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에 관하여 - 시몬 베유와의 대화 ㅣ 한병철 라이브러리
한병철 지음, 전대호 옮김 / 김영사 / 2025년 12월
평점 :
-
『신에 관하여』, 한병철, 김영사
처음에는 이 책,『신에 관하여』가 종교철학 서적인 줄 알고 호기심과 걱정을 함께 느끼며 읽기를 도전하게 되었다. 그런데 정작 다 읽고 나니 이 책은 우리 시대가 놓치고 사는 가장 중요한 것들을 다시 불러오는 한 편의 사유 에세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저자는 책에서 ‘신의 존재’를 증명하거나 반박하는 책인 줄 알았는데, 그런 책은 아니라 우리 삶에 신이 어떻게 스며들고 또 멀어졌는지를 질문하는 내용이었던 것이다.
이 책의 중심에는 ‘주의(attention)’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저자는 시몬 베유의 사상을 빌려 와, 주의가 단순히 집중하는 능력이 아니라 타자와 세계를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힘임을 보여주고 알려준다. 우리가 스마트폰과 정보 속에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소비하며 살 때, 진짜로 ‘보는 법’과 ‘경청하는 법’은 서서히 사라진다. 이런 삶에서는 신도, 사랑도, 타인도 제대로 만나기 어렵다고 이 책은 말한다.
저자가 베유의 글을 인용하고 자신의 언어로 펼치는 논지는 단순 명제로 정리할 수 없었다. 다만 주의가 사라진 삶은 결국 세계와 나 사이의 간극을 넓힌다는 점은 책 곳곳에서 반복된다는 점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예컨대 그는 “신은 죽지 않았다. 다만 신을 마주할 인간이 죽었다”는 말로, 현대인이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진짜로 마주해야 할 존재를 놓치고 있음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점이 상당히 놀라운 통찰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매력적인 이유는 바로 일상적 언어와 철학적 성찰 사이를 자연스럽게 잇는 지점에 있다. “무엇이 나를 산만하게 만드는가?”, “어떤 것이 나를 진짜로 존재하게 하는가?”라는 질문은 결국 삶의 본질과 방향을 묻는 질문이란 생각이 든다. 소비·성과·중독으로 점철된 사회 속에서 저자는 침묵, 고요, 비움 같은 단어들을 통해 우리 안에 남아 있는 영적·존재적 결핍을 드러낸다.
책 속의 문장들은 때로는 일상의 문장처럼 부드럽고, 때로는 철학적 단어들로 촘촘히 엮여 있다. 이 때문에 한 번 읽고 끝내는 책이라기보다는 천천히 곱씹으며 읽을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조금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어서 언제 다시 이 책을 펼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시간을 내어 언젠가는 한 번 더 천천히 한 문장, 한 단어 곱씹어가며 읽어볼테다.
이 책은 신으로 상징되는 초월성, 경청, 존재의 깊이를 우리 삶 속에서 다시 찾는 길을 제안한다. 이는 종교·철학적 배경과 관계없이 현대인의 삶에 질문을 던지고자 하는 독자라면 충분히 공감할 지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복잡하고 정신없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필요한 책이 아닌가 한다.
*위 도서를 김영사(@gimmyoung )로부터 제공받아 탐독 후 작성된 서평입니다.
#신에관하여 #한병철 #김영사 #서평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