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사랑한 여행
한은형 외 10인 지음 / 열림원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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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를 한 번도 타보지 않았다. 아직 내게 있어 최고의 여행 수단은 기차이지만 언젠가 기회가 닿으면 비행기를 타보고 싶은 마음이다. 차를 타고 어딘가를 가는 것도 여행일 수 있지만 이젠 비행기를 타야 여행 기분이 날 것 같은 느낌이다. 마치 소풍 간다고 설레임을 안고 있던 초등학생 시절처럼.

작가가 사랑한 여행은 아주 많은 작가들이 등장한다. 10명의 작가들이 각기 다른 곳을 여행하고 쓴 글이다. 작가들은 여행을 아주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좋아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작가는 늘 새로운 탐구 정신을 가지고 사람과 사물을 관찰하며 지내는 사람 쯤으로 여겨 여행이란 글을 쓰기에 너무나 좋은 행동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이 빗나갔다.

10명의 작가들이 쓰다보니 내용이 그리 길지 않아 오히려 조금은 더 긴 호흡을 가지고 한 작가의 여행에 동참하고 싶었는데 아쉬움만 남았다. 다만 역시 작가는 보는 눈이 다름을 느끼는 건 허투루 지나침이 없다는 이유였다. 여러 작가들 가운데 백영옥의 시선이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정서가 비슷하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특히나 걸어서 보는 풍경을 좋아하는 점이다.

또 기억에 남는 여행기는 심윤경이 갔던 헤밍웨이의 집이었는데 오히려 이곳을 유명하게 만든 건 고양이란 이야기에 어이없는 웃음도 나왔지만 어쨌든 이런 곳을 나 역시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작가들의 이야기는 때론 소설 같아 보이고 때론 시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때론 너무 문학적으로 보이는 것이 조금은 불편한 느낌도 있었다.

여행은 누구나 꿈꾸는 일상의 반란이자 일탈이다. 우리가 쉽게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건 단지 경비와 쉬는 날이 없는 이유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보다 낯선 환경이 주는 두려움 때문이리라. 하지만 우리는 안다. 여행이 비록 우리에게 진정한 안식과 평안을 주지 못한다고 해도 낯선 곳으로 떠나는 설레임 만으로도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요인은 충분함을..... 작가가 사랑한 여행을 읽은 독자라면 아니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 독자라면 이미 낯선 것의 두려움을 깨고 새로움으로의 반란을 꿈꾸고 있는 건 아닐런지......여행기를 읽는다는 건 낯설음을 설레임으로 바꿀 수는 있는 마음은 충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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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꿈이 있으면 길을 잃지 않아 - 인생의 골든타임을 지켜낸 10대들의 리얼스토리
백수연 지음 / 보랏빛소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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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기 위해선 성장을 해야 한다. 사람이 태어나자마자 어른이 되거나 어느 과정을 거치지 않고 월반을 할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인생의 과정 중에 어쩌면 아주 짧은 시기일 수 있는 것이 청소년이다. 사실 40대가 된 지금도 난 가끔 너무 빨리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백수연의 괜찮아 꿈이 있으면 길을 잃지 않아란 책은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청소년들은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한 십대를 자녀로 둔 학부모와 청소년을 가르치는 많은 분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다만 먼저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을 짚고 가자면 많은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보니 지면이 짧았고 고민과 해결 방법등이 자세히 씌어지지 않았다. 마치 앞에 탐수육이란 근사한 요리가 있지만 한 번만 먹고 만 느낌이랄까. 학생들 입장에서 봐도 뭔가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은데....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아마도 인터뷰 과정 중에서 많은 부분을 생략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아주 좋은 기획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아쉽다는 느낌이다. 물론 독자에 따라서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다르기도 할 것이다. 어떤 독자는 오히려 이런 책이 가볍게 읽기엔 더 없이 좋기에 많은 학생들의 이야기를 아주 단편적으로 그린 것이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조금은 더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사실 청소년들이 깊은 이야기를 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이런 이야기를 할 수도 없다 해도 저자가 다양한 방식으로 조금은 더 깊은 내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면 어떨까.

 

요즘 우리 사회의 경향이 과정보다는 결과 중심이다. 사실 난 결과보다 과정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한 명의 청소년이 어떤 과정을 거쳐 자신의 꿈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는지에 대한 자세한 소개보다는 그저 간략한 내용만 덧붙일 뿐이다. 물론 청소년들이 과정보다는 결과를 더 많이 보고 어떻게 하면 결과를 좋게 내려고 하는 경향이 아주 크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이 조급한 결론과 결과를 내린 것인지도 모르겠으나 한 사람의 독자로선 아쉬움이 훨씬 크다.

