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지터블 보태니컬 아트 - 색연필로 누구나 쉽게 그리는 열매와 채소
제니리 지음 / 시대인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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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꽃과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그림도 좋아해서, 보태니컬 아트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습니다. 독학을 하려니, 기존의 보태니컬 서적들은 눈부시게 빛나는 수록 작품들과 대조적으로 작화 관련 설명은 부족하거나, 뭔가 설명이 있어도 주변에서 접하기 어려운 식물들이 많아 거리감을 주는 책들도 꽤 있었습니다. 문외한인 저는 보태니컬은 왠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멀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제니리 작가님의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일상에서 자주 보던 열매와 채소 위주의 보태니컬이라니, 친근함이 주는 매력이 느껴졌습니다. 저와 같은 생각을 하시고 계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으므로, 제가 이 책을 접한 소감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이 책은 완전한 신간이 아니라, 2021년에 출간된 기존의 <베지터블 보태니컬 아트> 초판에 중급자 도안들을 추가하여 내용을 보완한 "개정판"입니다. 그러므로 이전 책의 내용은 모두 포함한 채 업그레이드 되어 있으므로 기존판과 개정판의 표지가 다르다고 해서  두 권 모두 갖추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 개정판  <베지터블 보태니컬 아트>는  210*260mm의 크기에 총 284페이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는 기존판은 없어서 직접적인 비교는 해드릴 수 없지만, 이 책은 표지도 깔끔하고 크기도 있고 무게가 제법 나가니 고급스러워 보이는 느낌이 듭니다.  

표지를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작가님 소개와 프롤로그를 지나 목차가 나옵니다. 목차는 이 책의 내용을 한눈에 알기 쉽게 보여주는데, 식탁에서 자주 보던 그림들이 나타나니 매우 반갑습니다. 속지는 얇은 달력 같은 재질인데, 조명 바로 아래에서 책을 보면 반사가 되어 글자나 그림 디테일이 잘 안보이므로 독서대를 사용하시길 추천드립니다.  

목차 뒤에는 보태니컬 아트란 무엇인지 채소와 열매도 보태니컬 아트에 속하는지 설명하는 글도 나옵니다. 설명적 기능이 있는 책의 정석적 오프닝이라 생각됩니다. 그나저나 왼편의 수국 그림이 너무 예쁘네요 :)


이제 이 책의 본론이 시작됩니다.  <Part 1>에서는 보태니컬 아트와 친해지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주재료는 색연필이고 색연필들 다루기 위해 알아야 할 기본 기법들과 보태니컬 아트의 대상이 되는 식물에 대한 기본 이해를 도와 줍니다. 식물의 구조와 분류 편은 학술적으로 보이지만 그리 어렵지 않으니, 상식으로 알아두어도 유용할 것 같습니다.


 <Part 2>에서부터 독자들은 보태니컬 아트를 그려보는 데에 첫걸음을 떼어 볼 수 있게 됩니다. 이 파트는 "초급자"을 위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꼭 알아야 하는 색연필화 스킬은  <Part 1>에서 이미 소개하고 있으므로 그 부분을 미리 숙지하시고 연습을 하신 뒤에 그림 그리기를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여기서부터 소개되는 그림들마다 각각 별점으로 난이도를 미리 표시해 주었으며, 사용된 색연필들로 컬러칩을 제시해 준비를 수월하게 해 줍니다. 
위 사진을 통해 엿보실 수 있듯, 스케치할 때 알아야 할 것들과 어느 색 색연필로 어떤 순서대로 채색을 하면  좋을지, 그때 어떤 스킬을 쓰면 좋은지를 소상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올리브를 시작으로 이 책에 수록된 나머지 모든 일러스트에 대하여 이와 동일한 방식으로 작화법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Part 3>은 "중급자" 이상이신 분들을 위한 레벨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뒷부분으로 갈수록 별이 5개인 그림들이 많습니다. <Part 2>에 제시되었던 채소들보다 열매나 잎에 디테일들이 많이 추가되어 있습니다. 특히 쌈추나 콜라비같이 잎맥이 섬세하고 사방으로 분포된 이파리들을 보니 압도되기 시작합니다만, 역시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을 보니 안심이 되고 언젠가는 저도 따라해 볼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Part 4>는 앞서 본 모든 그림들의 스케치들이 각 대상의 영문명과 함께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전 파트들을 인쇄한 종이와 같은 재질의 종이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컬러링북처럼 책에 바로 채색할 수 없습니다. 작가님께서 이미 <Part 1>에서 설명하신 것처럼, 스케치된 도안을 복사한 뒤 색연필화 전용 종이에 전사하시는 과정부터 시작하셔야 합니다. 컬러링북이 아니라서 이런 번거로움이 발생하기는 하지만, 정통 보태니컬화는 모두 이와 같은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므로 전사도 연습을 해 두어야할 것 같습니다. 


