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 전하는 철학들 - 은퇴한 식물학자가 정원에서 발견한 32가지 인생의 지혜
송정섭 지음 / 소용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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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 전하는 철학들 - 은퇴한 식물학자가 정원에서 발견한 32가지 인생의 지혜> 송정섭, 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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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 관한 책을 종종 읽게 되는데, 읽을 때마다 참 경이롭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평소에는 아무 생각없이 바라보는 길거리의 나무, 떨어지는 잎사귀들과 흩날리는 꽃가루, 거리마다 예쁘게 피어나 있는 꽃들까지. 평소에는 그저 관상용으로 기능한다고 생각하는 식물들이 가진 특성, 그리고 동물과 다른 점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지구의 역사와 함께 살아 온 식물들의 놀라운 점들을 알 수 있었다. 이 책 역시 그런 깨달음을 준다는 점에서 좋았지만, 특히 오래도록 식물을 연구해 온 작가가 천천히 건네는 말이라 더더욱 의미있고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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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식물의 생장과 소멸, 기다림과 적응, 뿌리내림과 비움에 관한 이야기들이 꽉꽉 담겨 있었다. 저자는 식물을 단순히 예쁜 풍경이나 위로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는다. 꽃이 피는 순간보다 그 꽃이 피기까지 식물이 겪어낸 과정에 더 집중한다. 낙엽이 떨어지는 일을 그저 식물의 쇠락으로만 보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를 정리하는 과정으로 바라본다. 식물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철학적 시선으로 전환하는 바로 그 과정이 이 책의 가장 좋은 점이었다. 식물에서 삶의 교훈을 끌어오되, 딱히 억지 감동을 만들지는 않아서 더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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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자주 생각한 것은 ‘속도’였다. 인간은 무엇이든 빨리 확인하고 싶어 한다. 내가 잘 가고 있는지, 제대로 성장하고 있는지, 이 시간이 의미가 있는지 자꾸 묻고 또 묻는다. 그런데 식물은 그런 질문에 곧장 답하지 않는 듯 하다. 뿌리를 내리는 시간은 밖에서 잘 보이지 않고, 겨울을 견디는 시간은 겉으로는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책은 식물이 겪어내는 보이지 않는 시간을 천천히 바라보게 만든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은 시기에도, 속에서는 분명히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철학자들의 말이 함께 등장하지만,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니체나 스피노자, 공자와 노자의 이름이 나온다고 해서 철학에 더 방점을 두거나 무겁게 힘을 주는 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되려 식물을 매개로 삶의 태도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천천히 책장을 조금씩 넘기며 읽으면 조금 더 깊이있게 감상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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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 나니 식물이 전보다 조금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 길가의 풀, 화분 속에 곱게 피어난 줄기와 잎, 계절이 바뀔 때마다 모습을 달리하는 나무들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버티고, 덜어내고, 다시 시작하고 있는 식물이 참 대단하고도 경이롭다느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람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늘 피어 있는 상태로 살 수는 없고, 매번 눈에 띄게 자랄 수도 없으니 말이다. 이 책은 지금 내가 어떤 계절을 지나고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소소한 감동과 위로를 준다. 그래서 주위에 마음이 지친 사람이 있다면 무리 없이 건네기 좋은 책일 듯 하다. 읽고 나면 마음 한쪽에 조용히 남는 문장들이 그 지친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 이 책은 소용(@soyongbook)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이 글은 보내주신 책을 탐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식물이전하는철학들 #송정섭 #소용 #서평단 #북스타그램 #식물학자 #식물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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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정말 올까요?
