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와 바나나 테마 소설집
하성란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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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어디까지 사실이고 어디까지 이야기일까? 늘 소설을 읽으면서 궁금한 부분이다. 물론 어떤 소설 같은 경우는 처음부터 말도 되지 않는 설정으로 시작하여 이건 사실이 아님을 명시해 주기도 하지만 어떤 소설은 이것이 소설인지 실제 이야기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

 

키스와 바나나란 테마 소설집은 여러 작가들이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중심으로 풀어가는 이야기다. 이 소설집을 읽으면서도 이건 소설이네 이건 혹시 사실이 아닐까 하는 부분이 있었다. 윤고은의 다옥정 7번지 같은 경우는 허구적 이야기란 것이 확실하다. 소설 속에서는 박태원이 등장하는데 산책에서 돌아오던 박태원이 돌연 2010년대로 바뀐 종로 거리를 만난다는 설정이다. 그런데 조두진의 첫사랑 같은 경우는 일본 여학생 리에가 조선인 영어 선생님 우메하라 게이치를 좋아했는데 너무나 완벽하게 동경 말을 잘 구사했던 사람이 나중에 알고보니 조선인이었다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끼며 그 이후엔 두번 다시 사랑을 찾지 못했음을 이야기하는 장면에서는 실제 있었던 이야기를 각색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집을 읽으면서 강병융의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거 아시죠가 왠지 모르게 기억에 남았는데 아마 이명박 대통령 시절 있었던 그 이야기를 정말 여실히 보여주었다는 것이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이렇게 통쾌했던 적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한 편으로 마음이 짠해지는 소설도 있었는데 앞서 언급한 조두진의 첫사랑도 그랬지만 조영아의 만년필이 더 그랬던 것 같다. 만년필이라고 하면 글쓰는 작가에겐 더 없이 소중한 보물 같은 것이다. 그런데 소설 속 작가인 윤기는 항상 그 만년필을 가지고 다니는데 대구에 갔다가 지하철 화재 사건을 만나게 된다. 그 현장에서 빠져 나올려고 하는데 여고생이 자신의 다리를 잡아 몇 번이나 뿌리칠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해 급기야는 만년필로 여학생의 손을 찍어야 했던 그 장면이 참으로 마음이 아팠다.

 

각각의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나름의 평을 해야 겠지만 어느 한 작가의 단편 소설집을 읽어도 다 기억에 남지 않는 것처럼 언급되지 않은 다른 작가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굳이 이야기하지 않았다. 소설이란 역사적 사실을 기록하는 것이나 사실을 기록하지 않는 것이나 별로 중요하지 않다. 다만 소설이 중요한 건 바로 이야기다. 역사를 통해 우리 삶을 이야기하든 아니면 허구를 가지고 와도 풀어내더라도 이런 이야기가 바로 지금 우리에게 얼마나 진실하냐 하는 것이다. 키스와 바나나에 동참한 모든 작가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소설의 위대함이 무엇인지를 보여 주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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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다시 걷고 싶은 길
사단법인 한국여행작가협의 엮음 / 예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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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들어왔던 이야기는 우리나라는 참 좁다란 것이다. 이 좁다란 의미 속에는 지형적인 것도 포함된다. 물론 우리나라가 세계 여러 나라들 가운데 작은 편에 속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과연 우리나라를 얼만큼 다녀 보았을까? 수도 서울만 해도 아직 가보지 못한 거리는 참 많다. 한국여행작가협회에서 내놓은 대한민국 다시 걷고 싶은 길이란 책은 아직 우리가 가보지 못한 길을 많이 소개해 주었다. 참 좋은 지침서다. 최근 유행처럼 번지는 둘레길에서부터 한적한 길까지 전국에 있는 멋진 풍경을 자랑하는 곳들을 소개한다.

 

첫 소개는 제주 올레길이다. 워낙 유명해서 발걸음을 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고 한다. 스무 가지 이상이나 되는 길 중 꼭 가봐야 할 세 군데를 소개했다. 제주도를 아직 가보지 않아 한 번은 꼭 가봐야지 하는 곳이긴 한데 첫 소개부터 작은 사진으로도 탄성을 지르게 하는 홍조단괴해빈은 꼭꼭꼭 가봐야지 하는 다짐을 하게 했다. 마치 외국의 깨끗한 해변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실제로 보면 어떨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지리산 둘레길과 북한산 둘레길은 한 번은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무엇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동해 해파랑길이다. 언젠가 김연수의 7번국도란 소설을 읽으면서 가보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다. 바다를 따라 걷는 길은 산길과는 다른 매력일 것이다.

