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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나 하라고요? 세상이 이 모양인데? - 청소년 독립 언론 <토끼풀> 기사 모음
토끼풀 지음, 방상호 그림 / 풀빛 / 2026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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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나 하라고요? 세상이 이 모양인데? - 청소년 독립 언론 <토끼풀> 기사 모음> 토끼풀, 풀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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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독립 언론 ‘토끼풀’에 대해서는 방송에서 몇 번 접한 적이 있어 이미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고백하자면, 나도 나이를 먹어 슬슬 꼰대 버튼이 생겼는지 처음에는 '토끼풀'이라는 청소년 독립언론에 대해 “어린 친구들이 참 장한 일을 하네” 정도로 생각했다. 딱 그냥 그 정도의 감상, 기특하고 대견하고, 어른의 입장에서 흐뭇하게 바라보는 마음이랄까? 그런데 토끼풀 기자들이 직접 취재한 기사와 방송에서 인터뷰한 내용을 보고 나니, 내가 이들을 너무 쉽게, 그리고 다소 낮게 평가했다는 생각에 조금 부끄러워졌다(감히 평가라는 말을 해도 되는지 조차 모르겠다). 이건 단순히 '청소년이 만든 신문이라 대단하다'라는 정도의 감상에서 끝낼 일이 아니었다. 이들은 자기들이 살아가는 학교와 사회를 아주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이상한 것은 이상하다고 말하고, 필요한 질문을 끝까지 붙들고 늘어지는 참된 언론인의 자세를 가진 친구들이었다. 귀엽고 가녀린 새싹이 아니라, 이미 꽤 단단하게 뿌리내린 들풀 같았다. 어른들보다 훨씬 야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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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청소년 독립 언론 ‘토끼풀’의 기사들을 묶은 책이다. 제목부터 마음에 들었다. “공부나 해라”라는 말은 어른들이 청소년에게 얼마나 쉽게 던지는 말인가? 그런데 정말 세상이 이 모양인데 공부만 하고 있으면 되는 걸까? 학교도, 입시도, 혐오와 차별도, 기후 위기도, 정치도 결국 청소년의 삶과 연결되어 있는데 그들에게 조용히 책상 앞에만 앉아 있으라고 말하는 건 어른들이 청소년들을 더 통제하기 쉬운 환경에 놓이게 하기 위해 하는 게으른 변명같은게 아닌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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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학교의 신문 압수와 검열 시도에 항의하며 1면을 백지로 발행한 일이었다. 말할 수 없게 되었을 때,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방식이 너무나도 근사했다. 누군가는 “애들이 뭘 그렇게까지”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오히려 이게 참된 언론인의 자세가 아닌가 싶었다. 권위 앞에서 적당히 눈치 보지 않고 자신들의 목소리가 막히는 상황 자체를 기사로서 맞받아치는 태도와 감각. 이건 정말 용기있는 자가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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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풀의 기사들이 다루는 주제도 생각보다 훨씬 넓다. 학교 안의 문제, 수행평가와 입시, 학생 인권, 청소년 극우화, 미디어 리터러시, 혐오와 차별, 기후 위기까지. 읽다 보면 “요즘 애들은 사회에 관심이 없다”라는 말이 얼마나 게으른 말인지 알게 된다.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관심을 가질 기회와 말할 공간이 부족했던 건 아닐까? 어른들이 마이크를 독점해놓고 청소년들이 조용하다고 말해온 건 아닐까? 기사 뒤에 붙은 기자들의 코멘트도 좋았다. 왜 이 기사를 쓰게 되었는지, 취재 과정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기사 이후 어떤 반응이 있었는지 알 수 있어서 책이 단순한 기사 모음집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하나의 현장 기록이자 성장 기록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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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은 미래의 시민이 아니라 이미 지금 바로 이 순간 현대를 함께 살아가는 시민이다. 우리는 청소년을 너무 쉽게 아직은 미숙한 사람람으로 취급하곤 한다. 하지만 토끼풀의 기자들은 이미 세상을 보고 있고, 질문하고 있고, 자기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은 그 목소리를 대견하다고 쓰다듬는 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듣고 함께 책임지는 일이 아닐까 한다. 제목처럼 당돌하고, 단단한 책이다. 청소년들이 직접 보고 듣고 쓴 세계가 생각보다 훨씬 깊고 날카로워서 정말 뜻깊고 의미있는 독서 시간이었다.
* 이 책은 풀빛(@pulbitkids)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이 글은 보내주신 책을 탐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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