김혜영 지음 / 그늘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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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정말 올까요?> 김혜영,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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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할머니를 잃은 열아홉 살 승리가 제주로 떠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승리는 할머니와 함께 보기로 했던 고래를 보러 간다고 말하지만, 읽다 보면 그 여행이 단순한 여행은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된다. 남겨진 사람은 어디론가 가야만 견딜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는 법이다. 승리에게 있어 제주가 바로 그런 곳이 아니었을까 한다. 승리가 머물게 되는 게스트하우스 〈동백 아래〉에는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정인, 롭샹, 미현, 영지. 이들은 승리에게 삶을 단번에 바꿔버릴 만한 엄청나게 대단한 말을 해주는 것은 아니다. 아마 그렇게 할 수도 없을 것이다. 다만 밥을 차려주고, 기다려주고, 그저 곁에 있어준다. 우리가 힘든 일을 겪어내고 있는 누군가를 위로하는 최선의 방식이 바로 그런 방식이 아닐까 한다. 상처 입은 사람을 억지로 일으켜 세우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슬퍼하며 잠시 생각과 감정을 추스를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 직접 겪어보지 않은 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위로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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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야기의 구조나 인물들의 사연이 아주 낯선 편은 아니다. 가족의 부재, 상실, 죄책감, 방황 같은 감정들은 여러 소설에서 자주 만나는 소재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책은 그 익숙한 감정들을 지나치게 꾸며내지 않는 다는 점이 돋보였다. 그러다보니 편안하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말하지 못한 사정 하나쯤은 다 갖게 되는 법이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마음 한쪽이 무너져 있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동백 아래〉에 모인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처럼 보였다. 승리가 조금씩 마음을 여는 장면들이 기억에 남는다. 다정함을 받아본 적 없는 사람에게 낯선 다정함은 곧바로 위로가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낯설고, 불편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울 가능성이 더 크다. 승리도 그랬다. 그런데 정인과 롭샹은 승리를 조급하게 다그치지 않았다. 그저 자기 방식대로 챙기고, 지켜보고, 기다린다. 그 기다림이 이 소설의 제목과도 맞닿아 있는 것 같았다. 고래는 보고 싶다고 바로 볼 수 있는 존재는 아니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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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배경이 제주라는 점도 너무 좋았다. 제주는 내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공간이다. 바다와 바람, 게스트하우스의 조식, 낯선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가 마치 눈 앞에 선하게 그려지는 것만 같았다. 뭔가 특별한 사건을 좇아가는 재미도 좋지만, 이렇게 아름답고 특별한 공간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이야기도 재밌는 것 같다.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고, 별것 아닌 말을 나누고, 그러다 어느 순간 서로에게 조금 중요한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이 정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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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가 상처를 품어 안고서도 덤덤학ㅔ 살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이야기라고 느껴졌다. 단 한 번의 여행과 몇 마디 위로의 말이 삶의 아픔과 슬픔을 사라지게 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나를 '우리'라고 불러주는 순간, 세상에 혼자 남겨졌다고 믿었던 마음은 조금 흔들릴지도 모른다. 그 작은 흔들림이 어쩌면 다시 살아가는 시작일 수도 있겠다. 책을 덮고 나면 제목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고래가 정말 올까요?> 어쩌면 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고래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고, 뜻밖의 친절을 주고 받으며, 조금씩 다른 사람이 되어갈 수는 있을 것이다. 승리가 제주에서 만난 고래도 결국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바다 위로 솟아오르는 거대한 행운이 아닌, 무너진 마음을 조용히 붙잡아준 사람들. 그래서 이 소설을 다 읽고 나면 나도 언젠가 제주에 가서, 보이지 않아도 어딘가에 있을 고래를 한번 기다려보고 싶어진다.


* 이 책은 그늘(@geuneul_book)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이 글은 보내주신 책을 탐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고래가정말올까요 #김혜영 #그늘 #그늘소설책 #한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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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에바 틴드 지음, 손화수 옮김 / 산지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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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Ophav)> 에바 틴드, 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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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 그대로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에 관한 소설이었다. 다만 이 질문이 단순히 혈통이나 출생의 문제에서 한정지어지지는 않는다는 게 이 책의 큰 특징이다. 이 책에서 나타난 '뿌리'란 한 사람이 태어난 장소나 가족의 이름만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에게는 가족이 뿌리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자연이나 신앙, 혹은 자기 안의 오래된 결핍이 뿌리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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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미리암, 카이, 수이 세 사람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세 사람은 가족이지만, 우리가 흔히 기대하는 따뜻하고 단단한 가족의 모습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미리암은 예술가로서의 삶을 선택하며 가족에게서 멀어지고, 카이는 한국인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두 사람의 딸 수이 역시 부모의 빈자리와 불안 속에서 자라나야 하는 처지다. 이들은 서로 이어져 있는 것 같지만, 동시에 각자의 외로움 속에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가족이라고 해서 서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랑이라는 말로 모든 상처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라는 건 현실을 살아가는 모두가 공감할만한 이야기일 것이다. 오히려 이 책은 가장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도 끝내 가닿지 못하는 거리가 있다는 사실을 차분하게 보여준다. 그 점이 조금 쓸쓸하면서도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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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속의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이유로 떠난다. 스웨덴의 숲으로, 인도의 공동체로, 그리고 한국의 마라도로 향한다. 장소는 계속 바뀌지만, 이 소설이 말하는 여행은 낭만적인 여행과는 거리가 있다. 낯선 곳에 간다고 해서 갑자기 답을 찾게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익숙한 것들이 사라진 자리에서 자신이 외면해왔던 감정이 더 또렷하게 드러난다. 그래서 이들의 이동은 어딘가에 도착하기 위한 여정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의 뿌리를 확인하고 자신의 기원을 찾아가는 과정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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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다 읽고 나면, 결국 뿌리라는 것은 처음부터 정해져 어딘가에 이미 완성된 형태로 묻혀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누구의 자식이고, 어느 나라에서 왔고, 어떤 기억을 가졌는지로 설명되기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살아가면서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놓아줄지 선택하는 과정 속에서 조금씩 자기 자리를 만들어가는 것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은 정체성에 관한 소설이면서도, 동시에 상처 입은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갈 자리를 찾아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다고 느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소설이 전하는 차분한 물음이 마음속에 꽤나 오래 남지 않을까 생각한다.



