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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중일기 - 교감 완역
이순신 지음, 노승석 옮김 / 민음사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김대중대통령께서 작년 8월 18일에 서거하시면서 마지막 연세의료원에 입원하기 전까지의 삶을 기록한 일기 <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는 일기가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나 역시 그 일기를 소중하게 책장에 보관하며 종종 읽어보는데 읽을 때마다 감동이 다르다.
대통령이셨으니까 범인들보다 훌륭해서 일기를 쓰셨던 것일까, 국정노트라는 10권 짜리 수첩을 보면서 울컥했다. 뭔가 심각한 덩어리가 치밀어 오름을 느꼈다. 이유는 5년 임기의 대통령을 하시면서 너무나 초인적인 노력을 하셨음이 안타깝고 또한 감사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국가의 절체정명의 위기 가운데 일기를 써 온 인물이 또 한 분 계셨는데 이.순.신장군이다. 몸을 아끼지 않고 왜장과의 전투를 치르는 가운데서도 끊임없이 모함을 받고 힘든 이중의 전투를 치르셨는데 그래서였을까, 김대중대통령님께서 존경하는 인물로 이순신장군을 꼽으신 이유가...
병신년의 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 도양장의 농우가 일곱 마리인데 보성의 임정로가 한 마리, 박사명이 한 마리를 바치치 않았다. 또, 갑사 송한. 1월 3일에 배 위에서 이번에는 환도 네 자루,왜도 두자루를 만들었다. 아들 회가 가지고 가던 중에.......
10일.맑음. 나라 제삿날(태종의 제사)이라 공무를 보지 않았다. 몸이 불편하여 종일 신음했다.
8월7일, 비가 계속 내리다가 늦게 갰다. 몸이 불편하여 공무를 보지 못했다. 서울에 보낸 편지를 썼다. 이날 밤 땀이 옷 두겹을 적셨다.
실제 전투를 치르면서 숨가쁘게 기록한 것보다는 적을 맞아 진을 치고 배를 움직여 이동시키고 몸이 아파 신음하면서도 혼자서 그 고통을 치루는 모습이 매우 인간적이었다. 나라가 풍전등화의 위기 가운데 처해 있음에도 서울에 계신 어머니, 가족들의 안부를 묻는 따스한 마음이 오히려 위선이 가득한 위정자들 가운데 진정한 충신의 모습은 이러한 것이구나를 새삼 깨닫게 해 주었다.
난중일기의 전서본과 초고본을 토대로 원본을 담았다. 한자어로 되어 있어 읽기가 쉽지 않았으나 한글로 해석된 앞 부분과 맞춰가며 보면 이런 뜻이 담겨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한시는 일기 가운데서도 드물고 귀해서 그 멋진 운율을 느껴보려면 원문을 읽는 것도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코 거짓으로 일기를 쓸 수 없듯이 역사도 역시 마찬가지이다.나는 난중일기를 통해서 이 나라의 역사를 이끌어 가는 많은 힘 있는 사람들이 현재의 무사안일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삼 백년 후, 사 백년 후, 1000년 후의 후세에 기록될 자신들의 행적에 대해 겸허히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물론 개인의 경우에도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일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겸손하게 되짚어 후회할 일을 적게 만드는 것이 좋겠다.
시대상이 반영된 일기 한 권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월력을 읽는 방법을 알아야하는데 독자가 보지 쉽게 잘 정리가 되어 있어 매우 유용했다. 또한 교감기가 들어 있어서 초고본이나 전서본에 빠져 있는 내용까지 알 수 있었고 이순신장군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좀 더 가깝게 해석이 되어 있어 큰 의미가 있었다.
난중일기는 임진왜란 중에 한 줄짜리 일기일망정 거의 빠짐없이 기록한 놀랍고도 대단한 성실함과 이 희망 없는 국난을 반드시 이기고 말겠다는 역사의 위대한 장수의 소망과 의지가 담겨 있다. 기록하는 역사는 지금도 걸핏하면 승자가 모든 것을 다 갖어도 된다라는 식의 역사를 왜곡하는 이 나라의 인습에 결코 역사는 진실 위에 기록해야 한다는 결심에 찬 굳은 의지가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