 

저자는 앞의 소개에서 "이 땅의 청소년들이 친학보다는 진로를 고민하고 성공보다는 성장을 꿈꾸고 미래보다 현재의 행복을 선택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라고 했는데 직접 만난 청소년들에겐 좋은 역할을 해 주었을 것이라고 여겨지지만 어쩐지 책은 너무 미흡하다. 차라리 저자가 EBS 다큐프라임 학교의 고백 10부작 중 마지막인 말해줘서 고마워란 프로를 챙겨 보았으면 하는 바램이 드는 건 정말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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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끓이며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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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어쩌면 인간의 가장 기본적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누구보다도 절실히 이야기하는 작가가 김훈이라고 여겨진다. 여전히 라면 하나만 있으면 행복한 인생에게 작은 위로가 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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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이 조종되고 있다 - 합법적 권력은 가난을 어떻게 지배하는가?
에드워드 로이스 지음, 배충효 옮김 / 명태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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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가난이 참 싫었다. 물론 지금도 풍족하게 살고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밥은 먹고 산다. 사실 어린 시절 주변을 둘러보면 대부분은 못살았다. 상대적 박탈감은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주위를 둘러보면 가끔 나만 너무 초라해질 때가 참 많다. 애써 그런 느낌을 가지지 않으려고 하지만 말이다.

에드워드 로이스의 가난이 조종되고 있다란 책을 읽었다. 가난은 어디에서 연유한 것인지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다. 가난은 개인의 탓일까? 아님 사회구조적인 문제일까? 가난을 보는 두 가지 시선으로 책은 시작한다. 가난이 개인의 잘못과 잘못된 선택의 문제라고 보는 입장과 가난은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외부적 환경 요인으로 생긴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두 가지 입장이 모두 옳은 이야기일 수 있으나 책은 주로 구조주의적 관점으로 본다.

우선 책은 가난을 개인의 탓으로 이야기하는 이론들을 설명해 주고 있다. 저자는 이론을 소개하지만 결론은 비판적이다. 이런 이론들이 오히려 가난한 사람들에게 불행을 안겨준다면서 오히려 죽은 이론이나 쓰레기 이론쯤으로 치부해 버린다. 그리고 가난이 어떻게 가난이 되었는지를 설명한다. 거기엔 4가지 시스템이 있다고 말하면서 정치, 경제, 문화, 사회 시스템을 돌아본다. 마지막으로 사회구조적으로 가난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정리해 준다.

지금까지 우리 어머니를 보면서 참 성실하게 사셨음을 느낀다. 그런데 여전히 가난하다. 누구보다 일을 많이 하고 그랬지만 별로 형편이 나아지지 않았다. 성실함만 있으면 잘 살 수 있는 사회가 아님을 이젠 잘 알고 있다. 이 책이 미국의 현실을 이야기 하였지만 냉정하게 이야기해서 우리도 다르지 않다.

정말 결론은 가난은 경제 문제 아니다. 권력의 문제다. 난 이 책이 너무나 명확하게 모든 걸 잘 설명해주고 논증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제왕적 권력을 누리기만 하는 그런 권력자가 아닌 진심으로 시민의 안녕을 바라며 때론 권력까지도 내려놓을 수 있는 그런 지도자가 우리에겐 너무나 절실하게 필요하다. 사실 이런 지도자는 올바른 국민 의식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보여진다. 모든 권력은 부패한다. 그래서 어느 정도 권력을 주되 늘 감시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오랜만에 속 시원하게 가난의 문제를 이야기해주는 좋은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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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한국 현대사 - 피와 순수의 시대를 살아간 항일독립운동가 19인 이야기
안재성 지음 / 인문서원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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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과연 우리나라 현대사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정지용 같은 유명 문인조차 금기시 되어 왔던 현실 속에서 특히나 공산주의를 애찬한 우리 시대 독립운동가들을 안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이라도 이렇게 다시 책으로 엮여져 나온 건 다행이다.

안재성의 잃어버린 한국 현대사에 나오는 19명의 사람들 중 그저 이름이라도 들어본 사람은 열 손가락에 꼽는다. 반 정도의 사람들은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다. 인물을 조금 안다고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러니 도대체 어떤 인물일지 궁금했다. 마치 오래 전에 0.75평 지상에서 가장 작은 내 방 하나란 책을 읽으며 도대체 이 사람들은 왜 신념 하나 만으로 전향을 거부한채 모진 세월을 견디었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책에 등장하는 19명의 사람들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웠지만 아쉽게도 남과 북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채 죽어간 사람이 대부분이다. 특히 박헌영에 대한 묘사는 아쉬움으로 남는 것이 그토록 위대한 한 인간이 속절 없이 숙청당해 너무나 허망하게 삶을 끝냈다는 것이다. 비교적 이름이 알려진 박헌영에 대한 기록도 많은 것이 없어졌을텐데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의 생애를 추적해가며 기억하고자 했던 저자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건 최대한 객관적인 시각으로 인물에 대해 묘사하고자 하였기 때문이다.

19명의 인물들이 펼치는 우정과 사랑 그리고 조국 독립에의 열정과 각각의 정치적 노선이나 신념에 따른 삶을 바라보면서 오히려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역사는 끝없이 반복된다. 우리가 역사를 읽는 이유는 단순히 카아가 이야기한 것처럼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라 그런 것은 아니다. 해방후 우린 미국과 소련이라는 나라의 지배 아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도 미국 그리고 중국이 우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역사의 흐름을 알아가면서 동시에 앞으로의 되어질 일들에 대한 고민을 안고 역사 국정화를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어느 교과서도 해내지 못한 오히려 교과서는 회피하는 인물들의 삶을 다시 기억하게 한 작가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건 지금이라도 우리 시민들이 역사를 읽으며 질문을 던지며 고민하는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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