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와 정신분석
이창재 지음 / 아카넷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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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나 신화가 존재한다. 우리나라도 단군 신화가 있다. 신화가 지나치게 영웅적인 면을 강조한 나머지 실제 인간적 면모에 대한 연구를 이루어지지 않았다. 말 그대로 신화적 인물에 대한 평범성을 이야기 하기엔 신화적 인물은 너무 우상화되어 있다. 어쩌면 이런 우상화를 깨는 작업이 필요할지 모르겠다.

 

이 책은 첫 부분부터 다소 읽기가 어려웠다. 신화 해석을 위해 정신분석의 기초를 이야기한다고 하면서 조금은 깊게 들어갔기 때문이다. 정신분석하면 가장 먼저 이야기 되는 사람인 프로이트와 융이다. 신화를 정신분석하는 작업이란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런 작업은 독자로서도 낯선 것이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신화가 나오는 신화에 대한 정신분석은 한국이야 우리가 너무 잘 아는 단군 신화부터 주몽과 바리데기까지 익숙한 이야기가 등장하며 중국과 일본 역시 잘 알지는 못해도 왠지 우리 신화와 비슷한 점이 있다는 것 그리고 서양의 신화에서 우리가 너무 잘 아는 그리스 신화가 등장하니 내용이 쉽지 않아도 어딘가 모르게 낯이 익다는 점 때문에 때론 재미있게 읽힌다.

 

이 책이 전문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재미있다고 느껴지는 것이 바로 익숙한 신화 속 영웅과 이야기가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신화에 반영된 민족무의식 비교 부분은 다양한 것들을 더 논의할 수 있는데 어쩐지 급하게 마무리된 느낌이다. 동양과 서양의 사고법은 다르다고 알려져 있다. 다른 사고법 만큼이나 비교 하며 신화에 반영된 민족 무의식에 관한 이야기라면 정말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갈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다. 하지만 저자의 본래 연구가 여기까지 마무리 된 것이라면 뭐라 할 말은 없다.

 

우리가 흔히 신화 속 영웅 이야기들이 마치 신적인 존재 같이 느껴질지 모른다. 탄생이 평범하지 않고 어린 시절부터 이미 비범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신화 속 인물들은 그만큼이나 어려움과 고난 속에서도 자신의 임무를 완수한 것을 볼 수 있다. 바로 이 점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신화가 필요함을 가르쳐준다. 우리가 어떻게 삶을 살아야 하는지 마치 모델처럼 가르침을 보여주는 것이 신화 속 영웅들이기 때문이다. 신화를 다양하게 해석하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신화는 말도 안되는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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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상고사, 국사 교과서가 가르쳐주지 않는 우리 역사
신채호 지음, 김종성 옮김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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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채호' 이 이름은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사람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 기억을 못할 수도 있겠지만...... 신채호가 했던 이야기 중 "역사는 아와 비아와의 투쟁이 시간적으로 전개되고 공간적으로 펼쳐지는 정신적 활동 상태에 대한 기록이다" 는 너무

나 유명한 것이다.

고대사란 사실 너무나 오래되어 기록조차 거의 남아있지 않다. 가령 최근 풍남토성이 발견되어 이곳이 백제가 한강 유역을 차지했을 때 수도였던 위례성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지만 아직은 정확히 그렇다고 단정하지 않았다. 물론 다수의 학자들이 풍남토성이 위례성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말이다.

