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천국 가는 날
전혜진 지음 / 래빗홀 / 2025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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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천국. 열 개의 메뉴, 열 개의 이야기

일하는 여성들을 향한 위로와 격려.

1. 치즈떡볶이.
학습지 교사 은심.

평범한 떡볶이에 치즈가 얹어지면 풍미가 살고 부드러워진다.

진도 체크하고 신규회원 실적 올려야 하는 학습지 교사. 존재가 아닌 배경 같은 학습지 교사의 삶이지만 끊임없는 공부로 의미를 더하는 은심.

2. 김밥.
시청 홍보과 팀장 은희

죽고싶은 팀원이 죽지 않고 싶어 퇴사한다는데 아무것도 해 주지 못하는 팀장 은희. 그런 은희에게도 좋은 영상을 만들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꿈을 향해 달리던 재수생 은희의 늦은 밤 허기를 달래주던 천원짜리 김밥. 그 시절의 은희를 소환해주는 김밥

3. 오므라이스.
시청 민원실 영주

어린 시절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아도 밥상을 엎던 할아버지. 계란은 남자들의 밥상에만 올랐다. 먹기 싫다 칭얼대던 어린 동생에게 그럼 내가 먹을게 했던 그녀에게 날아들던 할아버지의 목침. 결혼해 아이를 낳고 4개월만의 외출에 먹었던 오므라이스. 나도 계란 먹을 줄 안다고... 돌아가신 할아버지에 대한 복수. 오므라이스. 남이 해준 밥은 다 맛있어.

4. 김치만두.
학습지 시니어 회원 진수

세무사 진수는 대장암 4기. 항암도 소용없다. 친구 상철은 평소 김치만두를 좋아했던 진수의 병원으로 김밥천국 김치만두를 사들고 온다. 항암으로 먹지도 못하는데. 그날 밤 김치만두 한 알을 먹는 진수. 그의 빈소에는 유명한 이북식 만둣집 김치만두 여섯알이 올려졌다. 외로웠던 진수의 인생. 가는 길은 외롭지 않았다.

5. 비빔국수.
베트남 인텔리 리엔

리엔은 한국에서 파는 베트남식 쌀국수가 불편하다. 떡국 국물에 납작한 쌀국수가 아무렇게나 들어간 가짜 쌀국수.

베트남 아내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으로 고통스러운 리엔. 김밥천국 비빔국수 위의 땅콩분태를 보며 의아해 하지만 다문화에 대한 유연성을 보며 기대를 품어본다.

6. 돈가스.
시청 홍보과 임기제 아람

일에 대한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와 약을 먹는 아람에게 고1때 부상으로 야구선수를 그만둔 삼촌이 그만둬도 괜찮다고 말해준다. 그런 삼촌에게 야구 그만두고 미련스럽게 야구만화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삼촌이 할 말은 아닌 것 같다고 한다.

어느날 메신저 프로필 사진에 야구심판자격증을 올린 삼촌을 보며 좋아하는 걸 포기하지 않겠다 다짐. 일본의 합격기원음식 '반드시 이긴다' 의미를 가지는 돈가스! 소스로 눅진해진 김밥천국의 돈가스!

7. 오징어 덮밥.
자동차보험 현장 출동 기사 성우

경찰서장 운전병으로 복무했던 성우. 자동차 보험 현장 출동으로 나가 조우하게 되는 퇴직한 경찰서장. 꼼꼼하고 무서운 사람이었지만 좋은 사람이었던 서장은 워킹맘이면서 할머니였다. 그녀와 함께 먹었던 매콤한 오징어덮밥. 그녀가 했던 말. 오늘의 내가 있게 한 누군가의 헌신을 기억해라.

8. 육개장.
10년전 교육청 시보시절 사수에게 그루밍 성폭행을 당했던 수연

시보 딱지 떼던 날 술에 약을 타 성폭행 했던 사수가 10년만에 췌장암으로 죽었다. 장례식장에 가기 전 김밥천국에 들러 육개장을 시켰다. 그의 죽음 앞에서 미소지을까 무서워 그 매운맛으로 미소를 지우고자... ...

9. 콩국수.
시청 홍보과 워킹맘 이혼녀 희우

할머니의 진한 콩국수처럼 긴시간 정성만이 진짜 사랑이라 생각했는데, 아이가 좋아하는 묽고 가볍고 달달한 김밥천국 콩국수처럼 짧은 육아시간도 가짜가 아닌 사랑.

10. 쫄면.
임신 35주차 시청 민원실 계약직 유현

유현은 그저 무서웠다. 상사에게 영영 찍혀버릴까봐. 직장으로 돌아오지 못할까봐. 돈을 벌어야하고 생존해야 하는데, 그저 아이 엄마가 된다는 이유만으로 어처구니 없이 밀려나 버릴 것 같아서.

지금의 자신보다 몇 배는 힘들었을 서른 세살의 젊은 엄마가, 조금 철이 들어 집안 형편을 걱정하고 기가 죽어 지내던 딸의 손을 붙잡고 동인천으로 갔던, 그날의 추억이 담긴 맛, 엄마의 사랑의 맛. 쫄면.

인천 시청 근처 김밥천국. 그 곳의 문을 여는 사람들의 음식을 통한 차별, 혐오, 불평등, 부조리, 삶의 불안과 무게감 이야기.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공감도 되지만 불편할 수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싶은 부분도^^

다 읽고 나면 진빠짐. 천천히 읽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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