작가는 판타지적인 설정을 통해 잊힘과 존재의 의미를 동시에 탐구하는 것 같았다. 토미가 매년 새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헤어지면서 쌓아가는 감정의 궤적은, 어쩌면 우리가 일상에서 반복하며 겪는 상실과 다르지 않은 듯 하다.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감정들, 사소해 보였지만 의미 있었던 순간들,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지만 느낌으로 남는 사람들, 이 모든 것이 토미의 삶에 은근하고 깊숙이 스며든다.

특히 토미와 케리 사이의 관계는 이 책이 얼마나 독창적인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설정이었다. 그는 케리를 사랑하지만 그녀는 매년 그를 기억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미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방식으로 삶의 흔적을 남기려 한다. 이런 반복과 실패의 과정은 읽는 이들로로 하여금 진정한 의미의 관계란 무엇인가를 곱씹게 하는 것 같다.

판타지적 설정이 전면에 내세워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다가오게 만드는 저자의 필력이 정말 대단하다 느껴졌다. 토미의 하루하루는 기적처럼 보이지만, 그가 느끼는 외로움, 희망, 좌절, 그리고 성장은 우리의 삶과 무척 닮아 있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삶에서 아무도 자신을 제대로 기억해주지 않는 듯한 순간에도, 우리는 여전히 사랑하고 웃고 울며 나아간다. 이 책은 바로 그 보편적인 진실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나는 토미가 비록 세상의 기억 속에는 남지 못했을지라도 그의 선택과 태도, 그리고 마음의 궤적이 읽는 이의 마음 속에 오래 남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단순히 ‘잊히는 존재’의 이야기를 넘어, 우리가 무엇으로 기억되고 싶은가에 대한 깊은 성찰을 남기는 작품이었다.

*이 글은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이며, 개인적인 감상을 솔직하게 담았습니다. @moonhaksoochup

#내가없는나의세계 #문학수첩 #마이클톰프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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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민주주의 다시 보기 - 민주주의를 마주하는 시선
김광민 지음 / 현암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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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민주주의 다시 보기』, 김광민, 현암사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이 책은 우리가 쉽게 말하는 ‘민주주의’라는 개념 뒤에 숨겨진 근본적 질문과 구조적 모순을 치열하게 파헤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 김광민 변호사는 단순히 이론을 나열하거나 제도를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민주주의가 이미 완성된 정답”이라고 착각해 온 서사를 해체하고, 그것이 현실 정치와 어떻게 충돌하는지 정교하게 드러낸다. 이 점에서 이 책이 참 훌륭하다는 생각을 했다.

민주주의는 서구 그리스·로마 전통에서 비롯되었다는 통념은 오랫동안 정당성을 부여하는 신화처럼 작동해왔다. 그러나 저자는 이 전통이 “절대적 기준”으로 받아들여질 때, 다른 문화적·역사적 맥락은 미완성, 혹은 오답으로 치부된다고 주장한다. 이런 시각은 우리가 민주주의를 바라보는 근본 틀 자체를 재고하게 한다.

책 중반부로 들어가면, 저자는 현대 한국 민주주의의 일상적 현실로 무대가 옮겨간다. 특히 ‘정치의 사법화’ 현상, 즉 갈등이 법정으로 수렴되는 지금의 정치 상황은, 상식과 법률이라는 이름 아래 엘리트적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이라는 내용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이 과정이 “투표만으로 주권이 완성된다”는 선거 민주주의의 환상을 강화한다는 내용 역시 상당한 인사이트로 다가왔다.

개인적으로 가장 설득력 있었던 부분은, 민주주의를 시스템 설계로서 이해하는 이 책의 관점이다. 민주주의는 정해진 결론이 아니라 끊임없이 설계·수정·재해석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 관점은 정치가 말싸움이 아니라 사회 구조의 기초를 다루는 작업임을 깨닫게 한다. 현실 정치의 혼란과 권력 구조의 변화, 나아가 최근 국내 정치에서 나타난 여러 현상들도 이 책의 분석 틀 안에서 더 또렷하게 보인다.

전체적으로 『K-민주주의 다시 보기』는 현재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를 “단 한 번의 완결된 역사”로 보는 데 익숙한 독자에게 신선한 시각과 비판 의식을 던지는 책이라 할 수 있다. 민주주의의 기원·서사·구조적 취약성을 다시 묻고, 그 안에 숨은 권력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강력히 추천할 수 있는 책이다.


