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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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오루는 작은 할아버지인 가네사다 집에서 지내며 여름 방학을 보낸다. 그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깨닫고 되고 싶은 것도 찾아내려 한다. 『거품』은 가오루가 성장하는, 성장소설이다.
거품의 주요 등장인물은 세 명이다. 가오루 , 오카다 , 가네사다.
이 중 가오루는 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갈피를 잡지 못한 고등학생이다. 학교라는 갑갑하고 규칙적이며 사람을 찍어내는 곳에서 벗어나려고 자퇴를 선택한다.
가네사다는 가오루와 닮았지만 반대이다. 러시아에 포로로 잡혀 있다 돌아온 가네사다는 가족들에게 빨갱이가 되어 있었다. 가네사다는 배척으로 인해 가족이라는 공동체에서 밀려난 입장이다. 가오루는 자의로, 가네사다는 타의로 라는 점에서 확연한 입장차가 있다.
오카다는 뭐랄까, 규칙적이고 일방적인 공동체에서 벗어나 살아날 길을 찾아낸 케이스다. (가네사다 역시 그렇지만.)

『거품』은 여름 방학 같은 이야기이다. 실제 시간적 배경이 그러한 것도 있지만, 책 자체가 손끝에 걸릴 듯, 놓칠 듯 했다. 제목대로 거품같다고도 할 수 있겠다.
결말까지도 가오루는 무언가를 하겠다는 결심을 내리지 못한다.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 어쩌면 어른이 될 수 있긴 할지, 역시 모른다. 그런 가오루에게 오카다는, 꼭 공동체의 규칙과 억압 속에 담겨서 구겨질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를 한다.

"학교 같은 거 안 가도 돼. 집단에 길들여지는 쪽이 마음은 편하지만, 집단은 틀리기도 하니까." (202p)

거품의 주 매력 포인트는 청춘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다뤘다는 점이다. "내가 무엇이 될 수 있는가"하는 것 말이다. 어른이 되길 희망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어른은 무언갈 책임져야 한다. 그런데 그게 어디 쉽던가? 아니다. 세상에서 제일 어렵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어른이 되지 못하는 가오루의 모습에서 공감이 많이 됐다.
또, 우리의 열정이 꺾이는 이유 중 하나는 "이게 올바른 길이 맞나?"하는 물음 때문이라 생각한다. (살아갈 이유가 없다. 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내가 열정을 쏟을 무언가가 없어서 살아갈 이유도 없는 것이다. 내가 원해서 가는 길이 아니기에 올바른 길인지에 대한 답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거품』은 잔잔하게 흐르는 바다와 같은 책이었다. 그러면서도 많은 고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책이었다.

*해당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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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
요아힘 마이어호프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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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규정하고 틀에 가둠으로써 미래도 닫힌다

『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는 과거와 미래에 대한 고정관념에 질문을 던지는 책이었다. 우리는 과거는 규정되고, 정해지고, 변할 수 없는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런데 그게 전부일까?
물론 물리적, 시공간적인 측면으로서의 규정됨이 아니다. 물리적인 과거는 어쨌든 고정된 것이니까.
그러나 추상적인 측면에서는 다르다. 우리가 과거를 재구성한다면 차이가 생긴다. 예를 들어, 어떤 일을 유쾌하게 받아들이면 추억이 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게 받아들인다면 흑역사가 된다.
누군가의 죽음도 같은 맥락에 놓인다. 죽음이 슬픔 속에 있다면 우리의 미래 역시 침몰하며 나아갈 수 없다. 그런데 슬픔 속에 있지 않다면? 죽은 이의 날아오름으로 과거가 재구성된다면? 우리의 미래 역시 침몰하지 않을 것이다.

작가의 질문은 그런 것이다. 정말로 과거는 바꿀 수 없는가. 미래만이 나아갈 수 있는 것인가. 하는 독특한 물음 말이다.

