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의 철학 지도 - 나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인문학적 밑그림
김선희 지음 / 지식너머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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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시절 학교에 가면 1교시 수업을 하기 전에 늘 명상의 시간이란 것이 있었다. 가장 먼저 나오는 이야기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짧은 메시지를 전달했는데 그 이야기는 기억이 나지 않아도 '나는 누구인가?'란 질문은 기억한다. 철학적 질문이란 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8개의 철학 지도란 책을 처음 손에 들었을 때 과연 8개의 철학은 무엇일지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8가지의 철학적 주제는 유토피아, 청년, 고통, 웃음, 귀환, 우정, 자기고백, 공부다. 이 중에서 웃음이 어떻게 철학적 주제가 될 수 있는지 궁금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정말 좋은 철학적 주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며 미소지어 보기도 했다.

 

요즘 우리는 참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사실 힘들지 않은 시대가 없었고 오히려 과거의 시대가 훨씬 더 힘들었지만 지금처럼 양극화로 나누어지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우린 유토피아 즉 이상향을 꿈꾸었기 때문에 지금처럼 우리가 살 수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기술이 발달하여 편리해진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점점 타인에 대한 관심을 두지 않으려는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린 또 다른 유토피아를 꿈꿀 수 밖에 없다.

 

유토피아를 시작으로 하나 하나의 철학적 주제들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많은 철학자와 문학가들의 생각들을 만날 수 있다. 사실 그간 철학 교양서들이 주로 사람에 대한 철학적 사고를 다루었다면 이 책은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철학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철학자가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에 대한 장황한 설명을 하기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만날 수 있는 삶의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철학자의 생각을 녹여내고 있다.

 

철학이란 한 사람이 때론 수년에서 수십년까지 오랜 시간을 고민해 온 결과물이라면 우리가 그런 결과물을 단번에 알 수는 없다. 그렇기에 우리도 나름 고민해야 한다. 이 책 역시 한 번을 읽고 완벽하게 소화한다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삶에 있어 고통이란 무엇인가?" "나는 어떤 일을 하였을 때 기쁜가?" "나에게 집이란 무엇인가?" 이런 질문을 던지며 동시에 철학자와 문학가들은 어떤 생각을 하였는지 그들이 어떤 고민들을 하였고 왜 그런 생각들을 하게 되었는지 이 책을 통해 흔적을 따라가볼 수 있었다. 철학을 처음 접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정말 좋은 책을 소개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를 생각하고 돌아보기엔 더 없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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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간들 - 제1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최지월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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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그런데 죽음이란 것이 그렇게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건 아니다. 더구나 뉴스 속에서의 죽음이 아니라 가족의 죽음이라면 말이다.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이라고 해서 기대를 갖고 읽어본 상실의 시간들은 바로 가장 가까운 가족인 엄마의 죽음부터 시작된다.

 

소설은 엄마의 죽음 후 100일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람이 죽게 되면 어떤 절차가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현실적 이야기부터 소설 속 주인공인 석희가 추억하는 엄마와 아빠에 관한 이야기부터 언니와 동생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까지 담고 있다.

 

소설의 첫 부분은 묘한 엇갈림에서 시작한다. 엄마가 죽은지 49일이 되는 49재라고 엄마 친구들이 납골원에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불교에서나 하는 49재를 기독교인인 엄마 친구가 한다는 것이다. 이 엇갈림에서 소설은 시작하는데 어쩌면 가장 가까운 엄마의 죽음과 아직도 살아있는 자신을 보며 묘한 자책감이 일었다는 이야기에서도 삶과 죽음이라는 대비되는 모순이지만 살아가는 사람은 어찌되었든 살아가게 되어 있나는 생의 몸부림을 보여주고자 한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소설을 읽으면서 중간 중간 과거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이 흥미로웠다. 컴퓨터를 콤퓨타라고 하는 건 정말이지 어렸을 때 그렇게들 불렀다. 또한 비둘기호의 완행 열차를 엄마와 함께 탄 순간과 국민학교 시절 이야기는 마치 과거의 추억 여행이라도 가듯 신나게 읽었다. 모나미란 단어가 괜히 반가웠고 학교마다 있던 미친개란 별명을 가지고 있던 교사가 등장하는 것도 반가웠다.