* 현암사(@hyeonamsa )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탐독 후 작성된 서평입니다.

#K민주주의다시보기 #민주주의를마주하는시선 #김광민 #현암사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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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에 관하여 - 시몬 베유와의 대화 ㅣ 한병철 라이브러리
한병철 지음, 전대호 옮김 / 김영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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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에 관하여』, 한병철, 김영사

처음에는 이 책,『신에 관하여』가 종교철학 서적인 줄 알고 호기심과 걱정을 함께 느끼며 읽기를 도전하게 되었다. 그런데 정작 다 읽고 나니 이 책은 우리 시대가 놓치고 사는 가장 중요한 것들을 다시 불러오는 한 편의 사유 에세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저자는 책에서 ‘신의 존재’를 증명하거나 반박하는 책인 줄 알았는데, 그런 책은 아니라 우리 삶에 신이 어떻게 스며들고 또 멀어졌는지를 질문하는 내용이었던 것이다.

이 책의 중심에는 ‘주의(attention)’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저자는 시몬 베유의 사상을 빌려 와, 주의가 단순히 집중하는 능력이 아니라 타자와 세계를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힘임을 보여주고 알려준다. 우리가 스마트폰과 정보 속에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소비하며 살 때, 진짜로 ‘보는 법’과 ‘경청하는 법’은 서서히 사라진다. 이런 삶에서는 신도, 사랑도, 타인도 제대로 만나기 어렵다고 이 책은 말한다.

저자가 베유의 글을 인용하고 자신의 언어로 펼치는 논지는 단순 명제로 정리할 수 없었다. 다만 주의가 사라진 삶은 결국 세계와 나 사이의 간극을 넓힌다는 점은 책 곳곳에서 반복된다는 점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예컨대 그는 “신은 죽지 않았다. 다만 신을 마주할 인간이 죽었다”는 말로, 현대인이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진짜로 마주해야 할 존재를 놓치고 있음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점이 상당히 놀라운 통찰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매력적인 이유는 바로 일상적 언어와 철학적 성찰 사이를 자연스럽게 잇는 지점에 있다. “무엇이 나를 산만하게 만드는가?”, “어떤 것이 나를 진짜로 존재하게 하는가?”라는 질문은 결국 삶의 본질과 방향을 묻는 질문이란 생각이 든다. 소비·성과·중독으로 점철된 사회 속에서 저자는 침묵, 고요, 비움 같은 단어들을 통해 우리 안에 남아 있는 영적·존재적 결핍을 드러낸다.

책 속의 문장들은 때로는 일상의 문장처럼 부드럽고, 때로는 철학적 단어들로 촘촘히 엮여 있다. 이 때문에 한 번 읽고 끝내는 책이라기보다는 천천히 곱씹으며 읽을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조금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어서 언제 다시 이 책을 펼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시간을 내어 언젠가는 한 번 더 천천히 한 문장, 한 단어 곱씹어가며 읽어볼테다.

이 책은 신으로 상징되는 초월성, 경청, 존재의 깊이를 우리 삶 속에서 다시 찾는 길을 제안한다. 이는 종교·철학적 배경과 관계없이 현대인의 삶에 질문을 던지고자 하는 독자라면 충분히 공감할 지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복잡하고 정신없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필요한 책이 아닌가 한다.


*위 도서를 김영사(@gimmyoung )로부터 제공받아 탐독 후 작성된 서평입니다.

#신에관하여 #한병철 #김영사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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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AI, 실전으로 뛰어든 3년의 기록 - 공공기관 팀장이 전하는 AI 정책·기획·활용의 시간
심형섭 지음 / 프리렉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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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AI, 실전으로 뛰어든 3년의 기록》, 심형섭, 프리렉


이 책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최근에 쏟아져 나온 책의 주제들, 그러니까 AI를 앞세워 성공 사례를 나열하거나 미래 기술을 전망하는 그런 책들과는 결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이 책은 기술의 장밋빛 미래만을 찬양하지 않고, AI 도입 현장을 ‘현실 세계’의 언어로 촘촘하게 기록한 경험담과 성찰의 결과물이다. 저자는 개발 배경이나 이론을 앞세우지 않고, 대신 문과 출신 공공기관 팀장이 실무 속에서 부딪히며 깨달은 점을 꾸밈없이 풀어낸다. 이 점이 이 책이 흥미로운 두 번째 지점이다.

