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정말 올까요?
김혜영 지음 / 그늘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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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정말 올까요?> 김혜영,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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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할머니를 잃은 열아홉 살 승리가 제주로 떠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승리는 할머니와 함께 보기로 했던 고래를 보러 간다고 말하지만, 읽다 보면 그 여행이 단순한 여행은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된다. 남겨진 사람은 어디론가 가야만 견딜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는 법이다. 승리에게 있어 제주가 바로 그런 곳이 아니었을까 한다. 승리가 머물게 되는 게스트하우스 〈동백 아래〉에는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정인, 롭샹, 미현, 영지. 이들은 승리에게 삶을 단번에 바꿔버릴 만한 엄청나게 대단한 말을 해주는 것은 아니다. 아마 그렇게 할 수도 없을 것이다. 다만 밥을 차려주고, 기다려주고, 그저 곁에 있어준다. 우리가 힘든 일을 겪어내고 있는 누군가를 위로하는 최선의 방식이 바로 그런 방식이 아닐까 한다. 상처 입은 사람을 억지로 일으켜 세우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슬퍼하며 잠시 생각과 감정을 추스를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 직접 겪어보지 않은 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위로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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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야기의 구조나 인물들의 사연이 아주 낯선 편은 아니다. 가족의 부재, 상실, 죄책감, 방황 같은 감정들은 여러 소설에서 자주 만나는 소재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책은 그 익숙한 감정들을 지나치게 꾸며내지 않는 다는 점이 돋보였다. 그러다보니 편안하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말하지 못한 사정 하나쯤은 다 갖게 되는 법이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마음 한쪽이 무너져 있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동백 아래〉에 모인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처럼 보였다. 승리가 조금씩 마음을 여는 장면들이 기억에 남는다. 다정함을 받아본 적 없는 사람에게 낯선 다정함은 곧바로 위로가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낯설고, 불편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울 가능성이 더 크다. 승리도 그랬다. 그런데 정인과 롭샹은 승리를 조급하게 다그치지 않았다. 그저 자기 방식대로 챙기고, 지켜보고, 기다린다. 그 기다림이 이 소설의 제목과도 맞닿아 있는 것 같았다. 고래는 보고 싶다고 바로 볼 수 있는 존재는 아니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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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배경이 제주라는 점도 너무 좋았다. 제주는 내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공간이다. 바다와 바람, 게스트하우스의 조식, 낯선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가 마치 눈 앞에 선하게 그려지는 것만 같았다. 뭔가 특별한 사건을 좇아가는 재미도 좋지만, 이렇게 아름답고 특별한 공간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이야기도 재밌는 것 같다.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고, 별것 아닌 말을 나누고, 그러다 어느 순간 서로에게 조금 중요한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이 정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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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가 상처를 품어 안고서도 덤덤학ㅔ 살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이야기라고 느껴졌다. 단 한 번의 여행과 몇 마디 위로의 말이 삶의 아픔과 슬픔을 사라지게 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나를 '우리'라고 불러주는 순간, 세상에 혼자 남겨졌다고 믿었던 마음은 조금 흔들릴지도 모른다. 그 작은 흔들림이 어쩌면 다시 살아가는 시작일 수도 있겠다. 책을 덮고 나면 제목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고래가 정말 올까요?> 어쩌면 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고래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고, 뜻밖의 친절을 주고 받으며, 조금씩 다른 사람이 되어갈 수는 있을 것이다. 승리가 제주에서 만난 고래도 결국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바다 위로 솟아오르는 거대한 행운이 아닌, 무너진 마음을 조용히 붙잡아준 사람들. 그래서 이 소설을 다 읽고 나면 나도 언젠가 제주에 가서, 보이지 않아도 어딘가에 있을 고래를 한번 기다려보고 싶어진다.


* 이 책은 그늘(@geuneul_book)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이 글은 보내주신 책을 탐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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