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
이희영 지음 / 오리지널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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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 이희영, 오리지널스



🫠

처음에는 ‘망한 사랑’이라는 말에 끌려 이 책을 펼쳤다. 사랑이 망했다?! 이건 못 참지! 그런데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이 작품을 단순히 망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사랑이 망해버린 이야기라고 하기 보다는... 끝내 사랑이라고 부르지 못한 마음들이 서로의 삶을 어떻게 어긋나게 만드는 지에 관한 이야기라고 해야하지 않나 싶다.


🥀

소설은 ‘나’와 잎새, 찬희의 이야기와 ‘나’가 쓴 소설 속 정, 현, 진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진행된다. 처음에는 솔직히 이 소설의 전개 방식이 다소 불친절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인물도 많고, 시점도 바뀌고, 액자 안과 밖의 이야기가 번갈아 나오다 보니 독자가 알아서 따라와야 하는 부분이 꽤 많다. 이야기가 전환되는 방식이 다소 거칠게 느껴지기도 하고, 액자 속 이야기가 왜 나오는지 처음에는 좀 사람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그래서 어떤 독자에게는 다소 복잡하고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그 불친절함이 꼭 단점으로만 느껴지는 건 또 아니었다. 이 작품이 다루는 감정 자체가 애초에 쉽게 정리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인 듯하다. 좋아하는 마음, 질투, 죄책감, 외면, 가족이라는 이름에 묶인 애착과 금기. 그런 감정들은 딱 떨어지는 문장으로 설명되지 않는 게 당연할 것이다. 이 소설은 그 복잡한 마음들을 일부러 명쾌하게 정리하지 않으려 하는 것 같았다. 대신 독자가 인물들의 침묵과 선택 사이를 직접 더듬어 가며 내용을 파악하게 만든다. 그래서 섬세한 감수성 없이 읽으면 이들의 마음이 지나치게 꼬여 있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감정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천천히 들여다보면 그 복잡함 속에서도 꽤 선명한 슬픔이 베어 있는 희한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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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서는 어떤 등장인물도 나쁘다고 쉽게 매도하기 힘들다. 다들 각자의 방식대로 사랑했고, 다들 자신이 지키고 싶은 것을 지키려 했고, 크고 작음의 차이는 있지만 다들 자신의 진심을 숨겼다. 문제는 그 은폐가 누군가를 보호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결국 누군가를 더 깊은 나락으로 밀어 넣었다는 게 아이러니로 작용했다는 것에 있지 않을까 싶다. 좋아하는 마음 자체에 죄를 물을 수는 없겠지만, 그 마음을 다루는 방식에는 분명 책임이 따를테니... 이 소설은 이 엉켜버린 실타래 같은 이 복잡한 감정을 끝까지 밀어 붙이는 섬세한 작품이었다.


🥀

재차 느끼는 거지만 쉽고 친절한 소설은 절대 아니다. 감정선이 복잡하고, 인물들의 선택도 단번에 이해되지 않는다. 하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뭔가 여운이 오래 남는 것 같다. 사랑이 사람을 아름답게만 만들지는 않는다는 것, 때로는 사랑하는 마음이 사람을 비겁하게 만들고, 누군가의 진실을 가로막게도 한다는 것. 이희영 작가는 그 불편한 감정을 꽤 집요하게 들춰내려 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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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동안 여러 번 멈췄고, 다 읽고 나서도 한참 동안 생각했다. 나는 누구의 마음이 가장 공감되는 걸까? 나는 누군가를 위한다는 이유로 무엇을 모른 척한 적은 없었을까? 이건 망한 사랑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끝내 사랑이라고 말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 말하지 못함이 얼마나 깊은 곳까지 사람을 '낙하'하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 이 책은 밀리의 서재(@millie_bookclub)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이 글은 보내주신 책을 탐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낙하 #이희영 #밀리의서재 #오리지널스 #망한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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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강은 그녀를 끌어내린다
윤지현 지음, 박지선 옮김 / 휴머니스트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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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강은 그녀를 끌어내린다> 윤지현, 휴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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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하면서도 눅눅, 축축한 제목에 확 끌렸던 책이다. 강이 그녀를 끌어내린다라니... 아름다우면서도 불길한 것 같고, 어딘가 처연한 이 제목이 뭔가 마음에 들었다. 실제로 책을 읽는 동안 내내 제목에서 느껴지는 정서를 잘 느낄 수 있었다. 물가에 오래 서 있다 온 사람처럼 몸 어딘가가 서늘하고, 페이지를 넘길수록 이야기 안쪽으로 천천히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달까...? 


