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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연금술 - 인간의 열정에 관한 아포리즘
에릭 호퍼 지음, 정지호 옮김 / 이다미디어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가끔 짧은 글 속에서 빛니는 성찰의 의미를 생각하곤 한다. 아포리즘은 바로 이런 짧은 글이다. 이런 글들은 많은 말을 하지 않지만 그 속엔 참 많은 것들을 담고 있다. 그러나 시와는 또 다르다. 시는 문학적 가치를 두지만 아포리즘은 문학보다는 이론적 가치를 둔다는 점이다.
에릭 호퍼의 영혼의 연금술이란 책을 읽으며 우선 저자가 떠돌이 노동자였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물론 책을 많이 읽어 깊은 사고를 가지게 되었다지만 단순히 책만 많이 읽는다는 행위로 이런 놀라운 사상을 가지게 되었을까? 책 읽는 것과 함께 필요한 건 사고하는 것이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다시 생각해보고 이런 과정들이 없다면 이러한 아포리즘을 만들어 낼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의미로 이 책은 단순히 무언가를 말하려는 책보다는 깊이 있게 다가온다. 비록 짧은 한 마디로도 저자는 얼마나 고민을 했을까? 이런 물음 속에 글 하나 하나를 읽어 갔다.
"흔히 권력은 부패한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나약함 역시 부패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아포리즘 하나씩 읽어가면서 정말이지 생각을 해보지 않은 어쩌면 고민을 하지 않은 것들을 저자는 참 많이도 고민하고 생각했다는 느낌을 가졌다. 나약함이 부패한다고? 사실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이야기지만 저자의 설명을 듣고 있노라면 어느정도 수긍하게 된다. 어쩌면 이런 것이 바로 사유의 힘인지도 모른다. 그저 한 가지 사실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두루 생각하여 다른 것을 발견해 내는 것이 필요함을 새삼 깨닫게 된다.
현대를 살아가면서 너무나 복잡하게 얽혀 있어 때론 단순하게 살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지나친 단순화로 인해 생각없이 살아가는 것이 위험하지 않을까 싶다. 특히나 공장 같은 단순한 것을 반복하는 노동자들에게 있어 늘 강요되는 건 바로 단순한 사고다. 이런 사고를 강조하는 건 쉽게 복종하여 일을 하게 만드는 일종의 기계적 인간을 키워내는 것에 불과하다.
한 가지 생각이 아니라 다양한 생각들 속에 기꺼이 들어가야만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사유를 하였던 사상가들의 아포리즘을 읽는다는 건 그만큼 중요한 일이다. 글들 속에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사고를 경험하여 삶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너무 많은 걸 풀어가는 것보다 떄론 짧게 풀어가는 아포리즘이 더 쉽게 다가오는 것 같다.
[흔히 권력은 부패한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나약함 역시 부패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권력은 소수만을 부패시키지만 나약함은 다수를 부패시킨다. 증오와 악의, 무례함, 의심은 나약함의 산물이다. 나약한 자의 분노는 자기들이 받은 부당한 대우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무력하고 무능하다는 자각에서 생겨난다. 이들은 악의가 아닌 나약함을 증오한다. 나약한 자기 힘을 가지면 장소를 불문하고 보이는 대로 나약한 것을 파괴한다. 약자가 약자의 희생양의 되었을 때의 그 비통함이란! 약자의 자기혐오는 나약함에 대한 증오를 나타내는 일례에 지나지 않는다]
[놀라운 일이지만 우리는 자신을 사랑하듯이 이웃을 사랑한다. 자기 자신에게 하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이 한다는 뜻이다. 자신을 미워할 때 다른 사람도 미워하며 자신에게 관대할 때 다른 사람에게도 관대함을 보인다. 자신을 용서할 때 다른 사람을 용서하고 자신을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을 떄 다른 사람을 희생양으로 삼기 쉽다. 이 세상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근원은 자기 사랑이 아니라 자기 증오이다]
[어떤 사람에게서 증오를 빼앗으면 그는 신념 없는 사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