책의 가장 큰 장점은 “AI는 답을 준다”는 환상 대신, 질문을 정교화하고 맥락을 이해해야만 비로소 도구로서 작동한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해준다는 점이다. 단순히 챗봇으로 이메일을 쓰거나 문서를 요약하는 수준에서 끝난다면 그것은 ‘활용’이 아니라 ‘착각’에 가깝다는 비판은, 많은 독자에게 현실적인 경종을 울린다.

저자가 3년간 매일 기록한 옵시디언 노트와 감사 일기, AI 분석 과정을 통해 드러나는 것은 기술 자체보다 그것이 개인의 삶과 일상에 미치는 영향이다. 특히 책 후반부에서 AI가 단순한 ‘혁신 도구’가 아니라 삶의 패턴을 복기하고 더 나은 선택을 만드는 확장된 사고 도구로서 기능하는 과정은 흥미롭고 설득력이 있다.

또 하나의 인상적인 부분은 공공기관과 정책의 현실적 한계를 다룬 부분이다. 국가 AI 정책을 기획하고 도입하는 과정 속에서 저자가 목도한 ‘구조적 문제’, 그리고 데이터 주권과 소버린 AI(sovreign AI)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는 단순한 기술서에서 다루기 어려운 공공적 통찰을 담고 있는 부분이 훌륭하다고 느껴졌다. 이 부분은 AI를 조직적으로 도입하려는 관리자와 기획자에게 큰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는 아주 훌륭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 역시 AI 관련 일을 하고 있고, 지금은 AI 관련 국가 기관에 파견 나와 일을 하고 있다. 현장에서 부딪히고, 깨지면서 배운 것들이 담긴 이 책의 내용에 공감도 많이 되고, 또 배우는 점도 많았다. 이 책은 ‘완전한 기술 해설서’도 ‘AI 천재의 성공담’도 아니다. 하지만 현장의 시행착오, 깨달음, 좌절과 성찰의 언어로 AI 시대를 체감하게 하는 힘이 있다. 그래서인지 현업자로서 이 책이 참 좋았다.


* 이 서평은 프리렉(@freelec_press)에서 책을 제공 받아 탐독 후 작성된 주관적 서평입니다.

#어쩌다AI #실전으로뛰어든3년의기록 #심형섭 #프리렉 #서평단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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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죽으러 갑니다 - 노을지는 새벽을 그리며…
이마엘 지음 / 스펙토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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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첫 페이지를 넘기면, 제목이 던지는 직설적이고 무거운 말이 단순한 자극이 아니라 내면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질문임을 곧바로 느끼게 된다. “죽으러 간다”는 문장 자체는 극단적이지만, 결국 이 책이 묻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이다. 많은 독자들이 '나 죽으러 갑니다'라는 표현에 꽤나 충격을 받을 것 같지만, 이 소설은 진정으로 우리 삶의 잔여물, 애도, 상실과 마주하게 만든다.


이마엘 작가는 우울하고 끝이 보이는 순간들 속에서도 사소한 순간의 빛을 놓치지 않는 사람인 듯 하다. 책 전반에서 반복되는 것은 절망이 아닌, 절망 속에 놓인 “살아 있음”에 대한 집중이었다. 노을이 지는 새벽이라는 표현도 단순한 배경 묘사가 아니라, 끝이 다가오는 듯하면서도 여전히 빛이 남아 있는 시간의 분위기를 정교하게 잡아낸 설정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이 책이 더 애틋하고 아련하게 느껴져 읽는 동안 애정이 많이 갔던 책이었다.


이 책이 다른 죽음 관련 작품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죽음을 결말로 삼지 않는 시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죽음이라는 테마 자체가 책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지만, 책의 주된 관심은 죽음 앞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태도,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결국 살아있는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였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점은 문체다. 무겁고 심오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작가는 결코 추상적인 철학 논쟁으로 독자를 몰아넣지 않는다. 감정과 감각, 순간의 결을 세심하게 묘사하면서 읽는 사람의 감정 흐름을 따라간다. 이 때문에 책을 덮고 나면 생각보다 훨씬 더 복합적인 감정이 남는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단순한 비극이 아니라, 인간이 마주하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스스로의 존재를 끝없이 되묻는 여정 같은 작품이었다. 읽는 동안 때로 숨이 막힐 듯한 무게를 느끼겠지만, 마지막 장을 덮을 때엔 오히려 살아 있음의 의미를 더 깊이 생각하게 되는, 마음 속에 오래 남을 책이다. 



* 이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탐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나죽으러갑니다 #이마엘 #스펙토리 #북스타그램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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