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억 번째 여름 (양장) ㅣ 소설Y
청예 지음 / 창비 / 2025년 5월
평점 :
#도서협찬
소설을 읽는 내내 후끈한 열기와 끈적끈적한 습기가 느껴진다.
답답함과 절망, 그러면서도 희미한 희망
자신의 쓰임새를 찾고 증명하고자 고군분투하는 다섯 아이들. 무엇으로 살고, 무엇으로 죽는지 스스로 정하는 존재들.
'사랑'이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하여 기꺼이 온 삶을 던지는 세계로 초대하는 작가.
'랑데부' 항성을 바라보는 자전을 멈춘 행성. 그곳에서 살아가는 네오인들. 몸에서 검은 털만 자라는 '두두족'과 다양한 색의 털이 자라는 '미미족'
'미미족'은 자연과 어우러진 삶으로 실외에서 농경과 노동을 담당했고, '두두족'은 자연과 섞이지 못하는 검은털이 부끄러워 실내에서 건축과 과학을 발전시킨다.
자전을 멈춘 행성의 한쪽은 끝없는 낮, 반대편은 끝없는 밤. 행성의 계절은 여름뿐. 새로운 여름과 끝여름. 계절을 잃어버린 행성.
그 곳에 전해지는 예언. 어두운 꽃이 푸르러지는 일억 번째 여름이 오면 낡은 한 종족은 반드시 멸망한다. 이 땅에 두 개의 흔적을 남기니, 부디 선량한 지혜가 깃들기를.
일억 번째 여름. 그 여름이 오면 '미미족' 아니면 '두두족' 둘 중 하나는 멸망. 행성의 권력은 '두두족'에게 있다. 여름만 지속되는 행성에서 자연은 혹독해지고 과학을 발전시킨 '두두족'은 '미미족'에게 식량을 나눠주고 에너지 채집자의 역할을 부여한다. 그냥 노예나 마찬가지.
소설은 '미미족' 십대 아이들 다섯의 이야기.
용감한 '주홍', 힘이 좋은 '백금', 다정한 '연두', 두두-미미 혼혈 '일록', 두두-미미 혼혈 '이록'
'이록'은 두두-미미 혼혈로, 고대어 해석 능력을 타고 났다. 예언에서 말하는 남겨진 두가지를 찾기 위해 탐사를 하는 역할이다. 선대들이 남긴 흔적들을 찾아 읽고 해석하여 예언의 실마리를 찾아야 하는.
'이록'은 선천적으로 연약한 몸으로 제대로 걷지를 못한다. 용감한 '주홍'은 '이록'의 다리 역할로 그를 업어 탐사를 이어간다.
업히고 업고 걸으면서 둘은 일억 번째 여름이 오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그 여름이 오면 '미미족'은 멸망하기에.
기어이 일억 번째 여름은 찾아오고 말지만, 아이들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지켜주려 애쓴다. 이록은 주홍을 위해, 일록은 연두를 위해, 백금은 주홍과 이록을 위해.
🖌
지구의 수명이 얼마나 남아 있을까. 이상 기후로 폭설이 내리고 산불이 나고 홍수가 나는 요즘. 정말 우리는 지구 외 다른 행성을 찾아 나서야 하는 것일까.
소설은 그럴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렇지만 인간이 가지는 본질, 가장 숭고한 가치 사랑은 계속되지 않겠는가 말하는 듯 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아이들의 이야기는 슬프지만 찬란하고, 그들의 세계는 두렵지만 희망적이기도 합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이유는 자신을 존재하게 해주는 그 누군가가 있기때문 아닐까요... 작가는 그렇게 말하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