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틈새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
이금이 지음 / 사계절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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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할린 한인.

해방과 함께 그 곳에 남겨진 열 다섯 소녀 단옥. 억센 운을 타고 났다며 구박 받던 아이가 세 개의 바다를 건너 아버지를 찾아간 곳에서 가장이 되어 가정을 일구며 살아낸 90 생애.

식민지. 피지배자. 해방. 찢긴 가족. 무국적자. 버려진 세월. 어쩔 수 없는 선택. 소련인. 북한 국적. 붕괴된 소련. 러시아 국적. 대한민국으로의 영구 귀국. 또 다른 이산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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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선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고 가르쳤지만 어이든 계급이나 서열이 분명히 존재 했다.

햇살에 데워진 강물처럼 따뜻한 행복감이 가슴속으로 밀려들었다. 행복한 기억은 언제나 이렇게 사소한 일상에서 얻어졌다.

소소한 것들에서 느끼는 행복과 평화가 눈물 날 만큼 소중했다. 이런 순간이면 때 없이 일상을 뒤흔드는게 고향이라는 게, 조국이라는 게 차라리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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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지배 계급이었던 일본인들 중, 사회 저 아래 약자들. 그들의 고통스러웠지만 행복했던 삶 또한 조명되어 있다.

사랑의 도피를 했던 엄마 치요의 조선인 남편 정만을 친부만큼이나 의지했던 요키에. 부모의 반대에도 사랑했던 남자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디마'를 위해 본토로 돌아가지 않고 이방인의 삶을 선택. 그렇지만 희생의 삶이 아닌 자신의 삶을 살아낸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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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으로 돌아오고자 긴 세월 무국적자로 살며 버티다 결국 그 곳에 묻힌 자들이나, 소련인으로의 삶을 선택해 그 곳에 스며든 자들이나, 그래도 고향이고 조국이라며 북한 국적을 선택해 북으로 들어간 자들이나 모두 자신의 선택을 했고 자신의 삶을 살았다.

뒤늦게 마련된 대한민국에서의 보금자리와 생계지원, 영구귀국을 놓고 갈등하는 가족들. 거기에도 선택이 있었다.

그 끊임없는 선택들 속에서 사소한 일상 속 행복을 놓치지 않고 살아온 삶은 찬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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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사할린 한인의 정체성과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소설입니다. 소설을 통해 사할린 한인들을, 영구 귀국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존중과 애정으로 깊어진다면 작가의 쓰임은 그것으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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