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에바 틴드 지음, 손화수 옮김 / 산지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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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Ophav)> 에바 틴드, 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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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 그대로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에 관한 소설이었다. 다만 이 질문이 단순히 혈통이나 출생의 문제에서 한정지어지지는 않는다는 게 이 책의 큰 특징이다. 이 책에서 나타난 '뿌리'란 한 사람이 태어난 장소나 가족의 이름만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에게는 가족이 뿌리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자연이나 신앙, 혹은 자기 안의 오래된 결핍이 뿌리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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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미리암, 카이, 수이 세 사람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세 사람은 가족이지만, 우리가 흔히 기대하는 따뜻하고 단단한 가족의 모습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미리암은 예술가로서의 삶을 선택하며 가족에게서 멀어지고, 카이는 한국인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두 사람의 딸 수이 역시 부모의 빈자리와 불안 속에서 자라나야 하는 처지다. 이들은 서로 이어져 있는 것 같지만, 동시에 각자의 외로움 속에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가족이라고 해서 서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랑이라는 말로 모든 상처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라는 건 현실을 살아가는 모두가 공감할만한 이야기일 것이다. 오히려 이 책은 가장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도 끝내 가닿지 못하는 거리가 있다는 사실을 차분하게 보여준다. 그 점이 조금 쓸쓸하면서도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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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속의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이유로 떠난다. 스웨덴의 숲으로, 인도의 공동체로, 그리고 한국의 마라도로 향한다. 장소는 계속 바뀌지만, 이 소설이 말하는 여행은 낭만적인 여행과는 거리가 있다. 낯선 곳에 간다고 해서 갑자기 답을 찾게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익숙한 것들이 사라진 자리에서 자신이 외면해왔던 감정이 더 또렷하게 드러난다. 그래서 이들의 이동은 어딘가에 도착하기 위한 여정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의 뿌리를 확인하고 자신의 기원을 찾아가는 과정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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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다 읽고 나면, 결국 뿌리라는 것은 처음부터 정해져 어딘가에 이미 완성된 형태로 묻혀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누구의 자식이고, 어느 나라에서 왔고, 어떤 기억을 가졌는지로 설명되기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살아가면서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놓아줄지 선택하는 과정 속에서 조금씩 자기 자리를 만들어가는 것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은 정체성에 관한 소설이면서도, 동시에 상처 입은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갈 자리를 찾아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다고 느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소설이 전하는 차분한 물음이 마음속에 꽤나 오래 남지 않을까 생각한다.



* 이 책은 산지니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이 글은 보내주신 책을 탐독 후 작성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sanzini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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