이 책은 단군 시절부터 백제 시기까지의 기록이다. 개인의 기억에 의존했기에 역사적 사료로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하지만 이런 역사책을 만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개인의 기억을 넘어 충분히 보전하고 후세에도 남겨줄 문화재로서의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책의 내용이 다소 치우친 경향이 있다. 이건 우리가 배우는 교과서도 마찬가지다. 교과서의 기록에 의하면 거의 김부식의 삼국사기에 영향을 받아 마치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것처럼 이야기를 하지만 신라는 삼국을 통일하지 못했다. 너무나 많은 고구려땅을 놓쳤기 때문이다. 오히려 통일신라시대가 아니라 남북국시대라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채호는 기존의 신라 중심 사관에서 벗어나 다른 시각을 보여주기 위해 역사를 기록한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도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새로운 역사 읽기가 바로 조선상고사라고 여겨진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고 신채호가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가 알아야 할 역사를 배우는 일에 게으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 책은 신채호의 성실성이 낳은 결과물이다. 신채호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역사는 역사 자체여야 한다." 우리의 역사가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특히나 인물을 그릴 때 이런 시각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물론 신라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왕과 김유신 장군을 폄화할 생각은 없지만 기존 시각은 너무 영웅화 된 것이 안타까운 일이다. 또한 우리가 늘 기억하는 것처럼 백제의 의자왕 역시 너무 한 쪽의 편협한 시각으로 보고 있다. 역사를 읽어 나갈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보다 객관성이라고 믿는다. 그러기 위해선 다각도의 역사를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야 겠다. 이 책이 주는 건 이러한 역사 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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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의 시선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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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는 우리 시대의 큰 어른이다. 처음 조정래의 시선이란 책이 나왔을 때 무척이나 반가웠다. 도대체 어떤 성찰을 보여줄지 기대가 컸다. 소설에서 보여준 것과는 달리 또 다른 멋을 느끼게 해 줄 것이란 생각이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읽고 나서 역시 조정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아쉬웠던 건 이 책이 주로 인터뷰나 강연을 소재로 엮다 보니 조금은 겹치는 부분이 있었다는 것이다. 책의 편집 과정에서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물론 정글만리를 통해 중국이 강대국으로 성장한 모습과 어쩔 수 없이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겐 이 문제는 더 없이 중요한 것임을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왕 책을 편집해서 출판하는 것이라면 조금은 내용이 다른 인터뷰나 강연을 묶었으면 어떠했을까 싶었다. 앞의 내용과 거의 그대로인 내용을 뒤에서 또 읽어야 하는 지겨움의 고충을 출판사 관계자들은 알고나 있을까?

 

또한 이 책의 아쉬운 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조정래의 시선만 읽었다면 조정래 작가가 글을 쓰기 위해 얼마나 치열한 노력을 했는지, 김초혜 시인과의 러브스토리와 태백산맥에 관한 이야기 등 이런 이야기들이 신선하게 다가왔을지 모른다. 하지만 기존의 누구나 홀로선 나무와 황홀한 글감옥을 읽은 독자라면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이미 그 책들에서 밝혔던 이야기들일 뿐이다. 그래서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이야기였다.

 

책에서 가장 강조한 내용은 바로 무엇보다 정글만리 즉 중국에 대한 이야기였다. 현재 중국은 G2국가로 미국을 대항할 유일한 국가다. 또한 중국은 정말 놀라울 정도의 경제성장을 보이고 있다. 아리랑을 집필 당시 중국 취재차 갔다가 중국의 가능성을 본 건 정말 작가의 놀라운 선견지명이었다. 앞날을 그렇게 예측할 수 있다는 건 뛰어난 관찰력과 그만큼의 사고가 더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 첫 부분은 정말 감탄하며 읽어 내려갔다. 아마 강연을 들었다면 이런 감동은 덜했겠지만 강연을 듣지 않았기에 생생하게 다가왔다. 책은 첫 부분과 이광재, 이명원과의 인터뷰는 좋았지만 나머지 대부분은 정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뷔페에 가면 누구나 맛있는 음식을 기대한다. 또한 무언가 새로운 음식은 없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가끔 뷔페에 가도 먹을 것이 없다란 생각을 하게 되는데 조정래의 시선이 그런 책이라고 느껴지는 건 이미 앞선 책들에서 다 이야기 나온 것을 다시 이야기 하거나 정글만리라는 새로운 이야기도 결국은 반복해서 너무 지루하게 만드는 정말 먹을 것이 없던 뷔페상 차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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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짝을 찾고 싶다 - SBS『짝』PD가 출연자 677명을 통해 본 남자 여자 그리고 인간
남규홍 지음 / 예문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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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에서 짝이란 프로가 방영된 적이 있었다. 처음엔 그저 스폐셜에서 했던 일회성 프로였는데 이것이 하나의 프로가 되었다. 처음 이 프로를 보았을 때만 해도 정말 신선했다고 느꼈다. 그러나 정규 프로가 되면서 초반에는 흥미롭게 보았지만 점점 흥미를 잃었다.

 

남규홍의 나도 짝을 찾고 싶다란 책은 바로 SBS 짝에 대한 이야기다. 물론 이 짝이란 것이 단순히 하나의 프로그램에서 그치는 건 아니다. 어쩌면 가장 원초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바로 짝이 아닐까 생각한다. 애정촌에서 벌어지는 일주일 동안 가장 원시적인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것이 바로 이 프로그램의 진정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의도와는 다르게 때론 너무 보여주기를 위한 편집과 걸러지지 않은 출연진들의 모습 속에 여러 말들이 많았던 프로이기도 했다.

