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자 평전 - 찬란한 고독, 한의 미학
최광진 지음 / 미술문화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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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자 그 이름은 들어보았다. 그가 남긴 그림도 보았다. 그러나 그에 대해 아는 건 없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지만 이름도 모르는 나무 같은 존재가 천경자다. 그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알만한 이름 하지만 정작 그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다고 여겨 만난 책이 바로 천경자 평전이었다.

 

최광진의 찬란한 고독 한의 미학이란 책은 천경자 화가의 삶을 그린 평전이다. 평전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제목이 더 부각이 되어 자칫 평전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내용은 천경자의 삶을 고스란히 담았다. 그의 어린 시절부터 최근 다시 논란이 된 그림 미인도까지 덤덤하게 담았다.

 

모든 예술가들이 그렇지만 천경자 역시 책의 제목처럼 찬란한 고독과 한의 미학을 가지고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쩌면 삶 자체가 그랬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질문을 던지고 싶은 건 과연 천경자는 어떤 한을 가지고 있었을까? 혹은 그 당시 살았던 사람 치고 한을 가지지 않은 사람은 어디 있었을까?

 

화가 천경자가 살았던 시대는 어쩌면 우리 나라 역사 속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다. 이런 시기에 사실 명동에서 문화 예술인들이 함께 어울려 다니며 지냈던 시절 과연 일반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 솔직히 천경자 역시 그저 배부른 사람 중 한 명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저자는 한의 미학 어쩌구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하긴 힘들다. 더구나 그 시절 지금으로 이야기하자면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지식인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데 천경자는 대학까지 졸업하고 유학까지 다녀오고 심지어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칠 정도로 사회에서 소위 엘리트 코스를 밟았던 사람이다. 물론 이런 사람에게도 한이란 정서를 분명히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한의 정서는 밑바닥 민중에서 지식인 엘리트까지 모두가 가질 수 있는 것이니까 그렇다고 해도 너무 과대 포장이 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는 없다.

 

하지만 천경자가 어떤 삶을 살았다고 해도 그의 예술은 영원하다. 천경자의 그림은 수십 수백 년의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남을 것이다. 예술가가 숙명적으로 안고 있는 고독과의 싸움에서 천경자는 자신 나름의 아름다움을 남긴 위대한 화가다. 다만 이런 화가가 여전히 미인도라는 그림으로 인해 논란이 되는 부분은 정말이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미인도가 천경자의 작품이 아니라는 저자의 의견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책의 상당 부분을 미인도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에 집중했다.

 

저자 입장에서 한 화가가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함에도 불구하고 거대 권력에 의해 그 사람 작품이라고 하는 입장 자체가 안타까움을 느끼고 이런 책을 통해 천경자를 조명하여 다시 천경자란 위대한 화가를 독자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나 조금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아쉬운 마음이 남는다. 그래도 이 책은 화가 천경자의 삶과 예술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데 부족함이 없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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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품격 - 조선의 문장가에게 배우는 치밀하고 섬세하게 일상을 쓰는 법
안대회 지음 / 휴머니스트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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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보면 독자 역시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좋은 글이란 것이 애매하여 간혹 무언가를 꾸미고 문장을 길게 늘리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때론 일상보다는 마치 철학적 사고의 글을 써야 좋은 글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좋은 글이란 무엇일까?

좋은 글이 무엇인지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안대회의 문장의 품격이란 책은 참고서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먼저 저자도 머리말에서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특히나 "고전 산문의 특징으로 생활 속에서 지어진 문장이라고 하면서 일상의 시시콜콜한 문제들을 담은 것"이라고 한다. 이런 저자의 생각에 동의한다. 정말 좋은 문장이란 화려한 수식을 더한 글보다는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담은 글이다.

이 책은 조선의 명문장가들의 글을 모아 엮었다. 허균, 이용휴, 박지원, 이덕무, 박제가, 이옥, 정약용이 그들이다. 글을 읽다보면 간혹 무릎을 치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까 싶다가도 어떤 글은 아무리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라도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어차피 옛 사람의 옛 글이란 것을 감안하고 읽더라도......

