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이 캄캄해도 나아가기를 멈추지 않고
유꽁사 지음 / 세미콜론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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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꽁사의 먹고사는 이야기

우울감으로 몸과 마음이 무력해져 그저 하루하루가 흘러가기만 바랬던 시간.


그런 자신을 위해 한 것이 밥 해 먹기


밥을 해서 먹는 것에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 힘을 내지 못해 많은 사람들은 그냥 배달앱을 켜고 현관 앞에 놓이는 음식을 집어든다.


작가는 쉬운 길을 마다하고 스스로 싱크대 앞에 발을 딛고 선다.


설겆이를 하고, 식탁을 치우고, 음식물 쓰레기를 내다 버리고, 마트에 가서 장을 봐오는 과정 속에 에너지가 생긴다.


그렇게 쌓여가는 한끼 한끼로 용기를 내고 어두운 터널을 통과해 내는 것이다.


썩어버린다고 승질을 내도 꾸준히 음식을 보내는 엄마의 소불고기.


요양원에 계시는 할머니로 마음이 힘든 아빠가 보내주는 옆집 할머니 배추김치.


잘못 산 줄 알고 버린 딱딱한 대봉을 말캉하게 익혀 건네주는 경비원 아저씨.


흔들 흔들 내 몸을 잡아주며 따뜻하게 괜찮다고 찬찬히 하면 된다고 위로하는 요가 선생님.


일본 여행 킷사텐에서 달콤 쌉싸름한 커피 젤리를 먹으며 느낀 장인정신. 자신의 일에 대한 지속성, 꾸준함, 안정감.


기술자에 불과했던 애송이 프리랜서에서 해결사의 길로 들어서는 것 같은 자신.


덥고 힘들었던 전주책쾌 행사 진행요원의 창작자들을 향한 존중감에 밀려들었던 영광스러움.


작가는 하루 하루 자신을 먹여 살리는 에피소드들을 통해 자신과 가족, 

그리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또 자신의 일에 대한 생각들을 내어 놓는다.


자신은 여전히 흔들리지만 그래도 만화를 그리고, 글을 쓰는 이 길을 계속 걸어 나갈 것이라고.


글을 읽고 그림을 따라 그려보면서 많이 미소 지었다.


우울증이라고 말하는 사람의 냉장고에서 나오는 것이 아보카도라니^^, 만두를 빚는다고?


소박하고 건강한 식단들 속 작가의 글들은 다정하고 단정하다.

글도 그림도 다 예쁘다.


#세미콜론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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