 

우리가 사는 곳에 이토록 많은 길이 있는 줄 몰랐다. 하긴 그만큼 관심을 두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다. 우리가 수학여행으로 자주 가는 경주만 해도 참 많은 길이 있고 서울에서 비교적 가까운 강화동에도 나들길 코스가 있어 걷기에 좋다. 인상적인 길로 남는 곳은 울진의 금강소나무숲길과 태안 해변길이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늘 일탈을 꿈꾼다. 하지만 일탈을 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인가? 그저 꿈만 꿀 뿐 실제로 일탈하는 건 쉽지 않다. 이 책만 있다면 가끔 일탈하고 싶을 때 실제로 일탈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린 몰라서 못했던 것이다. 책에서 소개한 길도 좋지만 나름대로 익숙한 길이 아닌 익숙하지 않은 길을 가보는 것도 일상 속에서의 작은 여행이다. 주변에는 그런 길이 많다. 새로움으로 바라보면 길이 아닌 곳은 없지 않을까 싶다. 여행작가들이 소개한 우리나라의 다시 걷고 싶은 길을 통해 가끔 한 번씩 쉼을 누렸으면 한다. 그리고 주변의 길들도 유심히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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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유럽건축에 도전하다 - 33인 거장들과의 좌충우돌 분투기
고시마 유스케 지음, 정영희 옮김 / 효형출판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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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란 단어만 생각해도 가슴이 뜨거워진다. 사실 청춘 유럽 건축에 도전하다란 책의 제목 때문인지 청춘의 도전 여행에 관한 책이라고만 생각했다. 물론 책의 내용 자체가 도전이자 낯선 곳으로의 여행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만 단순히 이렇게만 본다면 저자가 가진 상당한 지적 능력을 지나칠 수 있다.

 

고시마 유스케는 특히나 무라카미 하루키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것 같았다. 뿐만 아니라 여러 문학에 대해 조예가 깊은 것으로 보였다. 아마 학창 시절 문학 소년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다.

 

그가 여행했던 유럽의 건축물은 다앙했다. 그 중에서도 기억이 남는 건 도서관이었다. 도서관의 건축도 여행 대상으로 삼은 건 정말 좋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독특한 건축물로 도서관을 만든 유럽의 문화가 부러웠다. 그런데 정말 특이한 건 자동차 박물관이었다. 벤츠 박물관, BMW박물관 등이 따로 있을 정도인데 우리나라도 자동차 박물관이 있을까 싶어 검색을 해 보았더니 있긴 있었다. 역시 독일의 자동차 박물관을 따라가기엔 아직은.....

 

건축학도가 아닌 다음에야 저자가 다녔던 많은 건축물과 건축학자들을 알 수는 없었다. 물론 건축물 가운데 일부는 이미 티비에서도 볼 수 있는 것들이었고 한 번쯤 가보고 싶은 마음을 이미 가졌던 것들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생소하기만 했다. 마치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같은 모양의 곡선을 강조하는 건축물도 있었고 아예 네모 반듯하거나 심지어 뽀족한 건물로 자신만의 멋을 낸 경우도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건 건축에 대한 사진이 너무 없었다는 것이다. 그나마 몇 장 있는 사진도 작아서 건축을 감상하기엔 부족했다. 차라리 스케치로 그린 그림 대신 좋은 사진으로 건축을 보여 주었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느낌이다. 물론 건축 도감이 아니기 때문에 자세한 걸 바라지는 않는다. 다만 그래도 독자들을 위해 사진을 조금더 넣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청춘의 도전을 읽으니 어떤 일이든지 무모하게 한 번 도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도전이란 것이 때론 두렵고 떨리는 일이긴 하지만 한 편으론 설레임을 안겨다 주는 일이기도 하다. 설레임을 맛보고 싶다면 어떤 일이든 부딪쳐 볼 일이다. 나이가 들면서 설레임보다는 두려움을 더 많이 갖게 된다. 인생의 모든 여정은 여행이라고 생각한다면 설레임을 가지고 삶 자체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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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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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책 모임에서 만난 어느 회원에게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읽었냐고 물으니 읽지 않았다고 왜 읽지 않았냐고 하니 너무 가슴아픈 현대사를 차마 읽어낼 수 없어 그랬다고 한다. 5.18에 관한 소설은 참 많지만 나 역시 한 번도 읽어보지 않았다. 정말 이런 끔찍한 일이 우리 땅에서 일어났다고 하는 것이 믿기지가 않기 때문이다.

 

한강이 쓴 5.18이라. 기대가 되면서 동시에 두려웠다. 소설을 읽어가며 역시 한강은 다르군 하면서도 마음 속에 타오르는 강렬한 분노를 멈출 수 없었다. 이미 잊혀져간 과거의 이야기이지만 이것은 역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카의 이야기를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역사는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과거의 살았던 사람들과의 대화이기 때문이다.