"이 작은 방에서 몸을 돌려 앉으면 방위가 바뀌고 명암이 달라지지. 구도란 생각을 바꾸는 데 달린 법, 생각이 바뀌면 그 뒤를 따르지 않을 것이 없지. 자네가 내 말을 믿는다면 자네를 위해 창문을 밀쳐줌세. 웃는 사이에 벌써 밝고 드넓은 공간으로 올라갈걸세."

이용휴의 살구나무 아래의 집이란 글 중 일부다. 비록 작고 보잘것 없는 곳에 살아도 어떤 마음을 가지느냐에 따라 세상이 달라짐을 이야기하는데 느끼기에 따라선 여유가 묻어난다. 글만 보아도 부러움이 느껴지는 건 바삐 살아야만 마치 할 일을 하고 사는 것 같이 보이는 요즘 시대에 가끔은 여유를 누리고 싶은 마음이 있기에 그렇다.

문장의 길고 짧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문장에 얼마만큼 진심을 담아 자신의 일상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느냐고 중요하다. 우린 너무 보여지는 것에 집착하는 경향이 크다. 그래야 마치 인기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인기와 보여지는 것이 아닌 그저 자신의 일상을 덤덤하지만 치열하게 사고했던 조선의 문장가들의 품격을 통해 삶의 진솔함 그 자체에 가까이 닿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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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하버드 관찰 수업
맥스 베이저만 지음, 김태훈 옮김 / 청림출판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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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수많은 것들을 선택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선택이 꼭 옳은 건 아니다. 때론 실수도 있고 잘못도 있다. 그렇다면 우린 무엇을 보고 선택해야 하는 것일까. 사실 여기엔 정답이란 없다. 인생이란 것이 정답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다만 잘못과 실수를 줄이기 위해선 정답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것을 선택해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다.

맥스 베이저만의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란 책을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으로 명확한 결론을 낼 것 같은 집단에서도 종종 오류를 범한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다행이다 싶었다. 왜냐하면 그만큼 나 자신은 실수가 많은 존재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도 원래 실수나 잘못이 많을까? 물론 그렇다. 심지어 나사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똑똑하다고 이야기되는 사람들 역시 실수와 잘못을 한다. 어린 시절 챌린저호의 충격적인 뉴스를 보면서 이것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의 사고인 줄 알았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이전에 이미 이런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걸 책을 통해 알게 되면서 사람은 누구나 실수와 잘못을 할 수 있는 존재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쩌면 책에서도 인용한 것처럼 우린 시각적 맹점을 가진 존재다. 농구공을 패스하는 숫자를 헤아리면서 동시에 고릴라 복장을 한 사람이 지나가는 것을 알아차리기 힘드니까. 스스로를 똑똑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개인이 가진 사고의 한계는 분명하다. 이 책은 바로 이런 점을 지적하며 지성이나 창의적 사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외부자의 시선이 중요함을 이야기한다. 마치 이런 것이다. 장기나 바둑을 두고 있으면 살짝 옆에서 훈수를 두는 사람이 전체적인 그림을 잘 보는 것처럼.

눈으로 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인지하는 생각 역시 그렇다. 책은 사고의 유연성을 강조한다. 우리가 평소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느냐에 따라 결국은 우리가 조금은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에 사물과 사건에 대해 이러 저리 생각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신문도 한 종류만 보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진 두 종류의 신문을 보며 같은 책을 읽고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는 것도 좋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잘못된 선택을 하기 보다는 앞으로 실수를 줄이며 현명한 선택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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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기생충 콘서트 - 지구의 2인자, 기생충의 독특한 생존기
서민 지음 / 을유문화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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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학교에선 대변을 받아 오라며 봉투를 나누어 주었다. 한 번씩 이럴 때마다 아주 불편했다. 하지만 그만큼 기생충이 많았던 시절이었다. 문득 어린 시절 추억을 생각하며 서민의 기생충 콘서트를 펼쳤다.

서민의 기생충 콘서트는 전에 출판되었던 책 서민의 기생충 열전 속편에 속하는 책이지만 새롭게 꾸며서 책 이름 부터 다르게 했다고 한다. 이 책 속에는 우리가 잘 모르는 기생충들만 가득한데 기생충 열전에는 우리가 흔히 들어보았던 기생충이 많다면 이 책은 우리가 잘 모르는 기생충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는 것이다.

