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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의 시선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4년 12월
평점 :
조정래는 우리 시대의 큰 어른이다. 처음 조정래의 시선이란 책이 나왔을 때 무척이나 반가웠다. 도대체 어떤 성찰을 보여줄지 기대가 컸다.
소설에서 보여준 것과는 달리 또 다른 멋을 느끼게 해 줄 것이란 생각이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읽고 나서 역시 조정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아쉬웠던 건 이 책이 주로 인터뷰나 강연을 소재로 엮다 보니
조금은 겹치는 부분이 있었다는 것이다. 책의 편집 과정에서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물론 정글만리를 통해 중국이 강대국으로 성장한 모습과 어쩔 수
없이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겐 이 문제는 더 없이 중요한 것임을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왕 책을 편집해서 출판하는
것이라면 조금은 내용이 다른 인터뷰나 강연을 묶었으면 어떠했을까 싶었다. 앞의 내용과 거의 그대로인 내용을 뒤에서 또 읽어야 하는 지겨움의
고충을 출판사 관계자들은 알고나 있을까?
또한 이 책의 아쉬운 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조정래의 시선만 읽었다면 조정래 작가가 글을 쓰기 위해 얼마나 치열한 노력을 했는지,
김초혜 시인과의 러브스토리와 태백산맥에 관한 이야기 등 이런 이야기들이 신선하게 다가왔을지 모른다. 하지만 기존의 누구나 홀로선 나무와 황홀한
글감옥을 읽은 독자라면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이미 그 책들에서 밝혔던 이야기들일 뿐이다. 그래서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이야기였다.
책에서 가장 강조한 내용은 바로 무엇보다 정글만리 즉 중국에 대한 이야기였다. 현재 중국은 G2국가로 미국을 대항할 유일한 국가다. 또한
중국은 정말 놀라울 정도의 경제성장을 보이고 있다. 아리랑을 집필 당시 중국 취재차 갔다가 중국의 가능성을 본 건 정말 작가의 놀라운
선견지명이었다. 앞날을 그렇게 예측할 수 있다는 건 뛰어난 관찰력과 그만큼의 사고가 더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 첫 부분은 정말 감탄하며 읽어
내려갔다. 아마 강연을 들었다면 이런 감동은 덜했겠지만 강연을 듣지 않았기에 생생하게 다가왔다. 책은 첫 부분과 이광재, 이명원과의 인터뷰는
좋았지만 나머지 대부분은 정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뷔페에 가면 누구나 맛있는 음식을 기대한다. 또한 무언가 새로운 음식은 없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가끔 뷔페에 가도 먹을 것이 없다란
생각을 하게 되는데 조정래의 시선이 그런 책이라고 느껴지는 건 이미 앞선 책들에서 다 이야기 나온 것을 다시 이야기 하거나 정글만리라는 새로운
이야기도 결국은 반복해서 너무 지루하게 만드는 정말 먹을 것이 없던 뷔페상 차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