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강은 그녀를 끌어내린다
윤지현 지음, 박지선 옮김 / 휴머니스트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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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강은 그녀를 끌어내린다> 윤지현, 휴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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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하면서도 눅눅, 축축한 제목에 확 끌렸던 책이다. 강이 그녀를 끌어내린다라니... 아름다우면서도 불길한 것 같고, 어딘가 처연한 이 제목이 뭔가 마음에 들었다. 실제로 책을 읽는 동안 내내 제목에서 느껴지는 정서를 잘 느낄 수 있었다. 물가에 오래 서 있다 온 사람처럼 몸 어딘가가 서늘하고, 페이지를 넘길수록 이야기 안쪽으로 천천히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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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한국계 미국 작가 윤지현의 첫 장편소설로, <장화홍련전>과 물귀신 설화의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끌어온 K-호러이자 가족 스릴러라고 한다. 언니 미래가 강에서 익사한 뒤, 동생 수진은 집안 여자들에게만 전해 내려오는 능력을 사용해 언니를 되살린다. 죽은 생명의 일부를 땅에 묻으면 다시 살아난다는 설정은 처음에는 기묘하고 매혹적으로 다가오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것이 축복이라기보다 저주에 가깝다는 사실이 점점 선명해진다. 죽음을 거스르는 일은 결코 삶을 회복시키는 일이 될 수 없었다. 그저 끝나버린 뒤 멈춰야 할 시간을 억지로 붙잡고 늘어지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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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좋았다고 느낄 수 있었던 건 단순히 무서워서가 아니었던 것 같다. 물론 분위기는 충분히 섬뜩하고 으슬으슬하다. 강, 물, 머리카락, 젖은 발자국, 축축한 흙 같은 이미지들이 반복되면서 소설 전체에 눅눅한 공포가 배어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읽고 나서 가장 오래 남는 감정은 공포보다는 슬픔이었다. 특히 미래라는 인물이 그랬다. 미래는 살아 있는 동안 이미 너무 많은 것을 견뎌야 했던 정말 비극적인 인물이었다. 엄마를 잃은 뒤 슬픔에 잠긴 아버지 대신 집안을 떠받치고, 동생을 돌보고, 자기 감정을 삼키며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였던 것이다. 이민자 가족의 장녀, 한국적 가족 구조 안에서 ‘착하고 든든한 딸’로 살아야 했던 미래의 모습이 자꾸만 마음 한 켠에 체한 듯 남아 있어서 참 슬펐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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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돌아온 뒤 벌어지는 복수는 분명 무섭고 잔혹한데, 한편으로는 살아 있을 때 한 번도 제대로 말하지 못했던 감정들이 뒤늦게 터져 나오는 것처럼 보여 더 애처로웠다. 그 점에서 이 소설은 단순한 호러 판타지가 아닌 것 같다. 한 개인에게 오래 눌러둔 슬픔이 어떤 방식으로 변질되는지 보여주는 이야기가 중요한 테마였기 때문이다. 사랑이 너무 깊어 사람을 살리는 선택을 했지만 동시에 그 사랑이 상대를 가두고 망가뜨릴 수도 있다는 것. 수진이 언니를 되살린 선택 역시 그랬다. 너무 사랑해서, 너무 보고 싶어서 한 일이지만, 그 마음이 정말 언니를 위한 것이었는지는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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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자꾸 생각한 것은 놓아주는 일과 애도인 것 같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으면 자꾸만 과거를 붙잡고 싶어진다. 그 사람이 다시 돌아온다면, 한 번만 더 볼 수 있다면, 이번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런 마음을 다정하게 위로하기보다 아주 차갑게 묻는다. 다시 돌아온 사람이 정말 예전의 그 사람일까? 내가 붙잡고 싶은 것은 그 사람일까, 아니면 그 사람이 있던 시절의 나일까? 사랑한다는 이유로 누군가의 죽음마저 내 슬픔의 방식대로 바꾸어도 되는 걸까? 강은 그녀를 끌어내렸지만, 어쩌면 이 이야기는 남겨진 사람들이 더 이상 강물 아래로 함께 가라앉지 않기 위해 애쓰는 이야기가 아닐까?


* 이 책은 휴머니스트(@boooook.h)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이 글은 보내주신 책을 탐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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