* 이 책은 산지니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이 글은 보내주신 책을 탐독 후 작성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sanzinibook


#뿌리 #Ophav #에바틴드 #산지니 #서평단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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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탓하기 전에 심리학을 공부했다 - 심리학자의 마음 재건 수업
이현주 지음 / 어떤책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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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탓하기 전에 심리학을 공부했다> 이현주, 어떤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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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암이라는 병마를 겪어 낸 심리학자의 이야기라고 해서 조금 무거운 책일 거라고 생각했다. 병을 이겨낸 사람의 특별한 의지나,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라는 메시지가 중심일 거라고 짐작하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이 책은 그런 식으로 쉽게 접근할 만한 책은 아니었다. 고통을 아름답게 포장하지도 않고, 무조건 괜찮아질 거라고 다독이지도 않는 책이었다. 대신 사람이 흔들릴 때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 마음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차분하게 짚어주는, 그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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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착각’과 ‘희망오류’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웠다. 보통 우리는 큰일이 생기면, 그 사건 하나가 삶 전체를 덮어버린 것처럼 느낀다. 나쁜 일 하나가 모든 것을 설명하는 이유가 되고, 지금의 불안이 앞으로의 인생까지 결정해버릴 것처럼 크게 다가온다. 반대로 어떤 문제만 해결되면 그다음부터는 전부 괜찮아질 거라고 믿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나도 자주 그래왔던 것 같다. 일이 잘 안 풀리면 그 일에만 마음이 붙들렸고, 반대로 어떤 조건만 갖춰지면 삶이 훨씬 나아질 거라고 쉽게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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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암이라는 비일상적인 사건 앞에서 오히려 일상을 다시 생각한다. 암을 부정하거나 외면하는 것이 아니지만, 또 그렇다고 삶 전체를 암에게 내어주지도 않으려 한다. 그런 태도가 마음에 울림을 주었다. 그래서 이 책은 고통을 이겨냈다는 말보다, 고통이 있는 상태에서도 다시 살아갈 방식을 찾아간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삶은 생각보다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예전에는 어떤 문제가 생기면 빨리 해결하고 지나가야 한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꼭 모든 걸 단번에 극복해야 하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어떤 일은 평생 사라지지 않고 나를 괴롭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럴수록 나는 내 삶 안에서 다른 자리를 찾아야 한다. 그 자리를 찾는 과정에 심리학이 작은 손잡이처럼 놓여 있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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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생을 갑자기 낙관적으로 바꿔주는 책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즉, 삶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안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태도가 있다는 것을 조용히 알려주는 것이다. 그래서 읽고 나면 마음이 조금 정돈되는 느낌이 든다. 흔들리는 마음을 억지로 붙잡아 세우는 책이 아니라, 흔들리는 나를 조금 덜 미워할 수 있게 된다.