사실 기생충 하면 우리가 무조건 없어저야 할 생물이라고 여기고 있지만 실제로 우리 몸 속에는 오랜 시간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것들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가졌다. 앞서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만 지금 우리에겐 기생충이 거의 없다는 것으로 알고 있기에 이렇게 많은 기생충들이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기생충이 우리 몸에 들어올 때 여러 방면으로 침투하는 것도 놀라운 일이었다. 특히 흙을 맨발로 다니게 되면 발에 있는 땀샘으로 침투할 수 있다는 사실로 놀라웠고 눈에 살고 있는 기생충이 있다는 사실과 유기농 식물이 오히려 기생충을 흡입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놀라움이었다. 또 흥미로웠던 것은 오히려 아주 깨끗한 곳에서 기생충이 더 잘 살 수 있기에 이런 곳의 물이나 식물 그리고 생선 같은 것을 먹다가 기생충이 몸속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경고는 괴기스럽다고 할 정도다.

오래전부터 사람 몸 속에 살고 있는 기생충 같은 경우는 여간해선 사람의 몸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하는 사실이 재미있었다. 오히려 다른 동물 속에 있던 기생충이 어쩌다 사람으로 옮겨지면 이것이 더 큰 피해를 남긴다는 것을 보며 비록 기생충이 거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우선 기본적인 먹거리를 다시 확인할 필요는 있다. 세상에 무조건 좋은 건 없으니까

때론 모르는 것이 약이긴 하다. 왠지 이 책을 읽으니까 혹시라도 내 몸 속에는 나를 해하는 기생충은 없을까 하는 걱정이 되니까. 그래도 주위를 살필 수 있으니 그게 더 나은 것인지 모른다. 두렵다고 피한는 것보다 알아보는 것이 그래도 훨씬 좋은 일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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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말아요, 그대 - 김제동과 사람들, 다정한 위로를 건네는 시간
JTBC '김제동의 톡투유' 제작진 지음, 버닝피치 그림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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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어떤 사물을 마냥 가만히 들여다보고 싶을 때가 있다. 어떤 선입관도 갖지 않은 채 말이다. 정보나 지식이 있으면 그건 말 그대로 편견이 될 가능성이 높으니 이런 것을 내려놓은 채 그저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건 내가 알고 있던 것을 과감히 깨뜨릴 새로움의 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사는 것이 힘든 건 모든 사람이 내 맘 같지 않아서다. 때론 그 맘이 다름 때문에 속상하기도 하고 상처를 받기도 하고 주기도 한다. 내가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사회 생활 하면서 이것이 성장과 성숙을 위한 조건이기도 하지만 때론 정말 피하고 싶은 아픔이기도 하다. 만약 누군가 내 맘을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보다 삶은 더욱 행복해 지리라

 

걱정 말아요 그대는 김제동의 톡투유란 방송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김제동이란 사회자가 있지만 이 프로는 청중들의 이야기다. 그동안 방송은 주로 사회자와 패널들 사이에서 오고 가는 대화가 주를 이루었다. 패널이라고 한다면 연예인이나 사회적으로 알려진 인사들인데 물론 그들도 우리와 같은 아픔을 겪어가며 성장하겠지만 어쩐지 그들은 우리와는 조금 다른 세계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김제동의 톡투유는 바로 내 친구의 이야기, 우리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 우리 자녀에 대한 이야기다. 누구나 이야기를 꺼내 놓으면 그 이야기를 가지고 사회자는 함께 공감을 이끌어간다. 톡투유란 바로 나와 내 주변의 이야기가 그런지 쉽게 공감이 된다.

 

이것이 방송의 힘인지 모르지만 가끔 이 프로를 보면 사람들이 어떤 아픔을 가지고 있는지 함께 웃고 우는 모습을 통해 나를 돌아보게 된다.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인가. 사회적 기준으로 성공 못한 인생이라 해도 실패한 인생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면서 함께 나누는 프로다.

 

책은 그런 이야기 속에서 엮은 것인데 마치 바로 옆에서 공감해 주는 누군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때론 삶이 힘겨워질 때 이 책을 옆에 두고 하나씩 읽어가다 보면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책의 글씨가 조금만 더 컸으면 싶고 이야기가 너무 끊기는 듯한 느낌이 들만큼 짧아 엿가락처럼 긴 글을 바라진 않아도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다. 그래도 좋아하는 티비 프로에 대한 책이 나온 것에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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