사건들이 상당히 잔잔하게 흐른다. 누군가에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정도로 말이다.
나는 나쁘지 않았다. 특히 초반부 밝고 유쾌한 주인공 가족들의 일상이 마음에 들었다. 다만 이 책은 끝까지 읽는 것을 꼭 권장한다. 더 길게 읽을 수록 더 많은 생각을 곱씹을 수 있으니 말이다.

*해당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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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붙게 해 주세요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95
이로아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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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윤나는 재이를 따라 기순고에 왔다. 다만 재이가 현서와 사귀면서부터 부쩍 윤나를 소홀히 하게 된다. 윤나와 재이의 관계는 그렇게 끝난다.그 후 새 교장이 기순고에 발령받는다. 이 교장은 학교를 옳게 하겠다는 명목하에 학생들을 통제한다. 그때 부활한 야자. 뺄 수 있는 조건은 올 1등급. 윤나는 이를 목표로 삼는다. 이때 눈에 들어온 강령술 책. 윤나는 20년 전 학교에서 자살한 전교 1등을 부르기로 결심하는데…!

『귀신 붙게 해 주세요』는 억압과 차별 속에서 나아가는 청소년들을 보여주는 책이다. 독자들은, 그들이 세상을 이겨낼 수 있을까? 견뎌낼 수 있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보게된다.

우선 작품 전반에 퀴어, 혐오, 차별을 녹여놨음이 보였다. 기순고를 치유하겠다는 현 교장과 소독하겠다는 20년 전 교장을 보면 알 수 있듯, 동성애를 죄나 병으로 취급하는 걸 볼 수 있다. 이들의 혐오는 특별한 곳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바로 '나'와 다르기 때문에. 자신이 "보통"이라 믿으며 나와 다른 이들을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맹목적인 혐오를 보는게 힘들다. 왜 자신들이 옳다고 여기는가.

전에 학교 앞에서 교회 홍보물을 받았었다. 홍보물에는 "동성애는 죄"라고 떡하니 박혀있었다. 그걸 보고 든 첫째 생각은 거부감이었다. 왜 그걸 죄라고 하나 싶어서. 책을 읽을 때,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며 더 몰입됐다.
이 책 역시 작가가 등장인물을 책임지려는 게 보여서 좋았다.

윤나, 현서, 재이가 억압과 차별을 견딜 필요가 없는 세상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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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한 비밀 창비청소년문학 143
강은지 지음 / 창비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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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온은 재혼 가정의 아이다. 재혼하며 생긴 큰 나이 차의 언니는 임신한 상태였고 벌써 두 번의 유산을 겪었다. 태몽을 꾸지 않았기에 유산했다고 생각하는 언니를 마음 편하게 해주기 위해, 다온은 태몽을 꿨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 거짓말은 점차 커졌다. 다온은 감당할 수 없어진 거짓말 때문에 큰 죄책감을 느낀다. 그런 다온의 눈에 들어온 것이 "거짓말 무덤"이라는 카톡방이었다.
들어간 방에는 캡사이신, 쿠쿠, 장, 웬디가 있었다. 그들은 서로의 비밀을 지켜주자는 약속하에, 자신의 거짓말을 털어놓는다. 그런데 비밀을 지켜주자는 약속과 달리 쿠쿠가 입양되었다는 사실이 학교에 퍼졌다. 쿠쿠는 당연히 단톡방 아이들을 의심했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의 신상을 몰랐다.
아니, 몰라야 했다. 장은 모두의 신상을 알고 있었다. 쿠쿠, 웬디, 캡사이신, 다온은 장이 소문을 퍼트렸다고 생각하며, 그를 찾아내기로 한다.
그 후로 여러 일을 겪는다. 하지만 결국 장이 방식만 잘못됐을 뿐, 나쁜 의도도 갖지 않았고, 소문을 퍼트리지도 않았음을 깨닫고 그를 용서한다. 그렇게 5명은 서로를 이해하는 소중한 친구로 남는다.