🖤

이 소설은 한국계 미국 작가 윤지현의 첫 장편소설로, <장화홍련전>과 물귀신 설화의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끌어온 K-호러이자 가족 스릴러라고 한다. 언니 미래가 강에서 익사한 뒤, 동생 수진은 집안 여자들에게만 전해 내려오는 능력을 사용해 언니를 되살린다. 죽은 생명의 일부를 땅에 묻으면 다시 살아난다는 설정은 처음에는 기묘하고 매혹적으로 다가오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것이 축복이라기보다 저주에 가깝다는 사실이 점점 선명해진다. 죽음을 거스르는 일은 결코 삶을 회복시키는 일이 될 수 없었다. 그저 끝나버린 뒤 멈춰야 할 시간을 억지로 붙잡고 늘어지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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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좋았다고 느낄 수 있었던 건 단순히 무서워서가 아니었던 것 같다. 물론 분위기는 충분히 섬뜩하고 으슬으슬하다. 강, 물, 머리카락, 젖은 발자국, 축축한 흙 같은 이미지들이 반복되면서 소설 전체에 눅눅한 공포가 배어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읽고 나서 가장 오래 남는 감정은 공포보다는 슬픔이었다. 특히 미래라는 인물이 그랬다. 미래는 살아 있는 동안 이미 너무 많은 것을 견뎌야 했던 정말 비극적인 인물이었다. 엄마를 잃은 뒤 슬픔에 잠긴 아버지 대신 집안을 떠받치고, 동생을 돌보고, 자기 감정을 삼키며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였던 것이다. 이민자 가족의 장녀, 한국적 가족 구조 안에서 ‘착하고 든든한 딸’로 살아야 했던 미래의 모습이 자꾸만 마음 한 켠에 체한 듯 남아 있어서 참 슬펐던 것 같다.


🖤

미래가 돌아온 뒤 벌어지는 복수는 분명 무섭고 잔혹한데, 한편으로는 살아 있을 때 한 번도 제대로 말하지 못했던 감정들이 뒤늦게 터져 나오는 것처럼 보여 더 애처로웠다. 그 점에서 이 소설은 단순한 호러 판타지가 아닌 것 같다. 한 개인에게 오래 눌러둔 슬픔이 어떤 방식으로 변질되는지 보여주는 이야기가 중요한 테마였기 때문이다. 사랑이 너무 깊어 사람을 살리는 선택을 했지만 동시에 그 사랑이 상대를 가두고 망가뜨릴 수도 있다는 것. 수진이 언니를 되살린 선택 역시 그랬다. 너무 사랑해서, 너무 보고 싶어서 한 일이지만, 그 마음이 정말 언니를 위한 것이었는지는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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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자꾸 생각한 것은 놓아주는 일과 애도인 것 같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으면 자꾸만 과거를 붙잡고 싶어진다. 그 사람이 다시 돌아온다면, 한 번만 더 볼 수 있다면, 이번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런 마음을 다정하게 위로하기보다 아주 차갑게 묻는다. 다시 돌아온 사람이 정말 예전의 그 사람일까? 내가 붙잡고 싶은 것은 그 사람일까, 아니면 그 사람이 있던 시절의 나일까? 사랑한다는 이유로 누군가의 죽음마저 내 슬픔의 방식대로 바꾸어도 되는 걸까? 강은 그녀를 끌어내렸지만, 어쩌면 이 이야기는 남겨진 사람들이 더 이상 강물 아래로 함께 가라앉지 않기 위해 애쓰는 이야기가 아닐까?


