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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은 느리고 마음은 바쁜 아이를 키웁니다 - 자폐스펙트럼, ADHD, 특별한 아이를 키우는 기쁨과 슬픔
정소연 지음 / 온더페이지 / 2025년 5월
평점 :
#도서협찬
책을 덮으면서 조용히 기도했다. 이 책이 많이 팔리기를. 아이들의 아빠가 무탈하게 또 건강하게 정년을 맞이하길. 진심으로.
그리고 다니는 도서관에 희망도서 신청을 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으면 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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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자라는 아이라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다가 자폐스펙트럼 판정을 받기까지의 거부와 수용의 몸부림.
진단 이후 취학 전 사회화 학습을 미친듯이 진행하며 겪는 갈등. 학습과 동시에 약물치료를 병행하며 무엇이 옳은 것인지 저울질 하며 아이의 편안함보다 사회화 교육이 더 중요했던 잔인하고 무서운 현실.
장애 진단을 받고, 장애 판정을 받는 과정 속에서 싫으면서도 안도가 되는 그 양가감정.
여러 어린이집으로부터 정중한 거절을 당한 후, 필사적으로 아이의 모자람을 늘어놓으며 '받아주세요' 읍소하는 중 원장님의 질문, '아이의 장점으로는 무엇이 있나요?'
울컥하는 마음으로 또 눈물 콧물 범벅으로 아이의 장점을 토해내는 엄마의 모습. 아이를 이 세상에서 살아가게 하려다 보니 부족한 부분만 보였는데, 아이에게는 너무도 많은 장점이 있었던 것.
일반 어린이집에서 만난 천사 담임 선생님. 자기만의 세계에 있는 아이가 비장애 아이들과 연결되도록 다리가 되어주고, 새로운 것들을 배울 때마다 두려워 숨는 아이를 가만 가만 다독여 결국에는 해내게 하는 선생님.
장애인 등록 마쳤다고 연락하니 10만원을 송금해 주며, '너 힘든 거 다 안다. 고기 사먹어라.' 해주는 시어머니.
진단을 위해 서울에 다녀간 날 몹시도 지쳐보였던 친구가 마음에 걸려 일부러 휴가를 내 부산까지 내려와 주었던 친구. 그 친구가 남기고 간 시원한 샘물과도 같았던 수다의 시간.
어느 아침 아이때문에 터져버린 눈물샘. 지긋지긋 하다며 소리지르는 딸을 쉬라며 방으로 밀어넣고 대수롭지 않게 아이들을 등원시켜주고 멸치국수를 말아주던 친정 엄마.
비장애 자녀에게도 똑같이 관심과 사랑 그리고 배려가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던 시간들.
자신에게는 한 달에 십만원도 쓰지 못하지만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려 애쓰는 남편. 술에 취해 하소연 하면서도 힘든 것과 불행한 것은 다른 거라며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 중얼거리는 사람.
아이의 모난 세상을 깍는 것이 아니라 매워주는 것이 엄마의 역할.
기다려야 하는 '좋은 날'은 '아이가 괜찮아지는 날'이 아니라 '아이 그 자체로 괜찮은 날', '아이가 괜찮지 않아도 엄마가 괜찮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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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장애를 인지하고 인식하는 과정, 치료에 임하는 자세, 제도적 장치, 부족한 특수 교육 현실, 다른 세상 속에 있는 아이의 어려움, 장애아를 품은 가정의 정서적, 경제적 어려움 등 전반적인 소재들이 균형있게 다루어져 있다.
피상적으로 '어렵겠다'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에, 아~ 아이들의 이런 행동의 원인이 이거였구나. 이 아이들은 끝없는 실험과 시도의 선상에 있는 것이구나.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작가는 자신과 아이의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그 과정속에서 마음의 위로를 받았을 수도 있었겠지만,
세상에 책을 내 놓음으로 발달이 느리고 마음은 바쁜 아이들이 함께 살아야 할 우리에게 적절하게 설명을 해 주는 듯 하다.
'우리 아이는 이렇게 느리면서도 바빠요. 그러니 조금만 기다려 주시고 그 분주함을 이해해 주세요'
작가님으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자폐성 장애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였어요.
주변에서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친구들을 만나면 담담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외면이 아닌 수용의 담담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