 

저자의 이야기대로 사람의 마음은 갈대처럼 움직일지도 모른다. 그 상황에서 어쩌면 지고지순한 사랑을 논한다는 건 순진한 것이다. 오로지 본능에 이끌리길 바라는 것이 제작진의 마음이었다면 거기에 따를 것인지 그렇지 않을 것인지는 출연진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애정촌이란 공간은 아마 묘한 상황이지 않을까 싶다. 애정촌이란 오로지 짝을 찾는다는 목적을 가지고 온 것이기에 그렇다.

 

책을 덮으면서 저자의 이야기에 많은 부분을 공감했다. 그러나 마지막 저자의 마치는 글은 정말 실망이었다. 짝이란 프로가 과연 얼마나 진정성있는 프로였을까? 분명 방송 편집 과정에서 유독 돋보였던 기수의 특정 인물에 관한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마치 다른 사람들은 들러리로 묻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심지어 어떤 사람 같은 경우 논란이 되면 아예 그 다음 회엔 얼굴을 볼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일했다"(p.364). 어쩌면 저자는 정말 오만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무섭다. 저자로선 자신이 정말 애정을 가지고 헌신한 모든 것이 다른 힘에 의해 폐지되어 무척이나 아쉬웠겠지만 말이다.

 

애정촌이 어떤 곳인지 직접 경험해 보지 않아 잘 모른다. 다만 애정촌에서 벌어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즐겨 보았던 시청자였다. 특히나 아직도 짝 하면 가장 기억에 남는 건 8기에서 여자 2호가 남자 4호를 선택했던 순간이었다. 정말 감동이었다. 티비에선 여자 2호와 남자 4호였지만 현실에선 달랐다. 그래서 논란이 많았다. 그래도 원시적 인간의 민낯을 보여준 새로운 실험이었고 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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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
장하석 지음 / 지식채널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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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철학이 어렵다고 느낀다면 과학은 전혀 다른 세계였다. 과학과 철학의 만남이란 건 결국 지구가 아닌 우주 공간의 이야기나 아니면 4차원이 아닐까 싶다.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란 책은 나와 다른 세계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이 책을 만나면서 그래도 조금은 기대했던 건 바로 과학 철학의 입문서라고 한 점이었다. 이 책은 EBS에서 동일한 제목으로 방송한 것을 책으로 엮었다. 강의를 봐도 좋을 것이다. 1장 과학이란 무엇인가는 정말 입문서로서 탁월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과학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을 던지며 과연 과학적이란 것이 우리가 생각한 만큼 이성적이고 합리적인가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포퍼의 비판적 사고에 관한 이야기를 하더니 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책은 이렇게 철학으로 과학을 접근하고 있어 어렵다고 느끼면서도 동시에 이해를 조금이나 할 수 있다고 생각도 든다. 이 책이 과학철학에 대한 입문서라고 하는데 그 역할을 충분히 했다. 다만 입문서라고 해도 역시나 과학을 그저 단순한 맛만 보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조금은 더 깊은 맛을 느끼게 만들기 때문에 과학이나 철학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면 조금은 읽기 어려울 수 있다.

 

우리가 과학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 조차도 저자는 그것이 절대 과학적 진리가 아님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물분자식은 H2O이고 물의 끓는 점은 100도이다. 그런데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런 과학적 사실도 실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어쩌면 상식을 넘어 마치 진리처럼 되어 버린 사실에 대해서도 실제론 어떨지 혹은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 보려는 노력이 필요함을 저자는 지적한다.

이 책을 읽고 이해하지 못한다고 좌절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어차피 대부분은 잘 모른다. 다만 이 책과 함께 강의도 시청하길 바란다. 결국 저자는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바로 다른 관점의 생각들도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 아닐까 싶다. 서로 다른 철학자와 과학자들이 서로 자신의 생각에 대한 옳고 그름에 대한 문제만 접근한 것이 아니라 이런 저런 생각을 보여줌으로 어느 한 쪽이 완벽한 이론이나 사상일 수 없음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알고 있던 지식도 결국 다른 시각으로 새롭게 볼 것을 강조한 것이다. 이런 책은 한 번 읽고 덮는 것이 아니라 간혹 한 번씩 다시 펼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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