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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 보늬 ㅣ 라임 청소년 문학 69
설재인 지음 / 라임 / 2026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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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 보늬> 설재인, 라임
🫧
‘진실과 보늬’라는 책 제목 때문인지... 말랑하고 순한 이야기일 것 같다는 약간의 선입견을 안고 책을 펼쳤다. 그런데 웬걸... 몇 장 넘기자마자 이 책, 생각보다 꽤나 매운 맛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청소년 소설이라고 해서 방심했다가 제법 따끔하게 한 대 맞은 기분이 든 것이다. ‘보늬’는 밤이나 도토리의 속껍질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라고 한다. 이름의 뜻을 알고 나니 주인공인 최보늬라는 인물이 색다르게 보이기도 했다. 바깥으로는 조용하고 별일 없어 보이지만, 속으로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얇은 껍질을 한 겹 두르고 있는 아이. 제일여중에 들어온 뒤 줄곧 혼자였던 보늬에게 학교는 매일 아침마다 참혹한 싸움이 벌어지는 전장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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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박유리라는 학생이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뒤 학교 옥상에서 스스로 생을 끊으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런데 그 다음에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피해자였던 민서정이 어느새 학교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무리 ‘이무기’의 중심에 서고, 늘 혼자였던 보늬에게도 그 무리가 다가온다. 보늬는 이 모든 변화가 수상하다는 걸 알면서도 쉽게 밀어내지 못한다. 솔직히 소속감을 주는 또래집단을 떨쳐낼 수 없는 그 마음이 너무 잘 이해돼서 마음이 한결 더 불편했던 것 같다. 누구도 내게 말을 걸지 않는 하루를 오래 견뎌온 아이에게, 갑자기 찾아온 친절과 소속감은 얼마나 달콤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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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 ‘용’, ‘제물’ 같은 단어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단순한 학교폭력 소설을 넘어 일종의 미스터리처럼 흘러간다. 처음엔 중학생 무리 이름이 이무기라니, 살짝 오버스러운 설정이 아닌가 싶기도 했는데, 막상 읽다 보면 오히려 그러한 단어들이 점점 섬뜩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학교폭력, 입시, 학부모의 욕망, 계급의식이 한데 뒤엉키면서 이 소설은 꽤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좋은 학교에 가기 위해서라면, 내 아이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어른들은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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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의 대상이 정해지는 일이 러시안 룰렛 같다는 말이 가슴에 콱 박힌 듯 깊이 남아버렸다. 누군가 특별히 잘못해서가 아니라, 그저 분위기와 우연과 무리의 변덕 때문에 한 사람이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것. 그 사실이 너무나도 현실적이라 더 아프게 다가오기도 했다. 내 학창 시절을 떠올려 보면, 지금보다 성격은 다를 수도 있겠지만 폭력이 절대 없었다고 말 못한다. 폭력의 중심에 있는 그들과 가장자리에 있는 방관자들, 그리고 그 모든 폭력을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피해자가 있었다는 걸. 그리고 때로는 모르는 척하는 일이 가장 쉬웠다는 것도 말이다.
🪶
술술 읽히지만 절대 가볍게 덮어버릴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미스터리로서의 긴장감도 좋고, 보늬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소설적 재미도 좋다. 하지만 책을 읽은 후 그보다 오래 남는 감정은 외로움인 것 같다. 혼자가 되고 싶지 않은 마음, 그 마음 때문에 사람이 얼마나 흔들릴 수 있는지, 또 그럼에도 끝내 괴물이 되지 않으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청소년 독자에게도, 학부모에게도, 그리고 학교라는 세계를 이미 지나왔다고 믿는 어른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어쩌면 우리는 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여전히 어떤 무리의 안과 밖을 기웃거리며 살고 있을테니 말이다.
* 가제본 서평단에 선정되어 책을 라임출판사(@lime_pub)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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