이대로 책을 덮어버리기 아쉬운 분들은 맨 마지막 장에 보너스로 수록된 페이지들을 만나보세요. 절취선대로 잘라내면, 앞면에는 작가님의 멋진 보태니컬 일러스트가 있고 뒷면에는 글 쓸 공간이 인쇄되어 있어서, 엽서 혹은 메모지로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마지막 장까지 모두 지나 책을 덮으면 뒷커버가 있습니다. 깔금해서 좋습니다만, 이대로 이 책을 책꽂이로 보낼 수는 없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어서 저만의 보태니컬 그림을 하루라도 빨리 그려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연습 페이지에 있던 꽃들 먼저 시작해 보기로 했습니다.


강남콩꽃이라고 합니다. 먼저 스케치 전사를 하고 나서 그 위에 채색할 색연필로 선을 따라 그려준 뒤 연한 색부터 단계적으로 색을 겹쳐 올려 밀도를 높여주라는 것이 작가님 설명의 요지였습니다.  작은 꽃 하나만 하면 아쉬우니 더 해보기로 합니다.
 
이번에는 오이꽃입니다. 호박꽃을 닮은 듯하지만, 뒤 꼭지에 아기 오이가 맺혀 있습니다. 저는 실제 오이가 열리는 과정을 목격한 적은 없습니다. 오이를 사면 꼭지에 오이꽃이 아주 작게 매달려 있을 때가 있는데, 그 오이들이 바로 꽃받침 자리에서 아주 작게 열려 점점 커지고 길어지는 것이었나 봅니다. 그림을 통해 채소가 자라는 과정을 간접체험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


내친 김에, 오이와 비슷한 계통의 작물이지만  여름철 인기 과일의 일종으로 알려진 수박도 해 보았습니다. 수박은 별이 다섯 개!! 고난이도 그림 답게, 하얗고 불규칙한 맥들을 그려나가면서 색칠하는 것이 너무나 어려웠습니다.  결과물을 보니 나쁘진 않지만 부끄럽네요. 작가님처럼 잘 하려면 얼마나 많이 연습해야 할지 가늠이 되지 않습니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하니, 너무 조바심을 내지는 말아야겠습니다. 


제가 간단한 것들만 골라서 이렇게 연습해보니, 완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세심한 관찰력도 많이 필요했지만, 성미가 급한 저로서는 디테일을 놓치지 않고 그림의 밀도를 올리기 위해 색을 계속 쌓아가는 과정에서 인내심이 엄청나게 필요했습니다.  그래도 인내는 쓰지만, 그 열매는 달달한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그림에서 색의 밀도를 올리기 위해 색연필을 반복해서 덧칠하듯, 작은 연습들이 하나하나 쌓이면 제 그림 실력도 올라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져 봅니다.  제니리 작가님의 <베지터블 보태니컬 아트 (개정판)>은 저의 그 여정에서 좋은 길동무가 되어 줄 것 같습니다. 아마 보태니컬 아트를 시작하시는 다른 분들에게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여기까지 저의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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