* 이 책은 어떤책(@acertainbook)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이 글은 보내주신 책을 탐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인생을탓하기전에심리학을공부했다 #이현주 #어떤책 #서평단 #북스타그램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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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도구 이야기 - 성과를 이끄는 답은 어우러짐에 있다
김동환 지음 / 미다스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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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도구 이야기> 김동환, 미다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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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만큼의 인기는 아니지만, 요즘에도 스몰토크 주제로 MBTI를 삼는 건 꽤 괜찮은 선택이다. 복잡다단한 사람의 성격을 어떻게 16가지로 한정지을 수 있냐는 비판도 있다만은, 그래도 어떤 한 사람을 빠른 시간에 범주화하여 파악하기에는 꽤 나쁘지 않은 도구임라는 생각도 나름 타당하다. 즉, 우리가 서로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데 MBTI가 꽤 익숙한 언어가 된 것은 사실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MBTI가 떠오른다. 이 책이 말하는 두 도구, 그러니까 논리와 직관은 우리가 무언가를 판단하고 선택할 때 종종 마찰을 일으키는 방식일 수 있기 때문이다. 논리는 MBTI에서 T, 즉 사고형을 의미하고, 직관은 N에 해당할 것이다. MBTI에서는 T의 반대가 감정형인 F이고, N의 반대가 감각형인 S라서 이 책의 논리와 직관이 MBTI에서는 대립항은 아니기는 하다. MBTI에서 N, Intuition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 즉 사실 하나하나보다 패턴·가능성·큰 그림을 보는 성향에 가깝고, T, Thinking은 결정을 내릴 때 객관적 원칙과 논리적 분석을 더 중시하는 성향에 가깝다. 반대로 S, Sensing은 구체적 사실과 경험을 중시하고, F, Feeling은 감정 그 자체라기보다 가치와 관계,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는 판단 방식에 가깝다. 공식 MBTI 설명에서도 S/N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 T/F는 “결정하고 결론 내리는 방식”으로 구분한다. 하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에서 어울리는 것으로 따지자면 T와 S가 어울리고, N과 F가 어울리기는 하니, 이 책에서 논리와 직관을 두 도구라고 소개하는 것도 재밌는 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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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는 두 도구(논리와 직관)에 관한 이야기를 양계농장이라는 쉬운 배경을 통해 풀어낸다. 달걀 생산량을 늘려야 하는 과제 앞에서 두 도구를 쓰는 각각의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한 사람은 근거를 찾고 기준을 세우려 하고, 다른 사람은 경험과 감각을 바탕으로 다른 가능성을 본다. 처음에는 둘의 차이가 충돌처럼 보인다. 하지만 읽다 보면 중요한 것은 누가 맞았느냐가 아니다. 그저 서로 다른 방식이 어떻게 만나야 성과로 이어지는 지를 생각해보자는 태도에 가까웠다. 이 대목이 꽤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실제로 함께 일하다 보면 능력이 부족해서 일이 안 되는 경우보다, 서로의 방식을 이해하지 못해서 일이 꼬이는 경우가 더 많다. 꼼꼼하게 따지는 사람은 감으로 움직이는 사람을 불안해하고, 직관적으로 방향을 잡는 사람은 계속 근거를 요구하는 사람을 답답해한다. 그런데 사실 일을 해 본 사람은 둘 다 필요하다는 걸 알 수밖에 없게 된ㄷㅏ. 방향 없이 분석만 계속하면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고, 기준 없이 감만 믿으면 쉽게 흔들리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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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아주 거창한 해답을 주는 책이라기보다, 익숙한 생각의 습관을 한 번쯤 점검하게 만드는 책이라 느껴져서 좋았다. 나는 문제를 만났을 때 먼저 사실과 근거를 따지는 사람인지, 아니면 먼저 경험에 비추어 감을 잡으려는 사람인지, 내가 불편해하는 상대의 방식은 정말 틀린 것인지, 아니면 내가 잘 쓰지 못하는 다른 도구인지, 이러한 질문들이 자연스럽게 스스로 던져볼 수 있었다. 물론 우화 형식으로 풀어낸 책이라 깊은 이론서를 기대한다면 조금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부담 없이 읽힌다는 점도 이 책의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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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에서 성과는 한 개인의 엄청나게 뛰어난 능력에서만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서로 다른 방식이 부딪히고 조정되고 맞물리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 집단지성이 중요해진 시대니 말이다. 이 책이 말하는 두 도구는 결국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태도이기도 하다. 내가 가진 도구만 옳다고 믿지 않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의 도구가 내 세계를 넓혀줄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 이 책은 그 단순하지만 자주 잊히는 사실을 담백하게 전해주는 책이었다.


* 이 책은 미다스북스(@midasbooks)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이 글은 보내주신 책을 탐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두도구이야기 #김동환 #미다스북스 #서평단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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