 

어쩌면 죽음이란 것은 죽은 사람에겐 마지막일 수 있겠지만 살아있는 사람에겐 여전히 추억할 수 있는 그리움은 아닐까. 소설의 상당 부분도 바로 추억 이야기다. 그렇게 추억함으로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 멈추어져 있던 시간도 현재 속으로 끌어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삶과 죽음이라는 엇갈림 속에서도 추억이란 끈을 찾아 이어지게 함으로 비록 부재하는 상황이지만 이 상황을 넘어 미래로 나아가게 하는 끌림이 있는 것이다. 소설은 49일부터 99일까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278일로 갔다가 304일에 되어서야 끝을 맺는다. 그런데 99일까지 끝이라고 표시해 두면서 동시에 304일엔 계속이란 표시를 두었다. 계속이란 표시 뒤엔 작가의 말이 덧붙여져 있다. 그래서 추억이란 끈이 삶을 지속적으로 살아가게 하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살아있는 사람에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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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리어스 - 인간의 네 번째 본능, 호기심의 모든 것
이언 레슬리 지음, 김승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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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사회를 보면 창의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어떻게 하면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심지어 그에 따른 책들도 많이 나오고 있으며 학교에서도 이젠 창의적 체험활동이란 프로그램을 할 수 있도록 교육 과정이 바뀌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린 창의적이지 못하다.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이언 레슬리의 큐리어스는 창의성의 출발은 바로 호기심이며 호기심의 출발은 '왜'라는 질문을 통해서라고 한다. 이 책은 사람과 동물이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호기심이라고 하면서 호기심에 대한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우린 사실 어린 아이들이 어른보다 호기심이 많다고 느끼고 있다. 이건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어린 아이들이 다 호기심이 가득한 것은 아니다. 호기심이 가득한 아이냐 호기심이 별로 없는 아이냐 이것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가정이다. 가정에서 부모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고 책은 이야기한다.

 

"1992년에 미국에서 진행된 연구도 이를 뒷받침해 준다. 연구자들은 아동 40명의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 간의 상호 작용을 연구했는데 부모가 아이에게 던진 질문의 개수가 가정마다 큰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질문을 많이 하는 부모는 아이의 말을 받아서 그것을 확장하면서 논의하는 방식의 대화도 더 많이 했다. 반면 질문을 적게 하는 부모는 아이에게 '그만해'라든가 '그거 하지 마'와 같은 금지의 명령을 하는 경향이 컸다. 부모가 언어를 총제의 도구로서만이 아니라 지적 탐험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그러한 방식을 본받고 따라하는 경향을 보였다."

 

호기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질문이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든 다른 사람들에게 질문을 하든 질문하기를 통해 궁금증을 유발하며 탐구하는 과정 속으로 들어거야 한다. 세상은 결코 무미건조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호기심이 없는 사람에게 일상은 그저 지루한 순간일 뿐이다. 책에서는 호기심을 잃지 않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하였지만 가장 중요한 건 질문이다. 오늘 밤에 비가 내린다. 비는 왜 내릴까? 바로 이런 질문부터 던질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책을 덮으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았다. '나는 과연 호기심이 많은 사람일까?' 스스로에게 답을 한다면 어느 정도는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책에서는 심지어 찾잔이라도 자세히 관찰해 보라는 이야기를 한다. 일상이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우선 그렇게라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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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용설명서 - EBS 다큐프라임
정지은.고희정 지음, EBS 자본주의 제작팀 엮음, EBS MEDIA / 가나출판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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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를 책으로 먼저 읽고 방송을 보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면서도 정작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잘 몰랐는데 이 방송이 많은 부분 도움을 주었다. 은행에 돈이 없다는 사실은 실로 놀라움 그 자체였다. 방송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자본주의 사용설명서란 책으로 대신 했다고 하여 기대감을 가지고 책을 손에 들었다.

 