* 이 책은 휴머니스트(@boooook.h)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이 글은 보내주신 책을 탐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그리고강은그녀를끌어내린다 #윤지현 #휴머니스트 #흄세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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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이 흐르는 언덕
모리스 바레스 지음, 박용주.홍순도 옮김 / 등(도서출판)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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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이 흐르는 언덕> 모리스 바레스, 도서출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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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영감이 흐르는 언덕>이라는 제목을 접했을 때, 최근에 읽은 위화 작가의 <산곡미풍>처럼 고요하고 아름다운 산문 같은 소설을 떠올렸던 것 같다. '언덕', '영감', '흐르다'라는 말들이 주는 인상이 워낙 부드러웠기 때문이었던 것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다 보니 이 작품, 생각보다 훨씬 묵직한 내용의 작품이었다. 장소와 공간이이 사람의 믿음과 욕망, 공동체의 기억을 어떻게 뒤흔드는지 집요하게 따라가는 작품에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

이야기의 중심에는 프랑스 로렌 지방의 시옹 언덕과 바이야르 형제들이 있다. 폐허가 된 순례지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그곳에 꺼져가던 신앙의 불씨를 되살리려는 이들의 열정은 처음에는 숭고하게 보이기도 한다. 무너진 예배당을 복원하고 사람들을 불러 모으며 언덕에 다시 생기를 불어넣는 모습은 어딘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바로 그 열정이 점점 위험한 방향으로 기울어지는 순간이었다. 신앙은 과연 언제까지고 순수한 열망일 수 있을까? 영감은 어디까지 축복이고, 어디서부터 광기일까? 책은 이러한 질문들을 아주 천천히, 그러나 꽤 끈질기게 던지는 것 같았다.


⛰️

솔직히 말하면 술술 읽히는 소설은 아니었다. 사건이 빠르게 전개되는 것도 아니고, 인물의 감정이 현대소설처럼 선명하게 설명되는 것도 아니었다.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간 문장들은 언덕과 바람, 그리고 빛바랜 폐허 너머의 종교적 사유 속을 깊이있게 탐험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조금 낯설고, 어떤 대목에서는 꽤 버겁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이 느린 리듬이 익숙해지면서 책의 리듬을 어느정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독자를 치고 나가며 읽을 수 있는 소설이 아니라, 책이 독자를 언덕 위에 세워두고 계속 같은 풍경을 다른 빛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정말 특이한 소설이었다.


⛪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언덕’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이곳은 인물들이 머무는 장소이면서 동시에 그들의 내면을 흔드는 공간이기도 했다. 들판은 자유와 영감을 속삭이고, 예배당은 질서와 규율을 말한다. 바이야르 형제들의 비극은 어느 한쪽만의 실패라기보다, 인간이 언제나 그 두 힘 사이에서 흔들린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아무 질서 없는 열정은 쉽게 광신이 되어 버리고, 아무 열정 없는 질서는 차갑게 굳어버린 채 힘을 잃어버린다. 이 소설이 오래된 종교 이야기처럼 보이면서도 이상하게 지금의 독자에게까지 와닿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듯하다.


⛰️

물론 모리스 바레스라는 작가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그의 정치적 이력과 사상은 오늘날의 감각으로 읽을 때 분명 불편한 그림자를 남기기도 한다. 그래서 이 책을 그저 완전히 마음을 놓고 아름답다고만 느끼며 읽을 수만은 없었다. 다만 그 불편함까지 포함해서라도 이 책은 한 시대의 정신과 장소에 대한 집착, 신앙의 열기와 위험을 함께 품고 있는 작품이라 평가할 수 잇을 것 같다. 낡은 책장을 넘기는데 이상하게 바람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소설. 아름답지만 마냥 편하지 않고, 신비롭지만 어딘가 서늘한 그런 작품이었다.


