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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소문과 영원의 말
나인경 지음 / 허블 / 2025년 4월
평점 :
#도서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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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도시의 소문과 영원의 말
| 저자 : 나인경⠀
| 출판 : 허블 · 2025.04.30
소설의 시작과 함께 마지막까지 나를 지배했던 감정은 '불안'과 '미세한 떨림'
책 뒷 표지에 살아 있는 사랑의 기억을 타고 마침내 가능한 '연결'이라는 문구를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페이지를 넘기는 매 순간 불안하고 떨렸다.
단숨에 읽을 수가 없었다. 그 불안감을 견디지 못해 자주 책을 손에서 놓았고 다른 곳으로 눈과 마음을 두었다가 돌아왔다.
거대 기업 프로젝트로 희생 당한 아이들. 그나마 살아남았지만 기억이 조각나고 사라진 삶을 살아가는 '안'과 '정환'
환청 속의 '정환'과 대화하는 '안'
개발중인 챗봇 속 '안'과 대화하는 '정환'
블루진프로젝트 피실험자였던 '안'과 '정환' 두 사람 사이에 생겨난 감정이 네트워크에 어떤 매커니즘을 만들어 냈다. 지워져야 할 것이 지워지지 않고 생겨나야 할 것들이 생겨나지 않았던 것.
'안'의 기억은 중첩되고 지워지고, '정환'의 기억은 조각났다. 그럼에도 돌고 돌아 마음 깊이 남아있던 사랑이 두 사람을 찾게 한다. 그 지난한 과정.
만나자 약속했던 호수는 사라졌지만, 정환의 무의식이 그려낸 호수에서 만나는 두 사람.
과연 이런 세상이 올까, 가능할까,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나는 나를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읽는 내내 이런 질문들이 나를 괴롭혔다.
작가는 그래도 사랑이 이긴다고 말하지만, 과연 우리는 정말 기계와 거대 기업의 파워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답이 아닌 질문을 가득 남긴 소설.
"사람의 기억은 가변적이고 불안정해. 일반적으로 기억은 과거의 산물처럼 취급되지만 실은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의식, 그리고 미래에 대한 예측이 엎치락뒤치락하는 과정에서 서로가 서로를 만들어 가는 거야. 현재는 매 순간 재구성되는데 과거라고 멈춰 있겠어?"
머리도 복잡해지고 마음도 산란해졌다. 이렇게 사람을 뒤흔들어 놓다니. 소설가의 힘은 쎄다.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의 모습을 미리 본 듯 해서 쎄~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빠른 변화 속에서 방향을 잡기 힘든 우리에게 희미하게나마 눈 앞의 안개를 걷어주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