자본주의 사용설명서는 우리 실생활에서 필요한 것을 소개했다. 자본주의를 책으로 먼저 만나 자연스럽게 비교를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자본주의가 이론이라면 자본주의 사용설명서는 이론을 바탕으로 우리 실제 생활에서 어떻게 적용 시켜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첫 번째 파트는 금융자본주의 사회에서 빠지기 쉬운 착각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주었는데 주식, 펀드, 보험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 사회가 북유럽처럼 사회보장제도가 잘 되어 있는 국가라면 재테크 열풍은 없었을 것이다. 뭔가 불안정한 사회이기에 개인 보험을 들어 노후를 준비해야 하고 월급을 모아서는 수십 년 뒤에나 집을 살 수 있기에 주식이나 펀드로 많은 돈을 벌기를 바란다. 책에서는 불안정한 우리 사회에 대해 개인이 어떤 대안을 가질 수 있는지 물음표만 던질 수 밖에 없겠지만 나름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두 번째 파트는 소비자가 마케팅 전쟁에서 살아남는 법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을 통해 소비가 우리의 기분을 좋아지게 만든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하지만 과소비까지도 과연 우리의 기분을 좋게 만들 수 있을지..... 명품을 찾는 건 처음엔 남들과는 다른 것을 가지려는 욕망이고 나중엔 남과 같아지기 위한 욕망이다. 어쩌면 비교를 하는 것이 문제이지 않을까 싶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놀라운 사실은 전자 제품에 대한 유통기한이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사용하면 그만큼 수명은 줄어든다. 하지만 처음부터 어느 정도 사용하면 아예 기계 작동이 멈추도록 설계 되어 있다니 오래 사용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세 번쨰와 네 번째 파트는 돈에 대한 이야기다. 오히려 돈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 신용이나 체크 카드를 가지고 다니는 것 보다 돈을 덜 쓴다고 한다. 우리가 편리하다는 이유로 가지고 다니는 카드는 결국 돈을 더 많이 지출하게 만드는 요인이기에 무엇에 지출하는지 영수증을 보관하여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자녀들에게도 돈의 가치가 어떤 것인지 알게 하기 위하여 돈의 가치를 교육시키는 것이 필요함을 이야기한다.

 

자본주의가 무엇인가 이 말에 대한 정의를 이야기하는 것이 어렵다고 해도 자본주의와 자본주의 사용설명서를 통해 자본주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소개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지식이 담겨 있기에 만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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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가는 미술관 - 기억이 머무는 열두 개의 집
박현정 지음 / 한권의책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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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미술관에 혼자서 간다. 굳이 책 제목이 아니더라도 그림은 혼자서 봐야 감상이 제대로 된다는 것쯤은 안다. 이 책을 처음 손에 들었을 때만 해도 그저 가볍게 읽을 요량이었다. 미술에 관한 에세이쯤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은 에세이였다. 그러나 글이 예사롭지 않았다.

 

저자의 어떤 기억과 그림을 연관시켜 나가는 일종의 추억 여행이라고 해도 될만큼 글은 과거를 향해 달려간다. 배영환의 황금의 링 -아름다운 지옥을 보며 저자는 재수생 시절을 떠올린다. 120명이 한 교실에서 공부해도 서로를 잘 모르며 지낼 수 밖에 없었던 시절을 마치 링위에서 싸우는 선수와 같이 비장한 마음으로 한 번의 실패를 딛고 대학 합격이란 목표를 위해 열심히 경쟁해야 했던 삶이었다.

 

국민학교를 다닌 사람들은 기억할 것이다. 어린 시절 학교 앞엔 늘 병아리를 파는 아주머니나 아저씨가 있었다. 나중에서야 이런 병아리들이 병든 것이라고 알았지만 당시엔 어린 마음에 한 번쯤 키워보고 싶기도 했다. 저자는 이런 유년의 기억을 떠올리며 호림아트센타에서 닭모양 토기를 바라본다.

 

또한 서용선의 심문, 노량진, 매월당이란 그림을 보면서 유년 시절 교실 뒤편에 있던 유관순을 떠올리고 정재호의 리버사이드 호텔 속에서 삼부 여인숙을 본다. 이처럼 예술 작품을 보면서 과거의 어느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언뜻 어울리지 않는 듯 하면서도 어울리는 이런 조합을 보며 그림 하나를 보면서도 많은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회가 닿으면 미술관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책을 읽으며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면 서울대학교 미술관이었다. 삼성미술관, 아르코 미술관 등도 가보지 못한 곳이지만 서울대 미술관은 그 건물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예술 작품 같은 느낌이 든다. 자연과 인공물이 얼마나 조화로움을 이루고 있을지 정말 궁금하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을 움직였던 건 마지막 이야기다. 저자가 일부러 이 이야기를 담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아픔의 역사를 보여 주었다. 나눔의 집 위안부 역사관에 있는 김덕경의 빼앗긴 순정과 김순덕의 끌려감이란 그림을 보며 오랜시간 숨겨왔고 정말이지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을 끄집어 내어 일본의 만행을 알린 할머니들의 용기를 기억하며 일제에 당했던 치욕의 역사를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다시 다짐해 보았다. 좋은 책을 읽으면 덮었을 때 여운이 남는다. 이 책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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