* 이 책은 도서출판 등(@dngbooks)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이 글은 보내주신 책을 탐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영감이흐르는언덕 #모리스바레스 #도서출판등 #서평단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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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 보늬 ㅣ 라임 청소년 문학 69
설재인 지음 / 라임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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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 보늬> 설재인, 라임



🫧

‘진실과 보늬’라는 책 제목 때문인지... 말랑하고 순한 이야기일 것 같다는 약간의 선입견을 안고 책을 펼쳤다. 그런데 웬걸... 몇 장 넘기자마자 이 책, 생각보다 꽤나 매운 맛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청소년 소설이라고 해서 방심했다가 제법 따끔하게 한 대 맞은 기분이 든 것이다. ‘보늬’는 밤이나 도토리의 속껍질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라고 한다. 이름의 뜻을 알고 나니 주인공인 최보늬라는 인물이 색다르게 보이기도 했다. 바깥으로는 조용하고 별일 없어 보이지만, 속으로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얇은 껍질을 한 겹 두르고 있는 아이. 제일여중에 들어온 뒤 줄곧 혼자였던 보늬에게 학교는 매일 아침마다 참혹한 싸움이 벌어지는 전장에 가까웠다.


🌰

이야기는 박유리라는 학생이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뒤 학교 옥상에서 스스로 생을 끊으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런데 그 다음에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피해자였던 민서정이 어느새 학교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무리 ‘이무기’의 중심에 서고, 늘 혼자였던 보늬에게도 그 무리가 다가온다. 보늬는 이 모든 변화가 수상하다는 걸 알면서도 쉽게 밀어내지 못한다. 솔직히 소속감을 주는 또래집단을 떨쳐낼 수 없는 그 마음이 너무 잘 이해돼서 마음이 한결 더 불편했던 것 같다. 누구도 내게 말을 걸지 않는 하루를 오래 견뎌온 아이에게, 갑자기 찾아온 친절과 소속감은 얼마나 달콤했을까?


🪞

‘이무기’, ‘용’, ‘제물’ 같은 단어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단순한 학교폭력 소설을 넘어 일종의 미스터리처럼 흘러간다. 처음엔 중학생 무리 이름이 이무기라니, 살짝 오버스러운 설정이 아닌가 싶기도 했는데, 막상 읽다 보면 오히려 그러한 단어들이 점점 섬뜩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학교폭력, 입시, 학부모의 욕망, 계급의식이 한데 뒤엉키면서 이 소설은 꽤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좋은 학교에 가기 위해서라면, 내 아이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어른들은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기도 한다.


🥀

학교폭력의 대상이 정해지는 일이 러시안 룰렛 같다는 말이 가슴에 콱 박힌 듯 깊이 남아버렸다. 누군가 특별히 잘못해서가 아니라, 그저 분위기와 우연과 무리의 변덕 때문에 한 사람이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것. 그 사실이 너무나도 현실적이라 더 아프게 다가오기도 했다. 내 학창 시절을 떠올려 보면, 지금보다 성격은 다를 수도 있겠지만 폭력이 절대 없었다고 말 못한다. 폭력의 중심에 있는 그들과 가장자리에 있는 방관자들, 그리고 그 모든 폭력을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피해자가 있었다는 걸. 그리고 때로는 모르는 척하는 일이 가장 쉬웠다는 것도 말이다.


🪶

술술 읽히지만 절대 가볍게 덮어버릴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미스터리로서의 긴장감도 좋고, 보늬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소설적 재미도 좋다. 하지만 책을 읽은 후 그보다 오래 남는 감정은 외로움인 것 같다. 혼자가 되고 싶지 않은 마음, 그 마음 때문에 사람이 얼마나 흔들릴 수 있는지, 또 그럼에도 끝내 괴물이 되지 않으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청소년 독자에게도, 학부모에게도, 그리고 학교라는 세계를 이미 지나왔다고 믿는 어른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어쩌면 우리는 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여전히 어떤 무리의 안과 밖을 기웃거리며 살고 있을테니 말이다.