『소란한 비밀』은 다섯 아이가 마침내 가족을 이해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다문화, 한부모, 재혼, 입양, 자식에게 집착하는 부모까지. 사람들이 평범으로 규정하지 않는 가정들이다. 이 아이들은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 거짓말을 한다. 당장 다온이만 해도 언니가 유산하지 않았으면, 나랑 진짜 자매였으면 하는 바람으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가. 아이들의 발버둥을 보고 있자면 슬퍼진다.
가정이란 건 아이들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다. 지극히 부모의 선택이다. 아이들은 선택하지 않았던 환경이라도 사랑받고 싶어 하고, 집이 집으로 느껴졌으면 해서 거짓말은 하게 된다. 그 미묘한 굴레가 마음 아팠다.
『소란한 비밀』의 아이들은 거짓말을 이용해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었다. 봉합되지 못한 상처는 계속 피가 흐르기 마련이고 테이프로 막아놓은 금은 언젠가 건물을 무너뜨리기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결말이 좋았다. 아이들이 자신의 거짓말을 밝히고 부모에게 아픔을 드러내는 모습이. 괜찮다고,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부모의 모습이. 상처를 봉합하는 순간이라 느껴졌다. 거짓말을 했던 아이들이 마침내 거짓을 떨쳐내는 모습도 좋았다.

다섯 아이가 언제나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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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움가트너 (애나 일러스트 리커버)
폴 오스터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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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움가트너』의 줄거리는 이렇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인 바움가트너는 자신의 밀어둔 기억들과 마주하게 된다. 죽은 아내, 아버지, 어머니. 그는 기억을 하나하나 곱씹으면서 한 걸음을 내디딘다. 그 걸음은 꼭 행복하지도 쓸쓸하지도 않다. 삶이란 원래 변화무쌍한 것이고 하나로써 온전할 수 없으니 말이다.

상실은 꼭 슬픈 것만은 아니다. 그 속에는 운명적으로 정해졌던, 그래야만 했던 것도 있다. 뻔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사람은 누구나 죽으며 그로 인해 누군가는 상실을 겪는다. 그것은 당연한 이치이기에 반박할 수 없다. 바움가트너는 과거를 회상하며 그 이치를 전부 이해해 간다. 아내의 죽음으로 근 10년을 저당 잡혀서 잊기 위해 발버둥 쳤던 걸 멈출 수 있게 된다.
마침내 그는 아내의 작품을 사랑하는 이를 만나지 않는가. 핏줄로 이어지지 않아도 그보다 더 애정하는 딸이 생기지 않는가. 이는 상실로부터의 만남이다. 아내가 죽은 덕에 생긴 새로운 인연이다. 이것을 슬프다고 단정 지어 표현할 수 없다. 바움가트너와 애나의 인연이 낭만적이듯 코언과의 관계도 그러할 것이니 말이다.

『바움가트너』의 잔잔하고 조용한 일상은 우리의 삶과 닮았다. 특별한 판타지가 일어나지도, 대단한 무언가가 생기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렇기에 우리는 『바움가트너』를 읽으며 위로 받을 수 있다.

나는 폴 오스터의 작품을 『바움가트너』로 입문하였다. 이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글을 써왔는지 알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눈에 띄는 특징이 있었다. 폴 오스터는 섬세하고 화려한 문체를 가지고 있다. 『바움가트너』를 읽으면서 가장 크게 느낀 부분이었다. 한 줄로 처리해 버릴 수 있는 문장을 완전히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는 의미이다.
물론 이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간결하고 짧은 문장을 원하는 이들에게 이 문장들은 지나친 미사여구로 보일지 모른다. 반대로 길고 아름다운 문장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세심한 작가의 배려가 돋보일 것이다.
당신에게 『바움가트너』가  어떻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하나 확실한 것은, 바움가트너를 읽음으로써 우리는 삶의 진실한 맛을 음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실의 이면에 만남이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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