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안녕
유월 지음 / 서사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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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그냥 일희일비하려고요. 기쁘면 기뻐하고 슬프면 슬퍼하고 화가 나면 화를 내고, 내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을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긴 터널을 빠져나오며 주인공 '도연'의 결론. "그냥" 이리 저리 재지 않고 "그냥"

법원에서 가사조사관 일을 하는 '도연'

자신과 관계도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몇 시간씩 들어야 하는 일. 자신 앞에 앉아 있는이들은 불안하고, 억울하고 화가 나 있다.

대학 병원에서 임상시리사 수련을 했던 도연은 간호사였던 언니가 병원에서의 태움을 견디다 못해 자살을 한 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가끔 책 주문 심부를을 해드리고 차를 얻어 마셨던 정신분석 교수님이 메일을 보내왔다. 도움을 받아보라고... ...

조금 회복되고서는 작은 개인 정신병원에서 임상심리사로 근무한다. 심리실의 실장 '지원'은 쿨하다. 자신을 좋아해 주고 인정해 준다. 그럼에도 자신의 아픔에 노골적으로 오픈을 요구하고 자신이 원하는대로 움직이기를 강요하는데에는 힘들고 지친다. 가스라이팅. 그만둔다니 하는 말. '다 너를 위한 건데...' 하! 정말!

법원 가사조사관은 임시직. 철저한 '을'이다. 상사의 언어폭력도 견뎌야 하고, 부당한 업무지시도 따라야 한다. 상대가 너무 빨리 먹어 자신은 밥을 반도 먹지 못하는데도 늘 같이 점심식사를 해야한다. 늘 따라다니는 말. '정규직되려면... ...' 하! 진짜!

죽은 언니의 마지막 말 "열심히 하지마". 그래서 도연은 열심히 살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한다. 평온한 항상성을 추구하며.

새아빠의 성으로 바꾸려고 하는 엄마에게 반기를 든 '시재'. 새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이부 남동생이 학교에 가기전에 완벽한 가정이라는 서류를 만들기 위해 발을 동동거리는 엄마에게 시원하게 펀치를 날려버린다. '난 성을 바꾸고 싶지 않아요.' 이런 시재와 도연은 언니 동생 사이가 되고,

조현병을 앓는 아빠가 아들을 만나러 오는 주말마다 마주쳤던 변호사의 적극적인 대시에 당황하지만 깔끌하게 가벼운 관계는 어렵다. 그렇다고 무거운 관계를 원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정리하기도 하고,

대학병원 수련 시절 레지던트 우진. 조카와 함께 법원에 왔을 때 우연히 조우... 술고래였던 그에게 한 잔 하자니 술은 마시지 않는다며 차갑게 거절하는데 알고보니 아내에게 버림받은 형이 술에 취해 걷다가 음주 운전 차량에 부딪혀 누워있는 상태.

어느 날 우진이 도연에게 제안한다. 서로에서 치료자가 되어주자고. 같이 밥 먹고 술 마시면서 노출치료. 도연이 답한다. "나는 평온한 사람이고 싶었어요. 흔들리지 않는 사람. 근데 싸움꾼이 되어야 하더라구요. 너무 피곤해서 그만하고 싶어요. 그냥 일희일비하려구요."

도연의 상실, 아픔에서 시작해서 그녀의 공간 속의 사람들. 그 사람들과의 관계. 관계의 폭력성. 그럼에도 나누는 다정함과 이해. 다양한 소재들이 균형있게 흘러간다.

진한 오렌지색 여름 꽃 능소화를 좋아했던 언니. 그 언니가 온 몸에 새겨져 여름이 힘들었던 도연.

도연은 이제 능소화가 만개하는 여름이 수월해질까... .... 그러기를 바래본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불안불안하지만 결국은 터널의 끝에 다다르는 도연에 안심한 소설이네요.

지도는 영토가 아니에요. 구석방 정신분석의 대가 민교수가 우진에게 해 준 말. 터널 속에 계신 분들, 동굴 속에 계신 분들. 읽어보시면 좋을 듯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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