* 가제본 서평단에 선정되어 책을 라임출판사(@lime_pub)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진실과보늬 #라임 #설재인 #서평단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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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나 하라고요? 세상이 이 모양인데? - 청소년 독립 언론 <토끼풀> 기사 모음
토끼풀 지음, 방상호 그림 / 풀빛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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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나 하라고요? 세상이 이 모양인데? - 청소년 독립 언론 <토끼풀> 기사 모음> 토끼풀, 풀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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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독립 언론 ‘토끼풀’에 대해서는 방송에서 몇 번 접한 적이 있어 이미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고백하자면, 나도 나이를 먹어 슬슬 꼰대 버튼이 생겼는지 처음에는 '토끼풀'이라는 청소년 독립언론에 대해 “어린 친구들이 참 장한 일을 하네” 정도로 생각했다. 딱 그냥 그 정도의 감상, 기특하고 대견하고, 어른의 입장에서 흐뭇하게 바라보는 마음이랄까? 그런데 토끼풀 기자들이 직접 취재한 기사와 방송에서 인터뷰한 내용을 보고 나니, 내가 이들을 너무 쉽게, 그리고 다소 낮게 평가했다는 생각에 조금 부끄러워졌다(감히 평가라는 말을 해도 되는지 조차 모르겠다). 이건 단순히 '청소년이 만든 신문이라 대단하다'라는 정도의 감상에서 끝낼 일이 아니었다. 이들은 자기들이 살아가는 학교와 사회를 아주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이상한 것은 이상하다고 말하고, 필요한 질문을 끝까지 붙들고 늘어지는 참된 언론인의 자세를 가진 친구들이었다. 귀엽고 가녀린 새싹이 아니라, 이미 꽤 단단하게 뿌리내린 들풀 같았다. 어른들보다 훨씬 야무지다.


📰

이 책은 청소년 독립 언론 ‘토끼풀’의 기사들을 묶은 책이다. 제목부터 마음에 들었다. “공부나 해라”라는 말은 어른들이 청소년에게 얼마나 쉽게 던지는 말인가? 그런데 정말 세상이 이 모양인데 공부만 하고 있으면 되는 걸까? 학교도, 입시도, 혐오와 차별도, 기후 위기도, 정치도 결국 청소년의 삶과 연결되어 있는데 그들에게 조용히 책상 앞에만 앉아 있으라고 말하는 건 어른들이 청소년들을 더 통제하기 쉬운 환경에 놓이게 하기 위해 하는 게으른 변명같은게 아닌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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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학교의 신문 압수와 검열 시도에 항의하며 1면을 백지로 발행한 일이었다. 말할 수 없게 되었을 때,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방식이 너무나도 근사했다. 누군가는 “애들이 뭘 그렇게까지”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오히려 이게 참된 언론인의 자세가 아닌가 싶었다. 권위 앞에서 적당히 눈치 보지 않고 자신들의 목소리가 막히는 상황 자체를 기사로서 맞받아치는 태도와 감각. 이건 정말 용기있는 자가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행동이다.


📰

토끼풀의 기사들이 다루는 주제도 생각보다 훨씬 넓다. 학교 안의 문제, 수행평가와 입시, 학생 인권, 청소년 극우화, 미디어 리터러시, 혐오와 차별, 기후 위기까지. 읽다 보면 “요즘 애들은 사회에 관심이 없다”라는 말이 얼마나 게으른 말인지 알게 된다.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관심을 가질 기회와 말할 공간이 부족했던 건 아닐까? 어른들이 마이크를 독점해놓고 청소년들이 조용하다고 말해온 건 아닐까? 기사 뒤에 붙은 기자들의 코멘트도 좋았다. 왜 이 기사를 쓰게 되었는지, 취재 과정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기사 이후 어떤 반응이 있었는지 알 수 있어서 책이 단순한 기사 모음집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하나의 현장 기록이자 성장 기록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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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은 미래의 시민이 아니라 이미 지금 바로 이 순간 현대를 함께 살아가는 시민이다.  우리는 청소년을 너무 쉽게 아직은 미숙한 사람람으로 취급하곤 한다. 하지만 토끼풀의 기자들은 이미 세상을 보고 있고, 질문하고 있고, 자기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은 그 목소리를 대견하다고 쓰다듬는 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듣고 함께 책임지는 일이 아닐까 한다. 제목처럼 당돌하고, 단단한 책이다. 청소년들이 직접 보고 듣고 쓴 세계가 생각보다 훨씬 깊고 날카로워서 정말 뜻깊고 의미있는 독서 시간이었다.


* 이 책은 풀빛(@pulbitkids)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이 글은 보내주신 책을 탐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공부나하라고요세상이이모양인데 #토끼풀 #청소년독립언론 #풀빛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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