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일기 - 청소년들아, 연암을 만나자 만남 1
박지원 지음, 리상호 옮김, 홍영우 그림 / 보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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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상호라면 믿을 수 있다! 연암의 열하일기가 워낙 방대한 양으로 쓰여지다보니 정작 그 양에 눌려 아이들뿐 아니라 성인까지도 손에 잡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을 제대로 파악해서 낸 것이다.  

그럼에도 누가 번역을 했는가가 같은 열하일기라도 선택하는데 으뜸되는 기준인데 리상호라면 정말 선택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니 얼마나 큰 축복인가! 중국과 국교수복을 한 지도 이십 여년이 지났건만 신문, 언론매체에서는 여전히 중국문화에 대해 폄하하는 것을 그치지 않고 있다.   

사실,정도가 도를 넘어 중국에 대해 지저분하고 낙후된 문화, 비위생적인 시설과 먹거리, 믿을 수 없는 저질 제품생산국이란 이미지를 국내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깊게 각인을 시켜주었는데 실제 지난 몇 주 전, 중국에 두 번째 다녀 온 나는 그것이 얼마나 큰 잘못된 정보였는지를 눈으로 귀로, 머리로 확실히 깨닫고 돌아왔다. 

그래서 이 열하일기가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중국대륙에 대한 균형잡힌 인식을 심어주길 바라는 간절함이 있다. 중국은 결코 우리가 마음껏 비하하며 하찮게 여겨도 될 상대가 아니다.오히려 지나간 반 세기 동안 미국이 세상의 중심인양 마음껏 주름을 잡을 때에도 중국의 고대로 부터 흘러온 역사와 부는 결코 죽지 않고 지속 성장을 해 왔다. 다만, 공산체제라는 이유때문에 한국에는 그 진면목의 상당부분이 왜곡되어 알려진 것이고. 

  

지금의 중국도 그렇지만 청나라시절의 중국 역시 대국이다. 세상의 문물이 모두 그 곳으로 통한다.열하일기에 나와 있는 심양은 지난 첫 여행에서 다녀 온 곳이기도 한데 비교적 중국의 내륙지방에 위치하고 있어 현대의 도시와 산업시설보다는 전통과 옛 모습이 고스란히 잘 가꿔진 곳이었다. 그 심양을 보고 온 연암은 약대구경도 놓쳐 버리고 조선에서 온 선비에게 글씨를 써 달라고 줄을 선 그 곳의 순박한 사람들과 겪는 아기자기한 일화들로 견문록을 써 놓았다.  사실, 심양은 드넓은 중국에서 다소 외진 곳에 속하고 인구도 적은 편이라서 당시로서도 특별히 발달된 문물이나 구경거리는 없었음에 대해 공감을 하게 된다. 현재의 모습을 보고 온 나로서는 연암이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가 훨씬 가슴에 와 닿았고 당시의 심양의 모습도 어렵지 않게 상상이 가는 부분이다. 

 

열하일기의 하일라이트는 역시'북경'이다. 북경을 다니면서 연암이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을 읽으며 지난 2주 전에 본 북경의 모습이 떠올랐다. 대륙의 수도는 역시 달랐다. 사람들의 자신감에 넘친 목소리와 발걸음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세상의 중심이란 자부심이 남다르게 느껴졌다. 영어를 쓰는 나를 홍콩이나 싱가폴에서 온 사람이라 여기며 싹싹하게 대하는 북경인들, 당시 연암은 북경인들에게 부러움과 질투를 동시에 느꼈다는 소감을 숨기지 않고 쓰고 있다.  

 

그들이 사는 집 한채도 평범한 여염집임에도 조선의 집과 비교했을 때 무척 높고 정갈한 것이다. 또한 물퉁을 메는 방법도 실용적이고 수레를 통해 시도때도 없이 물건을 실어 나르는 분주한 거리를 보며 하루종일 사람을 이용해 짐을 나르는 조선의 낙후된 모습과 비교하며 한숨을 쉬었다는 것은 너무나 극명한 대조였다.  

 

엄벙뗀, 헨둥하다 등의 박지원식 우리말 문체를 고스란히 잘 살린 리상호의 열하일기는 그 동안 나온 열하일기 중에 단연 으뜸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이 유학에만 매달려 벼슬을 놓고 싸움박질을 하고 있을 때 스스로 벼슬길을 포기한채 나라 밖에서 나라를 구할 길을 모색했던 뛰어난 선각자 박.지. 원! 그가 이 시대에 우리에게 던지는 말은 '일반 국민에게 이로워야 그것이 참 된 실용이지!'이다. 참으로 시대를 앞서간 대단한 학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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