 

소설에서도 용산 참사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서 이것을 광주라고 표현한다. 이 이야기는 결국 경제 논리에서 소외된 모든 사람들을 국가가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광주와 같이 폭력을 휘두르는 만행을 저지름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광주 민주화 운동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작가도 과거의 사건으로 일어난 광주의 이야기가 아닌 오늘 일어나고 있는 광주의 이야기를 쓴 것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국가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그러나 과연 대한민국은 누굴 위한 국가일까? 국가는 국민을 보호할 의무와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는 하나의 사익 집단이 되어 버린지 오래다. 광주의 이야기가 오늘날 우리 이야기가 될 수 있는 건 그때의 국가나 지금의 국가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소설에서 가슴 아픈 건 무엇보다 어린 학생들의 죽음이었다. 그런데 더욱 가슴이 아픈 건 정미 누나란 인물 때문이었다. 스무 살인데 여중생처럼 보인다는 그러나 동생 정대가 가장 무서워하는 누나 정미가 왠지 그리움처럼 가슴에 남았다. 나에게 누나가 한 명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사춘기 시절엔 늘 소망했다. 만약 정말이지 누나가 있다면 정미 누나 같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소설 읽는 동안 생각했다.

 

광주 이야기를 소설로 읽는 건 실로 고통스럽다. 읽는 동안 몇 번이나 잠깐 책을 덮었다. 하지만 이런 고통을 마주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언제 어디서 이런 고통을 또 당할지 모른다. 광주의 경험은 바로 나의 경험이어야 하며 우리의 경험이어야 한다.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될 그런 경험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동호를 꼭 기억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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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의 시간을 담다 - 시간을 수집하는 사진가
구본창 글.사진 / 안그라픽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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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작가하면 최민식이란 이름만 알 정도로 사진 작가에 대해 잘 모른다. 다만 사진 하나가 주는 묘한 여운을 좋아해서 사진 전시회 같은 곳도 가곤 하지만 작가를 보고 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사진 그 자체가 주는 미학 때문에 가는 것이다. 유일하게 사진 작가의 사전 정보를 알고 전시회에 간 것은 최민식 밖에 없었다. 그래서 구본창이란 이름은 전혀 알지 못했다.

 

공명의 시간을 담다를 읽으면서 그리고 보면서 왜 이런 사진 작가를 진작 알지 못했나 싶을 정도였다. 처음 읽을 때만 해도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읽으면서는 푹 바쪄 들어갈 정도였다. 특히나 화이트 시리즈 같은 경우는 마치 전시회장에 가서 마음에 드는 작품 하나 만나면 한동안 그 예술 작품에서 눈을 뗄 수 없는 것처럼 화이트 작품을 마냥 바라보았다. 또한 바다를 주제로 한 사진 역시 그랬다.

 

어릴 때는 동네에 빨래를 흔히 볼 수 있었는데 요즘은 보기 힘들다. 그래서일까. 우리나라는 아니었지만 빨래 시리즈에 눈길이 갔던 건 어릴 때의 추억 때문이었다. 또한 우리가 흔히 보는 비누도 훌륭한 사진 작품으로 바뀔 수 있다는 사실도 퍽이나 흥미로운 것이었다. 사진 하면 뭔가 풍경을 찍어야 할 것 같은 고정관념에 사로 잡혀 있는 사람에게는 절대로 보이지 않는 새로운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사유의 깊은 맛을 느끼게 한 것은 바로 백자였는데 겉보기엔 그저 평범한 듯 하지만 백자는 마치 순백색의 아름다움에 어쩌면 그걸 보는 사람마다 각자의 상상력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하는 매력이 있다. 안타깝게도 외국에 있는 우리 백자를 보니 가슴이 찡하다. 물론 외국에서라도 좋은 대접을 받는다면 좋은 일이겠지만 우리 문화의 의식이 더욱 높아졌으면 한다. 우리 문화재 대부분은 나무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콘크리트로 되어 있다고 이야기는 들었지만 실제로 사진으로 보니 뭔가 안타까운 마음 뿐이다.

 

공명의 시간을 담다는 왠지 모르게 묵직한 느낌이 든다. 마치 오랜 시간 공을 들여서 만드는 곰탕과 같다. 사진 하나 글 하나에도 저자의 치열한 사유의 깊이가 느껴진다. 나도 저자와 같이 감성적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정말이지 기회가 닿으면 진짜 이야기라도 나누고 싶어진다. 혼자 생각하기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좋은 친구가 되어준 책이다. 사소한 것들의 새로운 발견을 보여준 구본창 작가의 다른 작품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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