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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
백영옥 지음 / 김영사 / 2025년 6월
평점 :
#도서협찬
오래전에 씌여진 소설이 조용히 사랑받으며 개고를 거듭해 김영사에서 2025 개정판이 나왔다.
수지와 이진욱을 주인공으로 영화를 찍었다니 소설을 읽으며 영상을 상상해 보는 재미가 더해진다.
감각적이다. 미각과 후각, 시각과 청각, 그리고 마지막에는 촉각까지 곤두세우게 만드는 작가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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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강. 프랑수와즈 사강을 좋아했던 아버지 덕분에 얻게 된 이름. 항공사 승무원 우수 사원. 유부남 기장 정수와 연애하다가 이별. 오랫동안 허우적거리고 있는 중.
지훈. 어린 시절 부모의 사고로 형과 함께 조부모 밑에서 성장. 형은 자폐로 조부모의 죽음 이후 전문기관에 맡겨졌다. 기업 컨설팅 연수 강사. 꽤 유능함. 10여년 사귀었던 애인 현정과 이별.
우연히 트위터에서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을 접하고 홀린 듯 신청. 조찬을 하고, 자신의 실연 기념품을 준비하고, 영화를 함께 보는 그 모임에 발걸음을 한 두 사람.
각자의 사랑과 이별과 실연 속에서 서로의 실연 기념품을 집어 간 두 사람.
시작은 작위적인 조찬모임이었지만, 운명처럼 만난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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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은 오래된 미래.
이별은 앞으로 오는 것, 그러나 실연은 늘 뒤로 온다.
현실을 직시하게 해주는 게 진짜 위로야. 무릎이 깨졌으면 아프더라도 과산화수소수를 퍼붓고 빨간약부터 발라주는게 진짜 위로라고.
타인을 용서하는 것보다 자신의 무능을 용서하는 쪽이 언제나 더 어렵다.
타인의 비밀을 듣는다는 건 큰 책임을 요구한다.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을 책임, 간직하는 동시에 떠나보내야 하는 책임. 묵언의 서약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의 비밀을 꺼내놓아야 하는 책임. 비밀은 공유하고 나눔으로써 그에 짓눌린 무게의 짐을 스스로 덜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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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결말이 궁금해진다. 소설과 동일한 결말일까 아니면 열린 결말을 추구했을까.
소설의 결말은 깔끔. 공항과 세계 각 도시와 서울을 연결하며 사강과 정수, 지훈과 현정의 마음을 다양한 감각으로 표현해 준다.
작가의 문장력은 여전히 좋다. 꼭꼭 씹어 먹게 되는 문장들. 오래된 소설이지만 지금도 어색하지 않은 배경들.
소설과 영화가 많이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지금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들, 이별을 앞에 두고 불안한 사람들, 이별 후 실연의 아픔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나의 사랑은 무엇일까. 나는 이 사랑을 어떻게 가꾸어 가야 할까. 나의 이별에 나는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까. 실연의 아픔을 어떻게 지나가야 할까...
많은 생각들을 하게 만들어 줄 듯.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천천히 읽으며 작가의 문장 속에서 헤엄치다 보면 나의 사랑에 대해 깊은 통찰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